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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당 상호 : 꽃, 밥에 피다 2) 전화 : 02-732-0276 3)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16길 3-6(관훈동 118-27) 4) 주요 음식 : 한식 |
2. 맛본 음식 : 점심코스메뉴 보자기비빔밥 텃밭상(1인당 25,000원)
3. 맛보기
1) 전체 : 음식맛이 근사하다. 거기다 식당도, 상차림도 근사하다. 음식이 제맛을 놓치지 않는데 꽃도 화려하고 우아하게 음식을 북돋운다. 양귀비나 되어야 이런 밥상 가당할 거 같아 외모가 누추한 나는 왠지 위축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밥상은 손이 누구라도 양귀비를 만들어줄 거 같다. 우선 토속 내 나는 음식 이름을 봐라. 텃밭상, 텃밭에서 기죽을 필요 없잖은가.
2) 주요음식 : 보자기비빔밥. 계란보자기에 비빔밥이 곱게 들어 앉아 있다. 보자기를 풀면 비비기 전 모습이 황홀하다. 거섶은 줄맞춰 이쁘게 켜켜이 놓여 선물꾸러미가 되었다. 황홀한 형형색색의 거섶이 폐백음식 같다. 밥인가, 작품인가. 이렇게 이쁜것을 아까워서 어떻게 먹나.
먹어도 돼요. 힘들게 일한 당신, 열심히 살아온 당신, 오늘은 당신이 주인이에요. 저는 오롯이 당신을 위해 준비되었어요. 맛있게 먹어 주시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거예요.
그러나 화려한 만큼 맛도 있을까, 하는 우려는 그것대로 있는 법. 우려는 예상한 것처럼 한 입에 사라진다. 착실한 맛이다.
밥은 볶은 밥이어서 거섶 물기에 퍼지지 않도록 하였다. 마지막 한 술까지 탱글탱글한 맛에 거섶이 조화를 이루며 혀에 제각각의 맛으로 감긴다. 서운하다면 밥이 너무 탱글거린다는 것, 조금만 질게 해주면 어떨까.
금상첨화는 소스. 고추장 아닌 된장 중심 소스는 맛의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소스 맛의 파장이 넓어져 맛의 전환이 신선하다.
보조음식:
파프리카 토핑 : 빨간색 파프리카 위에 마, 키위, 청국장 등이 들기름과 함께 섞여 있다. 들기름은 생으로 먹어야 흡수력이 좋고 음식맛을 더 돋운다는데 그렇게 하기에 적절한 음식. 한입 음식 카나페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서 먹기가 조금 난해하지만 맛과 품새는 그만이다.
파프리카는 두께가 실하고 싱싱해서 맛이 오지다. 헝가리에 가면 파프리카를 질리게 먹을 수 있다. 우리 고춧가루처럼 파프리카가 음식의 근본이다. 파프리카의 세계가 이렇게 넓구나 싶다. 지구 저편에서 별세계를 이루고 있는 음식에 우리는 등한한데 이런 음식은 매우 고무적인 착상이다. 이쯤 되면 한식인지, 양식인지 경계도 희미해진다. 한식의 경계 확장과 양식의 새 세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동서양이 만난다.
프랑스 격언 한 구절 다시 인용한다. “새로운 음식의 개발은 별을 하나 발견하는 것보다 인류를 더 행복하게 한다.” 한국사람만이 아닌 서양 사람마저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집이니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3) 반찬 : 멸치 짠지는 제 맛을 최대한 살린다. 양념이 들어 있나 싶을 만치 살풋 한 간이 멸치맛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굴전이 상큼하다. 조가비에 놓은 엷은 간장이 맛을 살리고, 무 꼬다리 장식이 우습게도 마법처럼 음식을 서양식으로 보이도록 상차림을 화려하게 한다.
4) 된장국 : 엷게 된장을 풀고, 시금치가 함께 한 평범한 된장국에도 다슬기가 들어 있어 풍미가 예사롭지 않다.
후식 : 마지막 화차도 차림새나 맛이 다 좋다. 허수룩한 맛이나 차림새가 없다.
5) 상차림
먹을 수 있는 온갖 꽃이 다 나와서 음식을 장식한다. 로즈마리를 비롯한 각종 이름 모를 꽃들이 다 나와서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한다. 아산에 있는 세계꽃식물원에 가면 꽃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가지가지 예쁜 꽃이 비빔밥의 부재료다. 고추장에 비비면 별수 없는 빨간 밥이 되어버리지만, 비비기 전 이미 눈에 넣어둔 꽃의 잔영이 식사 끝까지 미각과 같이 한다. 미각과 시각의 공감각은 신선의 밥상을 황홀하게 소화한다.
여기서는 꽃이 비빔밥처럼 한꺼번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차림의 굽이굽이에 한송이씩 함께 한다. 꽃향과 꽃모습은 차반에까지 나와 식사 끝까지 함께 한다. 보는 꽃, 맡는 꽃을 넘어 먹는 꽃이므로 식재료와 맛의 외연도 같이 넓어진다.
게다가 음식과 꽃은 하나같이 품격과 개성이 있는 그릇에 담겨 있다. 삶의 격조가 높아진다. 음식도 상차림도 그 상을 받는 우리의 삶도 다같이 예술이 된다.
4. 맛본 때 : 2017.12.
5. 음식 값 : 점심메뉴 보자기비빕밥 세트/ 제육덮밥 세트 각 15,000, 텃밭상 25,000원 초록여신상 39,000원, 한우불고기상 55,000원, 황태만두국 12,000원 등등
6. 맛본 후
미슈랭 맛집이라는 명성 덕분인지, 서양인들이 절반은 된다.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일본인 남녀는 가이드북을 들고 열심히 식당 안을 들여다본다.
가만히 살펴보면 별별 게 다 있다. 식당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친환경 유기농 식품이 전시물이다. 음식 사진은 조리 후, 식품재료는 조리 전이다. 사진을 현물로 올려놓는 식탁은 책상 같다. 책상?도 의자도 초등학교에서 가져다 놓은 듯한 수수한 모습들이다. 색깔 통일성을 포기하였는데도 편안한 질서가 있다.
항상 집에서 먹는 것만 한식인 것이 아니야, 새로운 한식과 만나 봐.
그러고 보면 한식이 지금처럼 아니 50년대처럼 혹은 70년대처럼 굳어진 것도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멀리는 고춧가루 김치부터가 임란 이후의 일이고, 강권되는 잡곡 들어간 밥상을 벗어나 먹을 거 걱정 없이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된 것도 70년대 들어서다. 우리가 아는 집밥 보통 밥상은 70년대 들어서나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한식은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아니 식생활이 여유로워지면서 진화는 더 빨라진다. 인터넷의 빨리빨리는 한식에도 전이된다. 한식의 빨리빨리는 위를 채우는 음식에서 입과 눈과 코를 즐겁게 하는 오감음식으로 변모한다. 음식도 빨리빨리 예술이 된다. 전라도 음식이 화려한 것은 식재료의 여유에다, 세계 5대 갯벌의 해물이 주는 깊이에다, 완판본의 판소리를 낳은 예술적 바탕과 무관하지 않다.
음식 예술은 쉽게 전국화된다. 이제 위를 채우는 음식에서 오감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음식을 요구하고 있다. 삶의 격조를 음식에서도 구현하고자 한다. 경판본의 고장 서울에서 음식의 전문화, 예술화를 앞장서서 선도한다. 오늘 그 구체적 현장을 본다. 그럼에도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음식, 사람이 주인인 음식을 만난다. 음식상 앞 도란도란 펼쳐지는 얘기판에 꽃밥도 끼어들어 말한다, 당신이 나의 주인입니다.
<한국신명나라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
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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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파프리카 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