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문학기행문
월요일 아침, 이른 새벽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멀리서 오는 회원들 시간에 맞추어 미리 삼천포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을 갈무리하고 차에 올랐다. 내 바쁜 마음을 아는지 탁 트인 고속도로는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부산에서 삼천포까지, 2시간 십 여분 걸리는 거리를 쉬지 않고 내달렸다. 그만큼 나는 오랜 만에 만나는 회원들과의 정겨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드디어 바다 냄새가 향기롭게 콧속을 파고들었다. 아, 얼마 만에 만져보는 신선한 바다 내음인가!
만남의 장소인 삼천포성결교회에 도착하였다. 막 차에서 내려 교회를 둘러보는 회원들과의 상봉, 아~ 난생처음 만남이 이토록 정겨울 수가 있을까? 악수하며 포옹하며 나누는 정겨움 속에서 문학의 꽃도 향기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 시간, 선한생각님은 이미 카메라를 들고 교회 이곳저곳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담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남도에서 맛보는 별미는 투박한 사투리처럼 은근하게 다가왔고, 먼 여로에 고단하고 출출했던 몸들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밥상에 올라온 음식들을 맛있게 해치우고 있었다.
그리하여 구수한 숭늉까지 한 그릇씩 비운 후에 근처에 있는 요산 공원에 올랐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손에 잡힐 듯 바다가 다가오는 곳, 그곳에는 정갈하게 다듬어 지은 문학관이 있었다. 다름 아닌 삼천포가 낳은 유명한 시인 박재삼 님의 문학관이었다.
“어머, 어머!” 문학관 입구에서부터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사진기는 연신 플래시가 터졌고, 발길은 느리게느리게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나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영상시 관이었다. 박재삼 시인의 대표적인 시들을 낭송하기에 좋도록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인데, 나와 수선화님은 아주 그 방에 푹 빠져버렸다. 마음 같아선 자꾸자꾸 낭송을 하고 싶었는데 향기님의 낭송 소리에 기가 죽어 시늉만 내다가 나오고 말았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삼천포에 들른다면 꼭 그 방에 들러 못다 한 시낭송을 마음껏 해 보고 싶다.
공원 끝자락에 있는 정자에 올랐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정자 같았다. 멀리 삼천포 연륙교가 보인다. 수많은 등대들 사이에 한가롭게 떠 있는 섬들, 분주하게 오가는 작은 배들, 항구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삼천포 포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문학인들의 눈이 그런 광경을 무심코 흘려버릴 리가 없다.
화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을 것이다. 수필가는 붓 가는 대로 유명한 문장들을 탄생시킬 것이고, 시인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는 주옥같은 시어들을 쏟아낼 것이다.
삼천포 연륙교를 지나 남해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 번째 길, 삼천포 연륙교를 걸어서 지났다. 최건호 목사님은 그 아름다운 광경이 나폴리보다 아름답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최건호 목사님을 가까이에서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회장을 지내신 분, 우리 성결교단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분이신데, 현역에 계실 때는 늘 거물(?)들과만 어울리시던 분이 은퇴를 하신 후엔 이렇게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과도 어울리시다니, 그것도 오래된 친구처럼 나이를 뛰어넘어 어울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래서 하나님은 공평하신 하나님이시구나!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우리는 한 나절을 웃고, 떠들고, 느끼면서, 감동하면서, 선한 발걸음들을 삼천포 바다 위에, 다도해 바다 위에 도장을 찍듯이 찍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문학 기행에서 삼천포성결교회에 대하여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담임목사님과 성도님들은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었고,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해 주셨고, 문학의 밤 행사에 함께 어울려 주셨다.
그렇게 새색시 첫날밤 지내듯 깨소금 쏟아지던 하루해가 저물어갔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다 지나갔다. 밤늦게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나는 내 마음을 온통 삼천포에 두고 온 것 같아 자꾸만 삼천포 늪에 빠지는 꿈을 꾸고 있었다.
2011. 6. 27
常川 권병대
첫댓글 요건 어디다 꼬불쳐 놨다가 이렇게 살짝 내 놓으신다요? 향기님 향기가 풀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