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성실한 재현에서 주체적 남다름으로
을숙도 문학상 본상에 김 명옥, 우수상에 고승호, 설상수 시인
신 진(시인, 문학평론가)
‘을숙도문학상’ 본선에 오른 분들 중 세 시인의 작품은 상 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건 물론, 일정 수준에 오른 작품들이란 점에서 안도감을 주었다. 우열을 따져 수상자를 정하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고승호 시인의 작품들은 한마디로 시적 성실성이 돋보였다. 깎고 다듬으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시는 남들도 느낄 수 있는 바를 잘 재현하는 데 치중했지, 그것을 주체화, 서정화 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하였다.
설상수 시조시인의 시조들 역시 마찬가지. 을숙도 주변 곳곳의 정취를 아주 잘 표현했고, 풍부한 어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숙련도 돋보였다. 하지만 이 분 역시 주체적 시의식, 창의적 인식의 체험이 우러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김 명옥(明玉) 시인의 작품들은 작품들의 수준에 편차가 있다는 점이 흠으로 지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체적 상상 속에 대상을 용해하는, 재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남다름의 현현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알락오리,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 넓적부리/유독 흰 날갯짓을 퍼덕이는 큰고니// 낙동강은 그들의 부리가 닿을 때마다/어린애처럼 까르륵거리며/먹이를 흘려보낸다>와 같이, 겉으로는 모순되는 언어들을 통해 화자 내면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남다름이다. 이 남다름의 사회화야말로 시의 본질이자 현대시의 특징적인 자질이라 할 것이다.
고심 끝에 심사위원 일동은 김명옥 시인을 본상 수상자로 하고, 고승호, 설상수 두 시인을 우수상 수상자로 정했다.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의 박수 보내며 문운과 건필을 빌어마지 않는다. 공정한 심사를 이끌어주시고 우수상 수상자를 두 분으로 하는 데에 동의해주신 주최측에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