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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13. 09.28(토) / 팔당역1번출구(10시)
▣ 참 석 자 : 13명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재홍, 경식, 원무, 재웅, 전작, 정한, 문형, 영훈, 양기)
▣ 산행코스 : 팔당역(1번출구)-팔당2리-예봉산장-율리고개-예빈산(직녀봉)-견우봉-승원봉-천주교묘지-능내리(뻐스정류소)
▣ 동 반 시 : "심장이 아프다" / 김남조
▣ 뒷 풀 이 : 삼치회,전어회,전어구이와 매운탕에 소주와 맥주 / 가락시장내 식당 < 최영수 친구 삼치회 공수 제공 >
시산회 산행을 바쁜 일로 몇 번 빠져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시산회 기자의 의무를 몇 번 연기하다보니 은근히 부담되었다. 오늘은 꼭 참석해서 멋지게 기자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기대감으로 일찍 집을 나섰지만, 상봉역 플랫트홈에 간신히 정시 도착. 정남, 경식 산우를 만나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는 전철에 몸을 싣고 약속장소인 팔당으로 출발하였다. 중앙선 전철은 더욱더 복잡해가고 있으나 서비스개선은 뒤따르지 못해 아침부터 진땀을 빼야했다.
팔당역 광장에 도착하니 전작 회장님, 조문형 총장님 외 7명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오늘의 등산 코스를 의논하고 있었다. 산우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1~6코스 중 4코스를 선택하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사정에 따라 늦은 종화 친구는 예빈산 중턱에서 만나기로하고 12명의 산우는 개천이 흐르는 한적한 소로를 따라 갔다. 팔당댐이 있어 그런지는 알 수 없어도 늘 예빈산 산행은 날씨가 화창한 적이 없고 비가 오거나 내릴 기세다.
조금 올라가니 밤나무 숲과 참나무 숲이 뒤엉켜 밤송이와 도토리가 널려있다. 등산객 일부는 밤을 줍기도 하면서 산에 오른다. 요즈음, 국립공원에서는 열매나 산채나물 등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당연히 산짐승의 먹이를 보호하겠다는 차원도 있겠으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가을에 버섯을 채취하여 먹음으로써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가. 요즘은 인심이 각박해져 사유지의 산에서 나물 등을 캐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절도죄에 해당되어 처벌을 받거나 국유지인 경우는 과태료를 물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빈산 코스는 예봉산 코스에 비해 호젓한 시골길을 가는 느낌이 좋은 조용한 코스였다.
조금 가다보니 초로의 두 여인이 있어 마침 우리도 쉴 시간이 되어 앉았는데, 서정주 시인의 국민시‘국화 옆에서’에 등장하는 먼 길 돌아와 우리 옆에 앉은 누나처럼 아련한 마음을 갖게 하면서, 가을의 향기를 은근하게 내뿜는 두 양평 여인과 즐산의 안부와 함께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다. 그녀들이 따라준 커피 맛은 아직도 향기가 그윽하다. 자연은 이렇게 서로 모르는 사람도 동화하게 하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단풍이 들기 전의 활엽수와 사철 푸른 침엽수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거진 숲을 따라 능선을 향해 난 길을 쭉 올라가니 말안장처럼 부드럽게 내려 앉은 능선의 너른 터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밥시 직전인 11시 30분이다. 마침 종화가 팔당역에 도착했다며 반갑게 전화를 걸어왔다. 늦더라도 기어이 따라오는 종화를 생각했음인지 주위에 목소리 큰 산우가 더 올라가도 정상 부근의 너른 공터를 빼고는 한적하고 너른 공터가 없다며 종화를 기다리면서 여기서 식사하자고 고집을 피운다.
내 생각에는 옳은 의견인데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결국에는 항상 현명하게 판단하는 전작 회장님이 결정하여 그곳에서 식사하기로 하여 깔판을 정리하고 오손도손 둘러앉았다. 주변보다 낮은 능선에는 바람이 통과하는 길목이므로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으스스 춥다. 모두 벗었던 겉옷을 껴입으니 한편으로는 선선해서 좋다.
피자처럼 생긴 조영훈표 영양떡이 별미 중 별미로 손꼽는데 떡 크기며 갯수도 정확히 맞게 가져와 무척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영훈 친구! 항상 모시잎떡을 가져오는 해황 산우의 대타 만루홈런이네. 오늘의 기자로서 산행의 등반시 김남조 시인의 ‘심장이 아프다’를 나즈막한 목소리로 낭송하게 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큰 영광이었다. 기자는 다음 산행의 동반시를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하니 어떤 시를 동반할까 생각해보련다.
사랑의 마음은 심장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고 한다는 게 정설이다. ‘사랑’하면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늙었다고 사랑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래 살다보니 사랑의 그리움도 생기고 혹은 사랑으로 인한 아픔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회한과 고통이 없는 삶도 없으니 항상 먼저 알아차리는 심장은 고달픈 장기다.
문형이가 가져온 복분자즙에 섞은 본분자막걸리와 내가 가져온 포도주를 마시며 즐거운 식사 시간의 도중에 나온 정남 부부의 잠자리 얘기에 모두 배를 잡고 웃는다. 비교적 진지한 편인 그가 언제부터인지 왜 그렇게 자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나 자기 부부는 아무리 싸워도 각 방에서 자본 적도 없고 코를 골아도 한 사람이 침대 밑에서 자지도 않는단다. 덩달아 산우들 입에서 나오는 그런 류의 상스럽지도 외설스럽지도 않은 은근한 얘기에 서른 번은 웃었을 것이다.
모두 인격적으로 완성된 친구들이라 나이 들어 나오는 부부 관계의 얘기는 식사 시간의 소화제 역할을 뛰어 넘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 일방적인 얘기거나 한 쪽으로 치우친 화제는 우리 사이에도 고개를 돌리게 하지만 점점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우리들은 참으로 곱게 늙어가는 산우들이다. 카톡을 통해 보내주는 문자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주제는 늙을수록 마음이 동화되어 가는 친구들의 중요성에 관한 것들이다.
요즘 아침에 미디어 매체를 통해 나오는 소식 중에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외롭게 죽었다는 것인데, 최근에 5년이 지나서야 백골로 발견되었다는 노여인의 뉴스는 우리를 매우 우울하게 한다. 대가족제도가 무너지면서 1인 가정의 수는 급속하게 늘어가고 2050년이 되면 가정의 반이 넘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는 우리를 끔찍하게 한다.
최근에 행운의 절반-친구(스탠 톨러 지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1부, 나는 누구의 친구입니까? 2부, 나는 친구와 진심으로 대화합니까? 3부, 나는 친구가 잘되기를 바랍니까?의 3부로 이루어진 책인데 전체를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역시 친구가 최고다’이다. 친구 사이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친구 때문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결국은 같은 눈높이에서 살고 미움의 사슬도 풀어가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지키면 어울림의 미학으로 완성된다는 결론을 조용히 감동적으로 내린다.
도서관에 가면 행복을 주제로 하여 쓴 책이 수 백 권을 넘는다. 그러나 그 많은 책들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많아야 열 가지를 넘지 않는다. 그것들을 다 가지고, 이루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중에 하나와 둘, 셋은 우리들 가까이 있으니 시산회 산우들과 즐겁게 산행하고 맛난 음식으로 뒤풀이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세 가지의 행복을 가진 사람들이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나의 장인상 때 조문을 와 준 친구들과 최근에 정남의 큰딸 결혼식 때를 봐도 우리는 서로가 외롭지 않게 친구가 되어주므로 외롭지 않고 행복한 사람들이다.
능선 중에서 말안장처럼 푹 꺼진 곳에 해당하는 곳은 쌀쌀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화기애애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종화가 숨차게 올라온다. 모두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를 내준다. 그를 위해 남겨둔 음식을 꺼내 그때까지 남은 막걸리를 처리하던 정남, 재홍 산우가 종화와 함께 어울리며 남아 있는 마지막 음식까지 먹어치우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다 그친다.
식사하고 나니 몸이 으스스 추워온다. 주위를 간단히 정리하고 “먹었으니 내려가자”는 소수의 먹산회 원칙론자들의 반대를 전작 회장님이 단호하게 물리치고 예빈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니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식사 후 바로 오른다는 게 생각보다 무척 고통스러웠다. 앞으로는 가급적 서로 양보해서 하산코스를 잡아 놓고 정상에서 식사했으면 어떨까?
가을이 성큼 다가온 요즈음에 시산회 초창기 때 무박으로 설악산을 산행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무리한 산행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산행을 즐겁게 음미하면서 여유 있게 자연과 동화하자는 것이 우리에게 맞는 수준의 산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빈산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견우봉을 지나 전망이 좋은 승원봉에서 북한강, 남한강, 경안천, 두물머리를 멀리서 한눈에 바라보니 한 폭의 산수화보다 아름답다.
산수화를 배경으로 단체사진 인증 샷. 현대나 조선시대 화가들은 이곳이나 운길산 수종사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탄하며 수많은 그림을 그렸으리라! 양수리 주위 유명 음식점과 카페를 내 집처럼 열심히 다녔던 과거가 사랑의 감정과 함께 찬란한 주마등처럼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지금도 여전히 강변 주위 드라이브코스가 멋있지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뒤로 하고 계속 내려오니 멀리 다산 정약용 묘역과 박물관과 팔당댐이 보인다. 이런 절경을 앞에 두고 내려오니 힘들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산우들이 무미건조한 예봉산보다 예빈산을 자주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천주교 묘원에 도착하니 수많은 묘소가 산 정상까지 가득하다. 장례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선하고 발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지금 우리 나이에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건강하게 99세 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으면 자식들에게 최고로 좋겠지만 마음뿐이다. 20년 이상은 넉넉하게 남아 있을 제2의 인생을 위해 건강을 위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영훈 산우와 나로도에 있는 동창 최영수가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작당 모의하였다며 가락시장으로 이동하자고 한다. 삼치회가 준비된 가락시장에서 가을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기름기가 가득한 전어구이와 전어회, 조영훈 산우의 부탁으로 최영수 친구가 나로도에서 보내준 삼치회로 산행 쫑파티, 넘버 원! 그날 건배는 몇 번이나 했던가? “즐기세, 그라세!”를 몇 번이나 외쳤던가? 참석하지 못한 산우들에게 미안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특히 가까운 곳에 있는 기세환 산우를 부르지 않은 것은 더욱 미안한 일이다. 친구여 다음에는 잊지 않고 부를게. 우리에게 그 귀한 삼치회를 맛보게 해주겠다는 간절한 일념으로 집에서 가락시장까지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가져온 조영훈 산우에게 산행기를 통해 무한한 우정의 감사를 올린다. 산우들이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최영수 친구에게 매우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2013년 10월06일 이원무 씀.
< 동반시 >
"심장이 아프다" / 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