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누구나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순례자'에 나오는 문장이다. 코엘류는 1986년 산티아고 순례 후 영감을 얻고, 작가로서 본격적인 삶을 시작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전설에 따르면 야고보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포교 활동을 했고, 죽은 후 그의 제자들에 의해 스페인 북서부에 묻혔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길을 의미한다. 산티아고 순례는 1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215년 가톨릭 교회가 고해를 의무화한 후 속죄 수단으로 순례가 이뤄지면서 순례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12세기 초에는 교황청이 산티아고 순례 안내서를 편찬하기도 하는 등 중세 유럽 기독교 문명의 대표적인 순례지로 각광받았다. 지금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유럽 가톨릭의 3대 순례지로 꼽힌다.
종교개혁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순례자들의 방문은 주춤했으나 1960년대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스페인에서 관광진흥 사업의 하나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널리 홍보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도 즐겨 찾는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동부 카탈루냐와 남부 안달루시아, 지중해 섬들에 치중했던 스페인 관광이 다양성을 띠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러 경로가 있는데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유명하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길은 100개가 넘는 마을을 통과해 장장 800㎞ 넘게 이어진다. 순례길은 영적인 치유의 장소라는 이미지가 있다. 순례길에 대한 신념, 역사적으로 축적된 이야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유적을 바탕으로 순례자들은 치유의 느낌을 받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1000년 동안 축적된 문화의 흔적들과 다양한 세대에 걸친 건축양식을 만날 수 있는 축복도 있다. 유적의 보존 상태가 워낙 좋아 산티아고 순례길만 제대로 둘러봐도 유럽 예술의 발전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포도밭, 각각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마을, 붉은 황톳길과 푸른 초원 등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방문을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넣어두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