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산이 석양을 띠고
강심에 잠겼는데
일간죽 두러메고
소정에 앉았으니
천공이 한가히 여기어
달을 조차 보내도다 ... 류자신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어제
<시조풍류>라는 카톡방으로 교류하고 있는 여러 풍류인들과
옥천쪽 대청호반에 있는 <부소담악>이라는 곳으로 야외풍류를 다녀왔다.
올 가을초에 풍류장소 답사를 통해서 우리 풍류인들이 접수(?)한 곳 중에 하나이다.ㅎㅎ
1시까지 판암동 주공A 2단지 앞에 있는 <참살이 콩이야기>라는 식당에 집결했다. 구수한 청국장, 콩비지, 순두부에 맛있게 점심 먹는 것으로 오늘 풍류를 시작했다.
점심식사 후 옥천 <부소담악>으로 이동했다.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가는 길이 구불구불 산길이어서 아주 멀리 여행을 온 기분에다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만추의 풍경들이 우리를 가을 속으로 인도한다.
오늘 본격적인 풍류가 이루어지는 <추소정>에 도착하니 사람들 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외지에 있는 정자로서는 관리가 아주 잘 되어서 별도 청소하지 않고 바로 해바라기 매트 2장 펼치고 자리를 잡았다.
<추소정> 앞에는 별도의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에게도 덜 미안했고
방향도 좋아서 볕이 따듯하게 정자 마루에 가득히 들어왔다. (이맘때 정자풍류 나오면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데 ...)
오늘 풍류에는 총 13명이 참석했고
나들이 나온 일반시민 몇 분이 함께 해주셔서 좁지 않은 정자가 가득한 풍성한 풍류가 되었다.
특히 대전에서 서도소리명창으로 활동하시는 홍선생님께서 우연히 함류해주셔서 멋진 소리도 감상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자리에 앉으니 귀한 천마주와 굴비 안주를 준비해온 분이 계셔서 쌀쌀한 날씨에 입주 한잔씩 하고
수연장지곡이라는 정악풍류곡 합주를 시작으로 돌아가면서 자신들이 공부하고 있는 악기와 노래를 한곡씩 했다.
중간에 유자신이란 분이 지은 <추산이>로 시작하는 평시조를 한수 배워 부르는 시간도 갖었고
소금연주를 배경으로 말차 행다례 시연하는 시간도 있었다.
시조명인이시면서 서도에 조예가 깊으신 운봉선생께서
즉석에서 서도 시연도 해주시고 참석자들에게 귀한 작품을 하나씩 선물하시며 뜻을 새겨주시는 것으로 오늘 풍류를 마무리했다.
아쉽지만 앞으로 좀 더 멋진 풍류를 기약하며 석양볕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