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골식당>
시청 옆에서 관민 합동으로 만들어낸 음식같다. 식재료도 조리법도 향토적인 음식이 많다. 건어물정식은 특히 조리법이 돋보인다. 창의적인 면모와 전통적인 면모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 맛도 성의도 놓치지 않은 참 좋은 식당이다.
1. 식당대강
상호 : 감골식당
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길 9-3
전화 : 054-933-2416
주요음식 : 꿩탕, 석쇠불고기, 건어물정식
2. 먹은날 ; 2023.12.26.점심
먹은음식 ; 특정식 20,000원
3. 맛보기
경상북도에서 지정한 23년도 맛집에 선정된 집이다. 공공기관에서 지정한 맛집이 오히려 신뢰하기 어려운 집이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집은 명실상부한 집이다. 메뉴를 보고, 상을 받아보면 식당의 공적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단 새로운 메뉴, 전통적인 식재료의 활용 등이 눈에 띈다. '건어물정식', 별로 접해보지 못한 메뉴이다. 약간 달달하면서도 밥과 먹기 적당할 만큼만 간이 되어 있는 건어물 조림, 건어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홍어에서 오징어까지 다양한 건어물로 별미를 만들어내다.
석쇠불고기는 보편적인 메뉴와 식재료에 변화를 약간 주어 신선한 메뉴로 만들어냈다. 석쇠불고기와 건어물정식을 합친 특정식 가격도 저렴하다. 시쳇말로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모든 걸 갖췄다.
석쇠돼지불고기. 우선 돼지고기 자체가 맛있다. 쫄깃하고 탱탱하다. 거기다 불내가 가미되고 맛있는 양념이 가미되었다. 타지 않게 잘도 구웠다. 첩첩이 2층으로 구워 보기보다 양도 많다. 너무 달지 않고 너무 짜지 않으면서 돼지고기 신선한 식감이 잘 살아나 있다.
고기구이도 참 다양해졌다. 바싹불고기, 석쇠불고기, 떡갈비 등등의 이름으로 개발해내어 식객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면서 육류 요리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 식당의 음식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거 같다. 해물로만 충족되지 않는 영양과 식욕을 해결 해주면서 새로운 조리법의 개발로 한식의 확장에 나서는 음식들이다.
단순히 석쇠를 거친 불고기가 아니라 석쇠로 특화한 불고기다. 모양을 잡아 요리하고 앞뒤로 불내가 고루 나고, 서로 엉켜 맛을 전이하고, 졸깃한 고기들끼리 덩이를 이루고 등등, 석쇠불고기 강점을 살렸다. 그러나 깊이 배인 불자국이 없는 걸로 봐서 1차 익힌 고기에 석쇠분위기를 가미한 듯하다. 그래서 검댕이 적은 것은 강점이라 하겠다.
황태, 닭, 문어, 가오리 등등의 여러 재료들을 재웠다 졸여내는 찬이다. 퍽퍽한 맛이 없고 졸깃졸깃하여 씹는 맛이 있고, 맛이 깊게 배인 음식이 씹는 맛을 더한다.
시금치무침. 연한 배추를 더해 무쳤다. 정확히 말하면 배우시금치무침이다. 배추와 시금치의 조합은 처음이다. 의외로 입에서는 잘 받아들인다. 나물이라는 이름아래 묶일 수 있는 채소의 폭이 의외로 크다.
깻잎조림. 건어물 조림의 노하우가 그대로 스민 음식이다. 한장 한장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고유의 식감과 향이 살아 있는 조림,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이다.
총각무김치. 맛도 색상도 좋다. 적당히 익은 것이 사각사각 맛을 최대로 머금었다.
감자조림. 약간 농익어 퍽퍽한 기운이 있다. 감자 품종이 솜씨를 못 담아내는 듯도 하다.
톳무초무침. 내륙에서도 톳을 맛볼 수 있다니, 식재료 이동성에 경상도 해산물 선호도를 보여준느 음식이다. 알알히 튀는 맛은 없으나 먹을 만하다.
연근조림. 그러고 보니 식탁에 조림이 유난히 많다. 식당의 특색이다. 아래 찬까지 하면 4개나 된다. 조림에 특회된 집이다. 조림은 손이 많이 간다. 솜씨도 많이 필요하다. 정성과 솜씨가 다 필요한 찬으로 손님을 존중한다.
역시 사근거리고 간이 적절하여 맛있다.
우엉조림. 이건 경남북 공통이다. 딱 이렇게 썰어 고추장조림으로 만드는 것, 전라도에서는 만나기 힘든 찬이다. 공간 이동을 하면서 음식을 보니 지역 특색이 보인다. 지역 특색을 갖는 음식을 우리는 향토음식이라고 한다. 식재료가 향토적이거나 조리법이 향토적이거나 한 가지만 충족하면 향토음식이다. 이것은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는 향토음식이다. 향토음식이 많아질수록 우리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시래기된장국의 맛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된장국 앞 양념장은 딩기장이다. 보리등겨로 만들어 등겨장이라는 것을 이곳 방언으로 딩기장이라고 한다. 등겨장에 석쇠불고기를 넣고 상추쌈을 하면 시어머니가 앞에 있어도 눈 흘기기 않을 듯하다.
시래기된장국. 된장을 연하게 풀어 묵은 시래기를 넣고 끓인 국이다. 시래기는 식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국은 개운하고 깊은 맛이다. 청양고추를 조금 넣었으면 매콤시원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최고의 맛이다. 간도 진하지 않다.
누룽지탕수.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우리에게 누룽지의 향수가 더 강한지라 이것도 특별한 찬이 된다. 누룽지를 튀겨 탕수를 부었다. 부드러워졌지만 누룽지 향기는 그대로 담겨 있다.
부추전. 치자 색깔이 산뜻하다. 졸깃하고 간이 맞고 맛이 풍성해서 좋다.
4. 먹은 후
1) 시청 주변 음식문화 :
맛있는 집, 역사가 오랜 집을 찾으면 장터나 역참 아니면 시청 근처인 경우가 많다. 장터를 기반으로 역사를 쌓은 집은 주메뉴가 국밥인 경우가 많다. 바쁜 사람들, 별로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은 사람들이 한끼 떼우기에 가장 용이한 음식이 국밥이었기 때문이다. 담양의 창평국밥, 안성의 안일옥, 평택의 파주옥, 군포의 군포식당 등등이 모두 장터나 역참에 있는 집들이다.
장터는 우시장이나 도축장을 끼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장에서는 소고기 판매가 이루어지고, 근처에서는 소고기를 조리하는 식당이 있다. 수원 화성의 연포갈비, 함평의 화랑식당 등등인데 오랜 노포인 경우가 많다. 수원갈비도 한양 도성에서 도축을 금지하여 커진 수원의 도축장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오늘 이 감골식당은 이와는 다른 배경이다. 장터나 역참이 아닌 시청 부근이기 때문이다. 시청 직원들은 주변 식당의 노른자위 고객이다. 언제나 외식을 하면서 비교적 쏠쏠한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영란법 등 덕분에 소비가 제한되었지만 이전에는 향응에도 자유로운 편이라 주변 상권을 키우기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어디나 시청 근처에는 맛집이 많다. 장터와 시청을 모두 끼고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이 집은 시청 근처에 있다. 나주의 곰탕집 하얀집도, 무주의 어죽맛집 금강식당도 군청 근처이다.
감골식당은 시청 근처에 있으면서 품격과 향토성을 가진 음식을 제공한다. 소문이 나서 대구로 진출하여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이 문화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영역이다.
2) 꿩탕
이제는 민요속에나 있을 법한 꿩탕을 실제로 요리하는 집이다. 제주에 가면 아직도 꿩요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꿩 대신 닭'을 쓴 지 오래 된 식재료를 아직도 현재형 한국음식으로 조리하는 식당에 경의를 표한다. 충청도 수안보에 가면 만날 수 있어서 함께 꿩요리 계승과 발달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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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등하불명이라더니 대구 가까운 성주에 이런 맛집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에 꼭 들러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