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이다. 따라서 암벽등반을 1년 내내 할 수 있다. 부산의 주 암벽등반 대상지는 금정산 부채바위·무명암·대륙봉을 꼽을 수 있지만 송도 암남공원과 가덕도 해벽도 인기 만점이다.
암남공원 해벽은 예전에는 군사지역으로 통제되었으나, 1996년 3월 해제되어 관할구청인 서구청에서 공원으로 본격 개발했다. 암남공원은 바다를 끼고 작은 산을 이루고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개발된 오솔길은 송도해수욕장에서 감천항까지 아주 뛰어난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암남공원 해벽은 김철규씨가 낚시광인 친구에게 정보를 얻고 답사 후 개척한 곳이다. 개척 초기에는 관할구청의 눈초리가 따가웠다고 한다. 그러나 낚시꾼들이 버리거나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를 매일 자루에 담아 치우는 등 철저히 관리하는 모습에 감명 받은 구청에서 루트 개척을 묵인하게 되었다.
이곳은 총 3개의 암장으로 구분되며 암장마다 개척한 산악회가 다르다. 주로 한두 피치로 이어지는 루트들로 1998년 12월부터 1999년 6월까지 약 7개월의 작업 끝에 30여 개 루트가 탄생했다. 각각의 암장은 100여 m씩 간격을 두고 있다.
3개의 암장 모두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공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암장은 ‘거북암’으로 총 15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중간 부분에 있는 상어암에는 11개, 마지막 고래암에 6개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바닷물이 빠질 때면 거북암과 상어암 사이를 편하게 왕래할 수 있지만 물이 찼을 때는 신발을 벗고 바닷물을 건너야 한다. 바위 하단부를 끼고 가는 것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클라이머들은 무난한 구간이다.
거북암은 부산개인택시연합회의 윤재환, 우한길, 오성규씨 등이 개척했고, 상어암은 김철규씨가 주축이 되고 우한길, 이춘우씨 등이 개척했다. 고래암은 부산 한국벽우회의 한상훈, 유동일, 정민섭, 황순원씨 등이 개척했다. 거북암 개척자들은 개인택시연합회 회원들로 쉬는 날은 물론 평일에도 바위에 매달려 작업했다. 고래암 개척자들은 한국벽우회 회원들로 유동일씨와 황순원씨는 기관사가 직업이다.
개척 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낙석 제거 작업이었다고 한다. 주로 자주색을 띤 바위층이 작은 각을 이루면서 낙석이 되는데, 헬멧 착용이 필수다. 개척 당시 고래암에 걸려 있는 승용차만 한 바위를 제거하는 데 꼬박 3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거북암은 초중급자들의 루트이며 접근이 쉬워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중간 볼트와 마지막 확보지점을 보수해 안전한 등반을 할 수 있으나, 이밖에 상어암과 고래암은 볼트가 노후되고 바위 표면의 작은 돌들이 떨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을 때는 헬멧이 필수며 볼트도 안전한지 재점검이 필요하다.
송도 암남공원 거북암 개념도
부산 암남공원 해벽 루트 소개
거북암 초중급자가 즐길 수 있는 한 피치 해벽
거북암으로 가려면 공원 입구 산책로의 구름다리 쪽으로 들어선다. 구름다리는 공원 입구 주차장에서 400m가량 떨어져 있다. 산책로는 널찍하게 잘 닦여 있고 길 왼쪽에는 파이프 울타리가 쳐 있다. 왼쪽(동쪽)은 해안으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구름다리를 약 20m 앞둔 지점에서 왼쪽 울타리를 넘어 밑으로 내려간다. 사람이 많이 다녀 길이 잘 나 있고 급경사 지대에는 슬링이 묶여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약 30m 더 내려가면 거북암의 볼트가 보인다.
거북암은 해변에 닿아 있다. 물이 빠지면 모든 루트를 직접 바닥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물이 찼을 때는 몇 개의 루트를 옆으로 횡단해야 등반이 가능하다. 루트들은 한 피치 18m 정도이며 페이스와 오버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적 쉬운 루트들로서 초중급자들에게 적합하다.
암장의 이름은 주로 바다를 상징하는 거북암, 상어암, 고래암 등으로 되어 있다. ‘돛단배’, ‘새우등의 고래’, ‘잠수함’, ‘물개’, ‘쉬리’ 등 루트 이름 역시 물과 관련된 것들이다. 바위에 크랙이 없어 프렌드는 필요 없고 퀵드로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바위 표면에 돌기가 별로 없고 작게 각이 지거나 세로 혹은 언더홀드가 가로로 띠를 형성하고 있다. 등반을 마치면 마지막 확보지점에서 직접 하강하게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초중급자들의 루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 암남공원 해벽의 대표적이며 인기암장이다.
상어암 수직벽과 오버행 해벽…관리 안 돼 불안
상어암은 산책로 구름다리 건너 왼쪽 철계단 중간쯤 꺾인 지점에서 난간 너머 오른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이 길을 따라 200m쯤 횡단하면 상어암이 나온다.
상어암은 수직벽과 오버행을 이루고 있는 중상급자 루트들이 많다. 피치당 12~23m 길이의 루트 11개가 있다. 또한 오버행 형태의 바위에 볼더링 루트(7m)가 2개 개척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비교적 짧으면서도 재미있다. 암장 밑에는 넓은 완경사의 바위가 있어 휴식에는 그만이다. 대부분 오버행을 이루고 있으나 비교적 홀드가 확실하여 재미있다. 현재 국내 클라이머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5.10~5.12급 난이도다. 이곳 역시 크랙이 없어 프렌드는 필요 없고 퀵드로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로프는 60m 1동이면 가능하고 마지막 확보지점에 고정 링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15년 넘게 확보물이 관리되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고래암 고도감을 느끼며 해안 절경 만끽
고래암은 상어암에서 왼쪽으로 약 70m 떨어진 곳에 있다. 해벽 하단부 급경사 지역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구름다리를 지나 제1휴게소에서 고래암으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어차피 상어암에 들를 바엔 상어암에서 직접 고래암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고래암은 3개 암장 중 가장 큰 바위다. 높이 60m, 폭 50m가량이며 페이스와 오버행을 이루고 있다. 총 6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는데, 3개 루트는 한 피치로 끝나고 3개 루트는 두 피치까지 이어진다.
난이도는 5.10~5.11급으로 중상급자들에게 적합하지만 제2피치까지 등반할 경우 고도감이 대단하다. 제2피치 구간에 오버행이 많으며 제1피치만 등반할 수 있다. 이곳 역시 낙석의 위험이 많으므로 필히 헬멧을 착용해야 하며 프렌드는 필요 없다. 로프는 60m 2동, 퀵드로는 17개 이상 필요하다.
부산 송도 암남공원 찾아가는 길
부산 송도 암남공원은 시내에서 송도해수욕장 입구를 경유해 진입한다. 공원 입구에 바다를 끼고 대형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암장까지는 약 10분 소요된다. 이 일대는 군사시설 지역이었던 관계로 암장 부근과 공원 전체가 야영이 금지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 공원 입구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간 다음, 작은 출렁다리 20여 m 못미처에서 좌측 해안 쪽으로 60여 m 내려가면 우측으로 거북암이 보인다.
상어암으로 가려면 작은 출렁다리를 지나자마자 좌측 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내려간다. 가파른 길을 내려가서 300여 m 우측으로 이동하면 상어암이다. 고래암은 이곳 상어암에서 좌측으로 70여 m 이동하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