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文房의 네 벗, 사우(四友)에 대한 선비들의 고찰」
서가書架에 갖추어야할 네 벗[文房四友]인 지(紙)•필(筆)•묵(墨)•연(硯), 곧 종이•붓•먹•벼루의 네 가지를 아울러 이르는 지필묵연(紙筆墨硯)을, 전통시대에는 벼슬의 이름을 붙여 호치후(好畤侯-종이), 관성후(管城侯-붓), 송자후(松滋侯-먹), 즉묵후(卽墨侯-벼루)라 하여 문방사후(文房四侯)라 부르기도 했다.
글쓴이는 문방에서 이들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었던 이유는, 이 네 가지의 기물이 지식을 전수하고 학문을 기록하여 보존하는 데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조선의 선비 기준(奇遵)과 이응희(李應禧)의 시문을 소개했다.
기묘(己卯) 명현의 한 사람으로 사화의 여파에 희생된 조선의 젊은 선비 기준(1492-1521은
육십명(六十銘)을 지으면서 문방의 기물인 붓, 벼루, 먹에 대해 호학필(好學筆), 지정연(志貞硯), 회문묵(晦文墨)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각각의 명문을 남겼다. 조선중기의 시인 옥담(玉潭) 이응희(1579~1651년)가 지은 옥담시집(玉潭詩集) 〈만물편〉에도 여러 사물을 폭넓게 다루면서 종이에 대한 시문을 남겼다.
기준의 붓과 벼루, 먹, 이응준의 종이에 대한 시문을 차례로 옮겨봅니다
∎好學筆
尖爲頭 思鑽其堅 直爲柄 思操其專
沃乃心 道之濬 粹于面 德之潤
詩書之言 禮樂之法 馳騁今古 發揮事業
勞而不已 行其義 終委厥身 成其仁
∎붓 - 배움의 열정
머리가 뾰죽하니
견고함을 뚫으려는 생각이며
자루가 곧으니
전일함을 잡으려는 생각이다.
마음이 비록하게 젖음은
도가 깊어지기 때문이요
얼굴이 맑고 윤기 나는 것은
덕이 윤택하게 한 것이로다
시서詩書의 말과
예악禮樂의 법을
고금古今으로 치달리며
사업으로 발휘시키나니
수고로워도 멈추지 않고
의義를 실천하며
끝내는 제 몸을 바쳐
인仁을 이룬다
∎志貞硯
泹未移光。磷不改貞。確乎其守。溫然其成。
交而無瀆。犯而不爭。不易乎世。不成乎名。
遯世不見是而無悶。予於爾感焉。
∎벼루 – 곧고 바른 의지
검게 물들어도 빛깔이 변치 않고
갈아도 정절을 바꾸지 않으니
지키는 게 확고하고
이루는 게 온화하며
교제 속에서도 더렵혀지지 않고
침범을 당하여도 다투지 않는다
세태에 따라 변치 않으며
명성을 이루려 하지 않아
속세를 피해 은둔하여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여도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내가 너에게서 이것을 깨닫노라
∎晦文墨
皎皎易著 昭昭易汚
汚則害明 着必見愚
孰微不昌 孰信不孚
有闇而章 無的而喪
尙褧之錦 君子尙之
∎먹 – 우주를 품은 빛깔
환하디환하면 쉬이 드러나고
밝디밝으면 쉬이 오염되나니
오염되면 밝음이 해를 입고
드러나면 반드시 어리석어 보인다
작다 하여 어찌 커지지 않으랴!
성신誠信이 있으니 어찌 미덥지 않으랴!
은은히 드러나게 할 것이요
또렷하여 상실되지 않게 하라
비단옷에 홑옷을 덧입는 것을
군자가 숭상하는 도다
∎옥담시집(玉潭詩集) 文房類 筆墨硯紙중에서 종이
계등의 재질에서 나온 것이라 出自溪藤質
향기로운 종이 예부터 유명해라 香皮古有名
흰 눈 같은 것 백 조각을 찧었지 雲絮擣千更
붓 아래에 용과 뱀이 달리는 듯 筆下龍蛇走
글씨 이뤄지면 범과 표범 놀란다 書成虎豹驚
송전과 흰 깁 같은 것은 松箋與絹帛
이것과 명성을 다투기 어려워라 難可並嘉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