지긋지긋했던 코로나19도 거의 끝나고 활기찬 2023년 새봄을 맞아 예비역 육군장성인 고향 선배님 한 분과 함께 화창한 봄 날씨 속에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서울시 성북구의 성북동을 찾았다. 이 성북동은 여러 볼 만한 명소가 많은 동네다. 또 길에서 담 넘어 바라보이는 어마어마한 저택이 즐비하며, 주한대사관의 대사들이 거주하는 관저들도 많은 곳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성북동에는 2021년 4월을 기준으로 40개의 대사관저와 2개의 대사관이 있는데, 전통적인 부자동네로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여서 유럽계 국가들의 대사관저가 많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상징하듯 ‘우정의 공원’에는 늘 여러 외국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그럼 오늘의 목적지인 심우장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기로 하자.
4호선 한성대입구역 하차 후 6번 출구로 나와 성북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다원학교에서 내린 뒤 근처에 있는 심우장 입장로를 찾으면 된다. 하차한 뒤 심우장 초입부터 경사가 꽤 심한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이날 운영자는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성대역 5번 출구에서 나와 심우장까지 20여 분을 걸어 심우장을 탐방한 후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吉祥寺)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한성대역으로 발길이 이어졌다.
유명한 독립운동가(민족대표 33인 중 1인)이자 시인이며, 스님이었던 만해 한용운이 약 10년 간 거처하던 심우장은 1933년 당시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에 속했던 이곳에 김벽산(金碧山)이 초당을 지으려고 사둔 땅을 기증받아 조선일보사 사장 방응모 사장 등 몇몇 유지들의 도움을 받아 지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1934년 첫 장편소설인 『흑풍(黑風)』을 집필하여 『조선일보』에 연재하기도 하였다. 조선총독부가 위치하던 남쪽을 등진 곳을 택하여 북향의 집을 짓고 심우장(尋牛莊)이라고 하였다.
총 113평의 대지 위에 18평의 건평규모로 단층 팔작 기와지붕이다. 집의 구조는 정면 4간 측면 2간으로, 중앙에 대청을 두고 좌우 양쪽에 온돌방을 배치한 형태이다. 우측 서재로 쓰던 우측 방에는 尋牛莊(심우장)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심우란 ‘찾을 심(尋)’, ‘소 우(牛)’ 즉 ‘자신의 본성을 찾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심우장이란 불교의 큰 깨달음을 위해 공부하는 집이라 하겠다. 2019년에 사적 제550호로 지정되었다.
만해 한용운에 대한 자료들을 전시한 만해기념관도 한때 이곳에 있었으나, 부지가 좁고 심우장 건물 자체의 보존도 필요해서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 새로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대문에 들어서서 본 앞 모습
▲심우장 본채 전경
▲심우장 마당 끝, 전망이 아주 좋다.
▲ 만해 일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