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를 처음 들었던 건 중학 졸업을 앞둔 겨울밤이었다.
'지익~ 직~' 익숙한 노이즈가 정겹던 Lp판 제법 불량기 있었던 친구집에 모여 제각각 담배를 피워물던 어느 순간 갑자기 이 음악이 귓속으로 들어와버렸다.
그후.. 며칠 내내 담배를 피러 옥상에 올랐었다. 길고 긴 겨울밤의 바람은 세찼고 주변은 사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고 조용했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분명 주변은 어둡고 조용한데.. 내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것 같은데 머리속에서 이 음악이 다시 울려오고 있었다.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와 나의 첫교감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 Ombra Mai Fu - Gary Karr >
먼저.. 'Gary Karr'의 연주를 듣는다.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덕에 많은 사람들에게 '헨델'은 아직도 '음악의 어머니'로 인지되고 있다.
그런 G F. Handel(1685-1759)에게는 두 곡의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가 있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하나는 바로 이 곡.... 오페라 '세르세(Serse)'의 'Ombra Mai Fu(나무 그늘 아래서)' Largo가 원전이며....
또 하나는....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 오페라 '리날도(Rinaldo)'의 제 2막 제 4장의 알미레나의 노래다.
아마 클래식에 크게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이 두 곡은 쉬 들어왔고 또 듣고들 있을 것이다.
< 창원 경화역.. 누가 주인공일까? ^^;; >
꿈이란 오로지 사라지기만 하지는 않는다. 육체 또한 오로지 낡아가기만 하는 건 아닐 거다.
우연과 필연의 선상에서 퇴색한 시간의 터널을 지나 끝내 사라지고 낡아가면서 단 한번의 소중한 생에 새겨놓았을 혹은 남겨놓았을 그 비밀들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세상에 그냥 사라지기만 하는 건 드물다. 아니.. 결코 그럴 리가 없다.
그러니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아다오.
저리 간절히 노래하고 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잊지말고.. 기억해 달라고..... .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고 또 함부로 살지 않는 일이다.
이미 한낮은 뜨겁다. 곧 6월.. 벌써 5월이 간다. 6월은 우리에겐 '개똥벌레'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반딧불이'가 깨어나는 달이다.
반딧불이는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 암수가 서로의 존재를 밝힌다. 반딧불이가 밝히지 않아도 하루종일 빛을 밝히고 있는 세상.... 이제 반딧불이가 돌아오기엔 너무 낯선 곳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딧불이.. 그 작은 몸으로 밝혀야 할 세상이 너무 넓다.
< Ombra Mai Fu - Yoshikazu Mera >
언젠가 짧은 글을 포스팅 했던 기억이 있는 '요시카즈 메라'의 '옴브라 마이 푸'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위에 '게리 카'의 음원을 끄고 들어보길 권한다.
들어보랄 때 들어라. 후회는 없다. -_-
개인적으로는 '안드레아스 숄' 다음으로 많이 듣는 버젼이다. ^^
작년 겨울.. 우리의 스몰이가 작은(?) 사고를 저지르는 바람에 급히 뉴욕에 다녀왔었다. 정확히는 뉴욕 바로 위에 있는 코너티컷에 다녀왔다.
짬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 곳은 둘러봤는데 거대 박물관 '메트로폴리탄'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MoMA(Museum of Mordern Art)였다.
< 초거대 박물관인 뉴욕 메트로포리탄 >
그러나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정작 따로 있었다. 뉴욕 패션의 중심지 소호.. 그 소란스러운 거리에 있는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였다.
1999년 2월 나는 아내와 결혼했고 신혼여행으로 처음 찾은 도시가 바로 뉴욕 처음 커플 티를 입고 걸은 거리가 소호 그때.. 우리의 첫 아침이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의 모카빵과 달달한 카푸치노 한 잔이었다.
지금 뉴욕에는 한국의 '파리 바게트' 분점이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국과 빵맛에 차이가 있나 싶어 들어가 봤는데 점원에게 물으니 의외로 장사가 잘 된단다. -_-a
< 뉴욕의 파리 바게트 ^^ >
다만.. 그 이유라는 게 퍽 개그스러웠는데 미국 애들.. 한국인 점원들이.. 개별 빵 가격을 다 외워서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계산하는 장면이 이 동네서 나름 명물이라면 명물이란다. 결국.. 그거 구경하러 왔다가 그냥 가기 미안해서 빵 몇개씩 줏어 간단다. ㅋㅋ -_-;;
그리고 언어가 두려운 한국분들이 많이 애용한단다. 또 웃긴 건.. 뭉처야 사는 건지 건너편에 '뚜레쥬르'도 있었다. ㅋㅋ -_-;;
그러나 내부 인테리어는 확연히 한국과는 달랐다. 머랄까? 둘 다 프랑스 빵집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뉴욕에서 팔리나? ㅋㅋ ^^;;
암튼.. 내게 모카빵은 드럽게 맛난 빵이다. 눈물도 나고...... . ㅠ_ㅠ
< 쌈빡한 디자인의 현대 미술관 MoMA >
누군가 내게 오래고 아픈 사연을 말했다고 해서 그가 참견하고 간섭할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다. 적당히 밀어낸다는 것은 적당히 당기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에 내 무관심 또한 적당한 관심과 다름 없었다.
이전엔 거기까지였다. 중년의 나이.. 그건.... 서로의 사랑보다 중요한 게 더 많다는 의미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결심했다.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듯 매번 먹는 그 모카빵도 맛이 다르다는 걸. 그걸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었다. 네가 맛나게 모카빵을 먹는 날.. 나는 그만 모카빵을 끊을 것이라는 걸..... .
음.. 쓰다보니 어째 빵장사 같다. -_-;;
< MoMA 에서 몰래 찍어온 크림트의 '희망' ^^ >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간절히 소망하는 바는 딱 한가지다.
* 어김없이 PS ^^
누가 머래도 국내에선 '안드레아스 숄'의 대표곡은 바로 이거다. 'White as lilies'
물론.. 그의 '옴부라 마이 푸' 또한 훌륭하다. 2010년 이었나? 09년 이었나? 암튼.. 통영 국제음악제에서 드디어 그의 보이스를 들을 수 있었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다 하더라도 그의 현란한 테크닉과 적당한 쇼맨쉽 감동이었다. ^^
문득 궁금증이 들어 내가 소유하고 있는 그의 음반이 얼마나 되나 뒤적거려 보았다. -_-
찾아보니 3장. 기억하기론 2장이 더 있었는데 아마도 조카눔들이 훔처갔거나 어디 흘렸거나 빌려주고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_-
빌려간 잉간들아. 혹시.. 이 글 보면.. 언능 돌려조. -_-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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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변의 묘지 원문보기 글쓴이: 해변의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