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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선터미널에는 비렁길을 만나러 가는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북적인다. 노선 운영이 어려웠던 얼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남쪽으로 약40km 떨어진 섬이다. 해안가 기암절벽과 울창한 활엽수림이 조화를 이루고 관광객과 등산객의 발목을 잡는다.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여름 휴양지로 제격인 직포해수욕장이 있으며, 인근에는 300년 이상인 해송들이 작은 숲을 이뤄 시원한 그늘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금오도(金鰲島)는 '등산의 섬'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라를 닮았다는 금오도. 가장 높은 곳은 매봉산 정상으로 해발 382m이다. 금오도는 독특한 등산 코스로도 유명하다. 4시간 정도가 걸리는 등산로에는 동백나무, 소나무, 소사나무가 울창하게 우겨져 삼림욕에 안성맞춤이다.
요즘 한창 많이 찾는 금오도 비렁길은 함구미 마을 뒤편의 산길에서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18.5km의 코스다. '벼랑'의 사투리인 비렁은 선착장에서 내려 오른쪽 길의 담벼락에 새겨진 '비렁길'이라는 글귀로 시작된다. 비렁길의 숨은 매력은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있는 가녀린 소사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길이다. 빽빽한 나무 틈새로 보이는 작고 잔잔한 바다풍경에 감탄사가 절로난다. 보행자의 편리를 위해 설치해 놓은 나무 데크 아래로 금오도의 푸른 바다가 아찔하게 눈이 부시다.
금오도의 산행의 즐거움은 동백꽃과 다도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능선에 서면 탁 트인 여수 앞바다와 개도, 사도, 돌산도 등 여수를 대표하는 여러 섬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망산 봉수대는 금호열도 어느 곳에서나 다 보이며, 망산에서 보는 해돋이와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가 장관을 이룬다.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검바위 코스를, 매봉산과 칼이봉, 옥녀봉 등 7~8개의 산봉우리를 모두 거치는 종주코스는 함구미에서 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 더구나, 함구미 포구에서 마을을 지나 전망대에 이르는 1.6km 길이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로 누구나 쉽게 산 정상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서 더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다.
나로도 우주선의 발사장면을 감상할 수 있었던 새로 지어진 전망대가 있는 이곳은 전라남도가 선정한 관망지점 16곳 가운데 하나다. 올라왔던 길이 힘들었다면 전망대부터는 시작되는 능선 길은 봉우리 사이의 높낮이가 크지 않아 수월하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등산 후 결코 빠트릴 수 없는 맛도 있다. 이름도 생소한 군소다. 우학리 바닷가의 돌 틈에서 잡히는 군소는 군청색 색소를 뿜어 자신을 보호하는 독특한 연체동물이다. 머리에 한 쌍의 더듬이가 있어 바다의 토끼로도 부른다. 향과 식감이 독특하여 여수사람들은 내장과 색소를 빼고 삶아 초장을 찍어 먹는데, 여수의 산행을 즐긴 만큼 한 번쯤은 맛을 보아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이 섬에 발을 디딘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해안도로다. 최근에는, 금오도 남쪽 '함구미'에서 섬 중심부에 위치한 '우학리 우실'까지 총 14km를 해안도로로 연결했다. 이런 독특한 풍광과 맛을 감상하다보면 자꾸 발걸음이 느려져 예상보다 산행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매봉산 등산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등산 코스마다 마을로 바로 이어지는 하산길이 연계되어 있어 산행 도중에 무리 없이 하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남녀노소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산행을 즐겨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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