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지관수행론 -『대승기신론소』를 중심으로
/ 김도공
목 차
Ⅰ. 문제의 제기
Ⅱ. 『기신론소』에 나타난 원효의 지관수행론
1. 지 - 구종심주
2. 관 - 사종혜행
3. 지관쌍운
Ⅲ. 원효의 지관수행론과 수행계위
Ⅳ. 결 론
키워드 : 불교, 수행, 원효, 지관수행론, 대승기신론, 기신론소
Buddhism, Practice, Ji- Kwan, Wonhyo, Gisinnon, Gisinnonso.
국문요약
원효는 심진여문에 지止, 심생멸문에 관觀을 대응시켜서 지관止觀을 실제 수행상의 큰 축으로 삼아왔다. 원효의 사상체계를 『대승기신론』에 바탕을 둔 일심이문一心二門의 체계라고 할 때, 원효는 이 체계를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에 적용함에 있어서, 심진여문에 지止, 심생멸문에 관觀을 대응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효가 지관수행론을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원효는 『기신론』 수행신심분 다섯 가지 수행법 가운데, 유독 지관止觀에만 많은 공력을 들여서 설명하고 있고, 실제에 있어서는 『유가사지론』의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의 개념을 빌어서 주석하고 있다.
한편 원효의 지관수행론을 평가하는 연구에서는 『기신론소』에 나오는 지관수행론은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을 위해서 설해진 것이라고 보고, 그 이후의 수행 방법으로 『금강삼매경론』을 주목하는 연구내용이 있다. 『기신론』의 다섯 가지 수행론이 說해진 『기신론』상의 위치로 볼 때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한 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견해에 정확한 논거를 확보하려면, 우선 지관수행론으로 도달 가능한 수행계위 상의 계위는 어디인지가 밝혀져야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원효의 『기신론소』에 나타난 지관수행론의 주석 내용을 살펴보고, 그 수행상의 계위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지관수행이 설해진 『기신론』상의 위치가 부정취중생을 위한 교설이고, 실제 그 수행의 결과로 오를 수 있는 수행계위도 상사각의 초문 정도인 십주의 위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추후의 과제는 이후의 수행방법일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원효가 제시하고 있는 제반 수행론들이 지관수행론간의 상호체계 속에서 파악되어져야 할 것이다.
Ⅰ. 문제의 제기
지관(止觀)의 일반적 개념은 ?마음이 고요해져 대상에 집중함?을 뜻하는 지(止,samatha)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관(觀,vipassan?)이라 할 수 있다. 『기신론』에서도 지라 하는 것은 모든 경계상을 그치게 함을 말하는 것이니 사마타관의 뜻을 따르기 때문이요, 관이라고 하는 것은 인연생멸상을 분별함을 말하는 것이니 비파사나관의 뜻을 따르기 때문이다.1) 고 밝히고 있는데, 이 개념은 지관의 일반적 개념과 서로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1 「기신론」, 『대정신수대장경』(이하 ‘대정장’이라 함) 32, 582 쪽 상단. "所言止者 謂止一切境界相 隨順奢摩他觀義故 所言觀者 謂分別因緣生滅相 隨順毗鉢舍那觀義故."
원효의 사상체계를 『대승기신론』에 바탕을 둔 一心二門의 체계라고 할 때, 원효는 심진여문에 지, 심생멸문에 관을 대응시켜서 지관을 실제 수행상의 큰 축으로 삼아왔다.
두 가지 문을 연 것은 교문을 의심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여러 교문이 많이 있지만 처음 수행에 들어갈 때는 두 문을 벗어나지 아니하니, 진여문에 의하여 지행을 닦고 생멸문에 의하여 관행을 일으킴을 말한 것이다. 지행과 관행을 쌍으로 부림에 만행이 이에 갖추어져 있으므로, 이 두 문에 들어가면 모든 문이 다 통하는 것이다.2)
2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01 쪽 하단. "開二種門者遣第二疑 明諸敎門雖有衆多 初入修行不出二門 依眞如門修止行 依生滅門而起觀行 止觀雙運 萬行斯備 入此二門."
원효는 지관수행론의 목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다.
진여문에 의하여 모든 경계상을 그치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분별할 바가 없으면 곧 무분별지를 이루는 것이요, 생멸문에 의하여 모든 상을 분별하며 모든 이취를 관찰하면 곧 후득지를 이루는 것임을 알 것이다.3)
3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상단. "是知依眞如門 止諸境相 故無所分別 卽成無分別智 依生滅門 分別諸相 觀諸理趣 卽成後得智也."
이 같이 원효는 지와 관을 각각 진여문과 생멸문, 무분별지와 후득지로 구분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지와 관의 구분이 없이 정과 혜에 같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지관쌍운(止觀雙運)을 제시하고 있다.
상을 따라 논하자면, 정을 지라하며, 혜를 관이라 하나, 사실을 말하자면, 정은 지관에 통하는 것이며, 혜도 또한 그러한 것이다. 4)
4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隨相而論 定名爲止 慧名爲觀 就實而言 定通止觀 慧亦如是."
이와 같은 원리 하에, 원효는 『기신론』 수행신심분에 다섯 가지 수행법이 제시되어 있음에도, 유독 지관수행론에만 많은 공력을 들여서 그 내용을 주석하고 있다.
원효의 지관수행론에 관심을 둔 기존의 연구물은 이영자 교수의 ?원효의 지관?이라는 제목의 연구결과가5) 있다. 이 연구에서는 원효의 지관수행론이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과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으로부터 연원 한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天台思想의 입장에서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소략한 내용이다.
5 李永子, ?元曉의 止觀?, 關口眞大編, 『佛敎의 實踐原理』 (山喜房佛書林, 1977); 同著, 『韓國天台思想의 展開』 (서울: 民族社, 1988). 재인용.
오형근 교수는 ?유가론과 원효의 구종심주사상?6) 에서 주로 원효의 지관수행론이 『유가사지론』으로부터 연원하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유식에 바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천태사상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내용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이다.
6 오형근, ?유가론과 원효의 구종심주사상?, 서울: 한국불교학회, 《한국불교학》제11권, 1986.
최근의 연구로 원효 수행론 전체를 다루고자 하는 김상현 교수의 ?원효의 실천행?7)이라는 연구물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수행론 각각에 대한 설명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지관 수행에 대한 집중적인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7 김상현, ?원효의 실천행?, 서울: 원효학연구원, 《원효학연구》제5집, 2000.
한편 원효의 지관수행론을 평가하는 연구에서는 『기신론소』에 나오는 지관수행론은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을 위해서 설해진 것이라고 보고, 그 이후의 수행 방법으로 『금강삼매경론』을 주목하는 연구내용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8) 이 논고에서는 『기신론』의 다섯 가지 수행론이 설해진 『기신론』상 위치가 수행신심분이고, 이 부분의 내용은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부정취 중생들을 위한 교설 임을 살펴 볼 때, 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한 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견해에 정확한 논거가 되려면, 우선 『기신론』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관수행론으로 도달 가능한 수행계위 상의 계위가 밝혀져야 된다.
8 藤能成, 元曉의 淨土思想硏究, 東國大 불교학과 博士學位論文, 1995, 58 쪽.
따라서 본고에서는 그동안 이루어진 원효의 지관수행론에 대한 연구 결과의 미진한 점을 종합하여, 원효가 『기신론』에 나타내고 있는 지관수행론의 실제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