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역사기념관>
화성 매향리,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충격이 너무 커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런 곳을 모르고 있었다니, 역사의 무지가 부끄럽기도 하련만 충격이 수치심을 가리고도 남아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뛰는 충격만이 감지되었다.
탄환을 작품처럼 장식 삼아 늘어놨는데, 이것이 총의 탄환인지, 박격포 탄환인지, 비행기 미사일인지, 다양하고도 엄청나게 많은 탄환에 무지한 분별력이 그나마 작동을 멈췄다. 탄환은 누군가가 넓은 공터에 늘어놓다가 쌓아 놓다가 걸어 놓다가 지친 거 같았다. 녹이 슬어 어떤 것은 창자도 드러나 있었지만 살인 흉기의 위협은 여전히 뿜어내는 듯했다.
마치 나 자신이 녹슨 탄환 앞에서 한낱 하찮은 인간의 목숨으로 전시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막상 전시관은 문을 열지 않아 들어가보지도 못했는데 밖의 전시품만으로도 충격과 공포가 압도적이었다. 공포와 분노와 수치, 온갖 부정적 감정이 격렬하게 밀려나와 어지러운 가운데도 어디선가 하나쯤 녹슨 폭탄이 곧추서서 터질 거 같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미군의 사격장이라고? 6.25때 북한군 공격을 위해 연습하던 공간이라고? 북한군의 1.4후퇴로 인한 재침공을 제지하기 위해 다시 판견된 미군이 폭탄 투하 연습을 하던 곳이라고? 충격의 연속인 파편적인 정보를 뒤로하고 무심하게 사는 오늘을 돌아본다.
전대미문의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만나서 더 공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대도 정신 차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찬찬히 알아보자.
위치 :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666-4
방문일 : 2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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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격장은 매향리 쿠니 사격장이다. 1951년 8월 매향리 앞바다의 농섬을 포적으로 폭격 훈련을 하면서 사격장이 되었다. '쿠니'는 이곳 이름 고온리의 영어 이름이다. 사격장은 주민들의 항거로 2005년 8월 54년만에 폐쇄되었다.
주민들은 땅을 헐값으로 징발당하고 오폭으로 죽거나 다쳤다. 소음공해와 주택파괴의 피해도 이어졌다. 농섬의 울창한 숲은 폭격으로 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주한미군은 역사관에 전시할 유물 자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평화생태공원에는 사격장 관련 자료와 사격장 훈련 부대 장비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사격장은 매향리와 인근 해상의 728만평의 광활한 공간이다. 이중 일부 57만평방미터 정도가 드림파크, 평화생태공원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평화생태공원 내에는 미군 위병소, 장교막사, 사격장 등등 관련 시설을 21년까지 복원하고 화성 지역의 상징적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관련 신문 자료 등 참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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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드림파크는 어느 정도 지어졌고, 평화생태공원은 이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관과 공원이 조성되면 현재 전시되고 있는 이곳 탄환 등의 자료들도 옮겨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멀지 않은 곳 10킬로도 안 되는 곳에 궁평항이 있다. 어선들로 활기가 찬 어항으로 상당한 규모이다. 낚시를 위해서 혹은 산책을 위해서 바다 위로, 바닷가로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바다 위로 난 길은 바다 한 가운데를 향하고 있어 시원의 길로 접어드는 느낌이 든다.
바닷가 산책길 데크는 아름답게 설계된 낭만적인 길이다. 밀물이 되면 아래 다리의 발은 잠긴다. 썰물이 되면 아래 갯벌길에서 모래사장으로 이어지는 길도 걸을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실용적인 궁평항 근처에 이런 사격장이라니 믿을 수 없는 부조화다. 무심히 사는 오늘의 내 일상이 이런 희생과 공포 덕분이었다니 부끄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궁평항의 생활과 풍광은 이런 희생 덕분에 지켜진 우리의 일상이다.
이곳 역사기념관을 보고 나면 일단은 궁평항에 들러 데크길을 걸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기를 권한다. 일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희생도 헤아려보자.
*탄환으로 만든 설치미술이 전시되어 있다.
#매향리사격장 #매향리역사박물관 #화성가볼만한곳
*궁평항 아름다운 데크길. 썰물로 아래 바다를 막은 길이 드러났다. 밀물 때는 배가 다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