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 울린 항일음악전사 정율성 ＜중＞...조선의용대 간부로 화북지역서 강력한 무장 투쟁 (전남일보)

[이국언]

조선의용대 간부로 화북지역서 강력한 무장 투쟁

● 대륙 울린 항일음악전사 정율성 <중>
매형 주도한 '해맹' 특사로 중공 근거지로 이동
연안시절 2년간 창작 매진 '연안송'등 작품 남겨

입력시간 : 2012. 10.23. 00:00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내에 부착된 정율성 작곡의 '팔로군 군가' 악보 동판.

상해에서 크리노와 교수로부터 성악 교육을 받던 정율성은 1937년 중국 공산당의 근거지 연안으로 들어간다. 연안은 중공 지도부의 마지막 근거지로 대장정의 종착지였다.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민족주의 진영의 '조선혁명정치군사 간부학교'에 입학ㆍ졸업했던 그가 왜 공산진영으로 가게됐는가는 미스터리다.

정율성의 연안 행은 혈연적 요인과 정치적 조건이 결합된 결정이었다. 율성은 1935년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요원과 달리 남경에 남아 선전공작업무를 맡았다. 군사학교 2기생들이 국내에 침투, 항일조직을 구축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어찌 보면 본류에서 벗어난 2선 임무로 보여 진다. 2선에서 활동하던 율성은 음악학습과 함께 매형이 참여했던 '조선민족해방동맹'(해맹)에 가입한다.


1936년 상해에서 조직된 해맹은 △반일 투쟁역량 집중 △전 민족 통일전선 건설 △일제 타도와 민족해방 쟁취 등을 목표로 삼았다. 주요 인사는 김산 (님웨일즈 '아리랑'의 주인공), 박건웅(정율성의 매형으로 누나 정봉은의 남편), 운암 김성숙 선생 등이다. 독립기념관 전 연구원 양영석 씨는 '조선민족해방동맹의 노선과 활동'이란 논문에서 "해방동맹은 전 민족적 반일투쟁을 위해 해외 각 독립운동단체의 통합을 추구했으며, 계급혁명이나 사회혁명에 앞서 민족혁명, 즉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여 민족해방을 쟁취하는 것을 최선결 과제로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해맹은 중국 진보 사회진영과 연대를 시도했다. 이런 시도의 핵심고리는 김성숙 선생의 중국인 아내 뚜쥔후이였다. 그녀는 1928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원로 당원으로 30년대 당시 상해 여성구국회의 지도자였다.

해맹과 정율성, 뚜쥔후이의 만남은 급속하게 정율성을 중국 진보진영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율성의 연안 행은 해맹의 특사였다는 게 연구자들의 시각이다. 율성에 앞서 김산이 연안에 들어갔지만, 스파이 혐의로 총살되면서 해맹과 연결 끈이 사라지자 율성이 이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정율성은 초기 민족주의 진영에서 매형의 사상적 노선에 따라 중국 공산당과 한 배를 타게 된다. 1937년 서안을 거쳐 연안에 들어간 정율성은 무장 투쟁 보다는 음악에서 그의 천재적 재능을 발현한다. 그는 섬북공학(陜北公學)을 다니다 1938년 3월부터 8월까지 노신예술학교에 공부했다.

노신예술학교에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게 되는 전 후 시기에 불멸의 명곡을 쏟아놓는다. 이때 '유격전가'(1937) '연안송' '10월혁명행진곡' '삼림에서''항일돌격운동가' (이상 1938년), '연수요' '생산요' '팔로군대합창' '아랑에게'(이상 1939년) 등의 작품을 내놓는다. 즉 정율성 음악의 2대 대표작으로 손꼽는 '연안송'과 '팔로군대합창'이 이 시기에 창작됐다.

노신예술학원을 졸업한 율성은 그 후 '항일군정대학' 정치부 선전과에 음악 지도원으로 배치 받았으며 이때 '시월혁명 행진곡' '항일돌격운동가'등을 작곡했다.

연안에서 음악적 고봉을 이룬 정율성은 1940~41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1940년 봄 항일 무장세력인 조선의용군의 최창익이 제2구대 전위동맹 출신들을 이끌고 연안에 들어온다. 이어 조선의용군은 창설 2주년을 맞아 1941년 1월 화북지역으로 이동, 최전방에서 일제와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이 때 정율성은 조선의용대 화북지대의 섬감녕지구 초대회장을 1941년7월부터 1942년 7월까지 맡는다.

정율성의 30년대말~40년대 초 행적을 요약하면 중국진보진영과 결합-연안행- 음악창작-조선의용군 간부 등이다. 즉, 율성은 연안 초기 2년여 동안만 음악 활동을 했을 뿐 나머지 시기는 조선의용군에서 무장투쟁을 벌이거나, 항일 무장학교에서 학사행정을 펼친 것이다.

베이징에서 만난 외동딸 정소제씨는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 중국에 온 것은 고향이 일본의 식민지로 돼 버리고, 언어가 없어졌으며, 사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면서 "조선의 애국자들과 함께 민족의 독립, 민족의 존엄을 쟁탈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타향에서 투쟁했다"고 말했다.

그를 혁명음악가로 보는 시각은 중국인의 눈이다. 우리의 눈으로 그를 본다면, 정율성은 중국 대륙에서 투쟁한 '항일음악전사'이다. 연안과 태항산맥을 오가던 율성은 일제 멸망의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글ㆍ사진 베이징=이건상 기자

정율성 연보 2
1936~1937	조선민족해방동맹(해맹) 가입 활동
1937.10월초	서안 팔로군판사처 도착
1937.10	해맹 특사자격 연안행  도착
	섬북공학 입학 및 졸업
1938.3~8	노신예술학원 재학
	대표곡 <연안송> 등 작곡
1938.9	정율성 항일군정대학 음악지도원
1939.7	노신예술학원 성악교수
1940. 2	정율성-정설송 교제 제한 조치
1941.1.10	화북조선청년연합회 창설
1941.7.7	조선의용대 화북지대로 개편
1941.7~1942. 7	정율성 섬감녕지구 초대회장
1941.8	조선의용군 간부훈련반 개설
1941.10.26	동방 각민족 반파시스트대동맹 창설
1941.11	정율성-정설송 결혼

지난5월 창설 정율성음악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