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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품격
안녕하십니까? 손봉호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 세 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기업들입니다. 이 세개의 기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3개기업의 공통점). 이 기업 회장들은 아주 특별한 부자들입니다. 특별한 부자들인데 첫번째가 오뚜기 식품의 함태호 회장인데 이 분은 사회복지단체에 최근에 300억원을 기부 했습니다. 두번째 가운데 분은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입니다. 이 분은 1100억원 대의 주식을 사원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했습니다. 대단하시죠. 그리고 대립산업 이준용 회장은 최근에 2천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통일재단에 기부했습니다. 특히 이준용 회장은 재벌기업인입니다. 자신의 개인재산을 모두 내어 놓아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 재벌들은 기부를 하더라도 개인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했기 때문에 이 분이 좀 두드러집니다. 최상위 1%의 부자들이 연이어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최상위 1% 부자들의 기부 릴레이). 이게 우연일까.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 낯선 움직임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손봉호-전세계에서 아주 극단적인 부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시아 기부왕에서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까지 부자의 품격은 어떻게 생겨 나는가. 많은 사람들이 악착같이 돈을 모웁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돈을 모두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사회에서 아주 익숙해진 상황이죠. 그런데 최근에 이런 부자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부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개인이 평생 일군 전 재산을 자식이 아닌 사회에 내놓고 있습니다 (자식 대신 사회에 재산을 내놓는 부자들).
저는 오늘 그 중에 특별한 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돈을 사회에 기부한 기부왕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부왕). 이 부자에게 혜택을 받은 사람이 7천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별한 부자의 수혜자 약 7천명). 난 단 한번도 이 분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이 특별한 부자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분들을 만났습니다 (한 부자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김나경 교수/성신여대 법학과-(2002년도) 당시에 신문에 공고가 났었는데 저희 어머니가 너무 기뻐하시면서 막 눈물까지 글썽글썽하시면서 기사를 스크랩하셨어요. 여기 보시면 독일(유학생) 3명 중에 제 이름이 나와있는 (당시) 기사입니다.
안재환 교수/서울과학기술대 생산시스템 전공-장학금을 받은날 저녁에 제가 그당시 다이어리에 감격에 겨워 썼던 일기예요. 솔직히 정말 기쁘다. 나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그렇지만 한번도 만나 뵙지 못한 이종환님께 그리고 그 분이 대신한 이 사회 전체에 정말 큰 빚을 졌다.
(한 부자의 조건없는 기부가 이들 각각의 인생에 미친 영향은 또 각별하다).
안재환-비록 하고 싶은 공부가 있지만 그것을 잠시 또는 영원히 미루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게 내게 맞는 길이 아닌가. 굉장히 많이 생각했습니다. (장학금을 받기 전에는)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나경-누군가가 내 가능성과 잠재력만을 믿고 정말 대가 없이 모든 것을 온전히 지원해 준 거 잖아요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받았던 특별한 도움은 언젠가 이 사회에 되돌려 주어야 할 고마운 빚으로 남아있다).
최문섭 교수/이화여대 경영대학-저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후학들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김영철 교수/카이스트 원자력 공학과-내가 뭘 더 가지고 있는지 파악을 하고 그거를 더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하고 나중에 또 같이 공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블레스가 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뭐고,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 한번도 만난적 없었던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 특별한 부자는 과연 누구일까.
손봉호-안재환 교수님이 보여준 일기는 26살 때 쓴거라고 합니다. 당시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저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난 이 분들은 모두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한 특별한 부자로부터 받았던 엄청난 도움 덕분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모두 입을 모아서 말했습니다. 이 특별한 부자가 지금까지 장학재단에 기부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여러분 아십니까. 무려 8500억 원 입니다. 엄청난 액수의 돈이죠. 자신이 일군 기업을 통해 모은 전 재산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재단을 세웠습니다. 유명한 재벌회장도 아닌데 이렇게 큰 돈을 선뜻 내놓은 것, 왜 그랬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재벌도 아닌 그가 최고 기부왕이 된 이유). 그래서 제가 직접 이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청주의 한 공장 (삼영화학/충청북도 청주시). 우리나라 최초로 플라스틱 필름이 생산된 곳이다. 플라스틱 필름개발로 삼영화학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입지가 탄탄하다. 이 기업의 창업주는 올해 94살의 이종환 회장이다.
이종환(94)/삼영화학 창업주-1958년에 청주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된 이 기업은 현재 17개의 자회사를 가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한 기업가였던 그가 어떻게 장학재단을 세울 생각을 한 것일까.
손봉호-회장님께서는 1조원에 가까운 거금을 우리 사회에 환원하셨습니다.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하신 동기가 있습니까?
이종환(94)/관정 이종환 교육재단 설립자-유럽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에) 가게 되었는데 가만 보니까 알프스에 케이블카가 돈이 조금 되는거 같고 호수에 유람선 띄우는게 (돈이 되는) 정도인데 어떻게 그렇게 잘 사느냐는 거예요. 인재가 필요한 건 일반적인 상식이긴 하지만 정말로 인재의 필요성을 거기에서 느꼈습니다.
2015년 제14기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 국외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 인재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정학재단 설립을 결정했지만 자신의 전 재산을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이종환-한 50년 모아 놓은 돈을 막상 내놓으려니 그게 잘 떨어지지 않아요. 며칠 정신적 고통을 받았어요. 그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했죠. 개인으로 봐서는 큰 문제지만 크게 보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큰 건 아니다.
그 뒤에도 인재를 키우는 일이라면 머뭇거림이 없었다. 이종환 회장은 지난해 준공된 서울대 신축도서관에 6백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했다. 그가 이런 엄청난 금액을 선뜻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돈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환-구두쇠다. 노랭이 별별 별명이 많이 있었습니다. 충분히 그소리 듣고도 남았죠. 그렇지만 단 나는 한가지 신념이 있었어요. 개인은 소박하고 사회는 윤택해야 한다.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아버지의 결정에 아들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이종환 회장은 돈을 벌 때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종환-내가 있는 걸 다 기부했으니까 하나도 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습니다. 행복이 거기 있는 것 같애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요.
최근 우리나라는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를 중심으로 기부금액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부산의 한 패션 전문기업-세정그룹/부산광역시 금정구-박순호 회장은 우리나라 패션업계의 산증인이다.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기업활동으로 생긴 이익은 모두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박순호 회장, 그가 기부한 금액은 약 400억원, 기업가의 기부는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순호-우리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기업의 존재가치는 많은 고용을 창출하면서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적 터전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통해서 얻어지는 돈은 다 사회에 환원하고 가야해요.
손봉호-제가 만난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기부할 때가 돈 벌 때보다 행복하다. 이 행복은 절대로 많은 돈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바로 나눔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에서 느끼는 행복입니다. 나눔에서 찾는 진짜 행복. 특히 이종환 회장은 나라의 최고 갑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돈을 우리사회에 환원시켰습니다. 돈을 벌 때는 천사처럼 할 수 없더라 그러나 돈을 쓸 때는 천사처럼 하겠다. 돈을 벌 때는 천사처럼 못했어도 돈을 쓸 때는 천사처럼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눔 철학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자들의 이 과감한 기부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미국, 중국,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전세계로 확산되는 부자들의 기부 트렌드). 세계 여러 곳에서 갑부들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전 재산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 파격적인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대체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제가 미래박스로 가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의 한 구호단체에서 부에 따라 세계인구를 한 줄로 세웠더니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62=? 이 숫자가 뭘 의미할까요? 전세계 최고 갑부 62명입니다. 62명의 재산을 전부 합치면 하위 몇 명의 재산과 똑같을까요? 62=3,600,000,000 네, 무려 36억명입니다. 이 지구상에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의 재산을 다 합친 것에 세계 최상의 부자 62명이 가진 것과 똑 같습니다 (최고 부자 62명 자산은 하위 36억명 합계와 동일). 전 세계에서 아주 극단적인 부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극단적인 부의 불평등).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하위 10% 그리고 상위 10%의 부의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차이가 점점 커지는게 보입니다. 최근(2014년)에는 무려 12배의 차이가 납니다 (1990년대 9배).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위 10%는 전체 부의 66% 소유. 이중 우리나라 상위 1%에 우리나라 부의 26%, 즉 4분의 1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하위 50%가 갖고 있는 부는 단 2% 뿐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가진 부는 단 2%. 지금 세상은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밖에 없는 이상한 구조로 사회가 변화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많은 부를 쌓는 시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부자들은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문제의식을 지금 갖고 있습니다. 이게 전세계 부자들의 절박한 선택인 거액기부입니다. 거액 기부라는 놀라운 트렌드는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지금 우리시대에 비롯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존경할만한 자격을 갖춘 좋은 부자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존경할 만한 부자.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 삼성의 이건희 회장인데요. 그 분이 가장 닮고 싶어했던 한 기업이 있습니다. 스웨덴에 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이 직접 찾아갈 정도로 놀라운 관심을 보여준 기업입니다. 어느 기업인지 여러분, 아시겠습니까?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입니다. 스웨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은 무려 160년 동안 세습돼온 거대 재벌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스웨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그런 기업입니다.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스웨덴으로 가보았습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인구 980만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스웨덴은 1인당 국민소득 세계 7위의 부유한 나라다. 스웨덴이 북유럽경제에 강국이 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에게 익숙한 자동차 브랜드 볼보를 비롯해 전투기 생산기업 샤브, 세계적 가전업체 일렉트로 럭스(Electrolux) 등 스웨덴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경제를 탄탄히 뒷받침 해왔다. 트럭의 벤츠라고 불리는 스카니아(Scania)도 그중에 하나다. 스카니아 V8은 트럭산업계에서 전설로 통합니다.
한스 오케 다니엘손/스카니아 홍보매니져-1969년 스카니아 업계 최초로 V8 엔진을 도입했는데 40년도 넘었죠.
이러한 최고의 브랜드를 키워낸 것은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 가문, 1856년 오스카 발렌베리의 은행업으로부터 시작된 발렌베리 가문은 여러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거대한 재벌로 성장했다. 그리고 싯가 340조원에 달하는 왕국을 무려 160년째 지켜오고 있다. 스톡홀름 시내에 평범한 건물, 이곳이 바로 발렌베리 가문의 심장부다.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발렌베리 가문, 그 경영자 중 한 사람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5대 경영자중 한사람인 피터 발렌베리 2세다.
손봉호-재단의 명성이나 지위에 비해 사무실이 소박해 보입니다.
피터 발렌베리 2세/발렌베리 재단 이사장-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스웨덴에서 큰 재단이기는 하지만 큰 조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린 작지만 효율적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2015년) 발렌베리 가문의 4대 후계자였던 피터 발렌베리가 사망하면서 5대로의 승계가 완료되었다. 5대째 경영세습이 이어져오고 있지만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피터 발렌베리 2세-발렌베리 그룹은 재단을 통해 운영됩니다. 하지만 우리 가문은 재단을 운영할 뿐 소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5세대 경영자인데요. 발렌베리 재단이 스웨덴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17년 2대 경영자인 크누트 발렌베리는 자신의 전재산을 기부해 발렌베리 재단을 만들었다. 발렌베리 가문 사람들도 회사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는다. 회사의 지분은 모두 재단의 소유다. 발렌베리 그룹의 회사들이 버는 수익은 모두 재단으로 흘러들어 다시 스웨덴 사회를 위해 투자되는 구조다.
피터 발렌베리 2세-회사의 사업이 잘 되면 그 수익금이 재단으로 들어옵니다. 그중 20%는 재단 내부에 투자하지만 80%는 매년 각종 과학연구나 교육을 위해 지출합니다.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부를 개인이나 가문을 위해 축적하는 대신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손봉호-부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나요?
피터 발렌베리 2세-많은 사람들이 가문과 부를 연관 짓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문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스웨덴과 스웨덴 연구공동체에 책임을 느낄 수 있겠끔 우리들이 가문의 재산을 재단으로 발전시켰다는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벌 가문 발렌베리가 보여준 것은 부에 대한 탐욕이 아니었다. 사회를 위해 기꺼이 가문의 부를 내어 놓는 것, 그것이 바로 발렌베리 정신이다.
발렌베리 가문의 후계자 조건:
1. 부모의 도움없이 명문대를 졸업할 것
2. 혼자 힘으로 해외 유학을 마칠 것
3. 해군장교로 복무할 것
제가 만난 피터 발렌베리 주니어는 발렌베리 가문의 5대 후계자인데 지금 최고 책임자입니다. 제가 해군장교로 복무했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해군장교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조건이 다 깨지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해군장교 보다 더 힘든 해병대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고 하더라구요. 스웨덴 최고 갑부라고는 믿기가 힘들 정도로 소박하고 유머가 넘치는 피터 발렌베리 주니어의 모습이었습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대단한 스웨덴 재벌은 개인의 부를 받는 대신 모든 재산을 재단으로 보내고 재단에 쌓인 부를 통해서 스웨덴 발전에 오랫동안 기여해 왔습니다. 이 재단의 역사가 올해로 꼭 10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발렌베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바로 스웨덴을 위한 100년의 봉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또 하나 스웨덴에 제가 주목해서 본 사실이 있는데요. 국가경쟁력 순위를 한번 살펴 볼까요. 스웨덴의 국가 경쟁력은 세계 5위입니다. (미국 1위, 핀란드 18위, 일본 21위, 한국 26위). 우리나라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스웨덴은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걸 스웨덴 패러독스란 말을 사용합니다. 가장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복지강국인데도 불구하고 기초과학과 기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두 가지가 어떻게 같이 가느냐는 것이죠. 스웨덴이 이렇게 복지와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던 핵심에는 바로 발렌베리 가문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과연 스웨덴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을까요. 다시 스웨덴으로 가보겠습니다.
저는 발렌베리 재단 이사장인 피터 발렌베리 2세입니다. 발렌베리 재단은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연구지원재단입니다.
스웨덴이 세계적인 과학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엔 발렌베리 재단이 있었다. 생명공학의 명문 웁살라 대학교(웁살라 대학교 생명공학 연구소). 이 대학이 명성을 떨칠 수 있는데는 무엇보다 발렌베리 재단의 도움이 컸다. 그 동안 재단은 생명공학연구에 필요한 최신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해 왔다.
손봉호-이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하는군요.
아나 크로츠키 교수/웁살라 대학교 생물학과-그렇습니다 (최근에는 40억원의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우리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투자금액이 커서 가장 좋은 기계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웨덴 왕립공과 대학교-거미줄을 이용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실을 찾았다. 미헤드 함마르 교수는 올해로 3년째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헤드 함마르 교수/스웨덴 왕립공과 대학교-우리는 거미줄의 구조를 이용한 기능성 재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거미에서 축출한 유전자를 가지고 이 실험실에서 연구를 합니다.
장기적인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연구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발렌베리 재단의 지원덕분이다. 발렌베리 재단의 투자분야는 다양하다. 특히 집중투자하는 곳은 기초과학 분야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
피터 발렌베리 2세-스웨덴을 위해 좋은 일이니까요. 우리의 지원으로 좋은 연구결과가 나오면 스웨덴 기업들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업이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스웨덴어로 ‘랑스강넬릭트(Langsgangnelict)’라고 하는데요. ‘스웨덴을 위한 향상’이라는 뜻입니다.
발렌베리 재단은 지난해에만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에게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특히 젊은 신진 과학자들에게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투자가 곧 스웨덴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츠 라르헤드/웁살라 대학교 부총장-발레베리 재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웁살라 대학교에서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들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웨덴에 이런 재단이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봅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발렌베리 가문은 흔한 재벌기업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손봉호-대부분의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만 집착할 수 밖에 없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발렌베리 재단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연구라도 스웨덴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과학자에게 투자). 한 사람당 최대 10년간 20억원까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대 10년 20억원까지 연구비 지원). 기업활동을 통해서 기업이 받아들인 수익을 개인이나 가문의 부로 축적하지 않고 기초과학과 같은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발렌베리 그룹, 이들이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스웨덴을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드는데 절대적인 호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윤수영 아나운서-교수님의 취재내용을 잘 보았습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우리가 흔히 떠오르는 재벌 특유의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나라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훌륭한 가문이고 스웨덴은 행운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권의식 대신 책임의식을 가진 발렌베리 가문). 한가지 궁금한 점은 발렌베리 가문의 사례가 전세계 모든 기업에다 적용할 수 있는 사례냐 (발렌베리 가문 사례를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가?) 라고 할텐데 제 옆에는 카이스트 경영대학 장대철 교수님께서 앉아계십니다. 교수님께서는 발렌베리가의 사례를 어떻게 보셨어요?
장대철 교수/카이스트 경영대학-제가 예전에 발렌베리 가문의 사례를 한 번 연구해 본적이 있습니다. 제가 준비한 그래프를 한번 먼저 보시고 조금 더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보시면 기업이 정부보다 더 높은 신뢰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2000년대는 7% 정도 차이가 났는데 2014년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고 정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에 발렌베리의 사례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연구개발을 소홀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투자적 관점에서의 혁신을 위한 노력들이 기업들에게 훨씬 많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박왕수-발렌베리 취재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저희가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재벌기업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보신 결과로 우리나라 재벌기업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손봉호-우선 눈에 띄는 것이 건물이 아주 검소하고 사치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무지 그렇게 큰 기업에 대문도 없고 여러 건물 사이에 문 열어서 들어가면 되고 몇십년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덜컹 덜컹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이라는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사무실보다도 더 작았습니다. 그게 첫째로 나에게 준 인상이고 두번째로 기업이 그 나라의 주식의 50%를 좌지우지하는 재벌인데 전혀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없어요 (권위적이지 않는 후계자의 태도). 그리고 마음 속에서 울어나오는 진심, 나라를 사랑하고 공익을 위해서 자기가 노력을 하고 부를 쓴다는 (가문이 아닌 공익을 중시하는 부의 철학), 그것이 그대로 배어나서 감동을 줄 정도였습니다. 그게 하루 아침에 되는게 아니겠죠. 우리도 그런걸 많이 배워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승희-우리나라 부유층은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나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손봉호-우리나라 부자들이 부자답게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위 1% 부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흥미로운 조사가 여기에 있습니다. 먼저 화면을 같이 보겠습니다. 지금 15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부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모두 고르게 해 보았습니다. 윤수영 아나운서도 골라보시죠. 이렇게 보니까 왼쪽에는 긍정적인 단어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있군요. 저는 특권층, 조기유학 정도의 단어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제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부자들이란 태어나자마자 주식을 소유하고 어린 나이에 조기유학을 떠나고 돌아와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임원증을 다는 그런 이미지들이 연상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단어들을 선택했나요?
손봉호-한번 보지요. 이 중에서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고른 단어들을 뽑아 보겠습니다. 고급 승용차, 특권층, 명품, 골프, 부동산 투기,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나왔습니다. 이중에 긍정적인 단어는 딱 하나죠.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선택한 그 이유는 좀 섭섭합니다. 부자들이 이런 도덕적 의무들을 다하기 때문에 이런 단어를 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책임을 다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단어를 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한 마디로 정의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는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특권층으로 명품과 골프를 즐기지만 또 부동산 투기도 잘하고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먼 사람, 이런 부자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부자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부자를 존경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80% 이상이 존경하지 않는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열명중 여덟명-부자를 존경하지 않는다). 부자에 대한 존경심이 땅에 떨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수영-부자들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로 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뭐, 요새 경제도 어렵고 불평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자들의 역할이 있습니다. 좀 더 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죠.
손봉호-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자기를 위해서 너무 자기 중심으로 기업을 하고 자기 중심으로 삶을 사는 것 같애요. 이게 부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가 그렇지 않은가 싶어요. 이제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자기만을 위해서 산다고 자기가 행복해 지는게 아니예요.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원만하지 못하면 절대로 자기가 행복해 질 수 없어요. 자기가 아무리 돈을 많이 가져도 행복해 지지를 않습니다.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자들은 사회에 특별한 빚을 지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 사회에서 부를 쌓은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크/페이스북 CEO-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세상을 좋게 만들 도덕적 책임이 있다. 팀 쿡/애플 CEO-사랑하는 조카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 빌 게이츠/MS 창업자-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기부가 가장 효과적이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사회 불평등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미국 최상위 1% 부자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미국부자들의 선택).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아서라도 이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어 보겠다는 (미국 최상위 1% 부자들의 전재산 기부). 그런 의지가 보입니다. 실제로 한 보고서에서는 미국 사회에서는 부의 불평등이 100년만에 최악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100년만에 최악의 불평등에 도달한 미국).
미국 부자들의 기부는 불평등한 미국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미국 사회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상위 부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교육이다. 그 중심에 있었던 Julia Richmond Education Complex, 뉴욕시와 미국 부자들은 큰 학교 일수록 학업성취도, 출석율, 졸업율 등이 낮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바로 작은 학교 프로젝트다.
야스만/고등학교 2학년-이곳은 아주 작은 학교예요. 그래서 학생 대 교사 비율이 매우 낮고 일대일 수업이 많이 있어요. 이것이 작은 학교의 장점이예요.
다이애나 쿠토/고등학교 2학년-서로 논의할 수 있어서 좋아요. 줄을 맞춰 앉아서 수업을 듣는 기존의 수업방식과는 다르고 이해하기도 쉬워요.
한 학교에 전교생은 400명 안팍 한 수업을 듣는 학생 또한 20명을 넘지 않는다. 교사 1명당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철저히 학생 중심 수업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작은 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카사베네/수학교사-주변에 있는 많은 학교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예요. 대개 그 학교들은 전통적으로 매우 크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이 개인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워요. 작은 학교가 좋은 점은 학생들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거예요.
기존의 큰 줄리아 리치몬드 고등학교는 6개의 작은 학교로 나누고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후원자는 바로 빌 게이츠였다. 그는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작은 학교 설립에 적극 동참했다. 재단이 지원한 작은 학교는 1500여곳, 작은 학교설립에 한해 600억원 총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했다.
빌 게이츠-미국이 동등한 기회를 준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가지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알면 알수록 깨닫는 것은 이러한 약속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멜린다 게이츠-우리는 작은 학교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학교는 확실히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을 줄이고 폭력이나 범죄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1923년 문을 연 줄리아 리치몬드 고등학교도 전교생 4천명으로 뉴욕에서도 손꼽히는 큰 학교였다. 하지만 늘 교사 학생간의 불화 폭력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방화사건까지 벌어졌다.
윌리엄 클렌 교장/줄리아 리치몬드 교육단지-한 때는 매우 큰 학교였지요. 하지만 문제가 많았어요. 그래서 22년 전에 폐교가 되기도 했어요.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못했고 폭력, 정학문제도 많아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작은 학교로 바뀌면서 학교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출석율이 높아졌고 30%도 미치지 못했던 졸업율은 무려 80%까지 상승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졸업생수도 급증했다 (흑인, 히스패닉, 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학생층에서 학습성과 향상).
윌리엄 클렌 교장-학생들의 학업성적이나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돌보면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겁니다. 우리는 모든 계층의 학생들에게 헌신합니다.
손봉호-인류의 역사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에 있습니다. 미국 부자들은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회의 빈틈을 조금씩 메꿔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미국 부자들의 기부방식에 주목하고 싶은데요. 단순히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기부로 사회를 더 훌륭하게 만드는 그런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좀 더 진화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2.0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불평등한 세상을 바꿀 1%의 힘, 반드시 필요한 부자의 자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부자들이 만들어낸 거액기부는 오랜 전통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사람들에게 기부는 생활의 일부다. 몽고메기 카운티에서는 일년에 한번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시민들이 줄까지 서면서 쓰고 있는 것은 바로 기부와 자원봉사에 참여하겠다는 지원서다.
자원봉사자1-골수기증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있어요. 누군가 나와 같은 골수를 필요로 한다면 기증하려고요.
자원봉사자2-홈리스를 돕고 싶어요. 내가 할만한 자원봉사 활동이 있나 찾고 있어요.
다양한 기부와 자원봉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매년 마틴 루터 킹 데이에 열리는 행사, 오늘 이곳엔 약 300개의 지역시민단체가 참석했다. 기부의 왕국이라 불리는 미국답게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암환자들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기 위한 기부행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암협회의 기부금 조성단체입니다. 저희는 희망숙소(Hope Lodge)라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머물 곳이 필요한 암환자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암을 앓고 있는 사람은 머물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매년 1월 셋째주 월요일 흑인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을 기리는 날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이 날은 기부와 봉사의 날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해마다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참여자가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기부와 봉사에 대한 특별한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새무엘/참가자-아내와 조카 손자와 왔어요. 질문: 오늘 왜 여기 오셨나요?
새무엘-마틴 루터 킹 데이에 자원봉사를 하고 지역사회에 다시 돌려주기 위해서요.
이런 영향 때문에 미국의 개인기부 참여율은 7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국의 기부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총기부액은 35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2500명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함께 어우러진 행사를 통해 기부는 미국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시드니 캐츠/몽고메리 카운티 시의원-오늘 하루에만 수십만명분의 식사를 만들었어요. 수많은 젊은이들이 즐겁게 배움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 우리 아이들, 손자들을 위한 좋은 삶을 위한 거예요. 정말 멋진 날이예요.
한 시사 주간지에서는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힘으로 4만달러가 넘는 미국 1인당 국내 총생산이나 혹은 년간 5천억 달러 규모의 군사력이 아니라 오히려 기부라고 했습니다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경제력, 군사력이 아닌 ‘기부’다-뉴스 위크). 미국 사람들에게 기부는 생활의 일부입니다. 전체 국민 중에 열에 아홉은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뿐입니다.
윤수영-잘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어렸을 때 저의 아버지께서 해외에서 근무를 하여야 했던 경험이 있어서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녀서 미국 특유의 기부문화를 조금은 체험은 하였어요. 예를 들어서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학생들끼리 브라우니나 쿠키 등을 만들어와서 교내에서 팝니다 (어린 시절 미국 기부문화 체험). 3달러, 5달러씩 받아서 그 돈을 이웃들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그때 어떤 느낌이었느냐 하면 아, 이때 어렸을 때 기부를 해보았기 때문에 커서도 기부를 할 수 있고 (기부를 생활화하게 된 어린 시절 경험) 기부라는 것이 특정기관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사람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그런 인식을 심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손봉호-지금 윤수영 아나운서께서 좋은 것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기부는 어릴 때 해봐야 어른이 되어서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자식들에게 작은 액수지만 기부의 훈련을 시키는 것이 나중에 우리 사회에서 존경 받는 시민이 되는 아주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수영-오늘 교수님께서 취재하신 내용에 무척이나 공감을 하며 고맙습니다. 오늘 명견만리는 존경받는 부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선용-재벌들이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고 그리고 그로 인해서 사회가 좀더 좋아지고 본인들이 소유한 기업들도 안정적이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되고(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재벌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이런 것들을 재벌들도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재벌들은 무엇 때문에 그런 좋은 일을 주저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재벌의 소극적인 이유는?
정대철-그 방향을 모르는 기업은 사실 아무도 없습니다. 그 얘기는 뭐냐 하면 우리가 사회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면 사회가 나아지고 우리도 나아진다 라는 것을 모르는 기업은 없습니다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그런 것들을 하기 위한 전체적인 사회에서의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제도, 시스템 중요).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우리가 가문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더 중요한 일이지 않느냐, 정책이라든가 아니면 정치에서 어떤 식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정책적 논의가 필요)를 깊이 있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선-지금 한국은 사회적인 불평등이 많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 한국에서의 기업들이 한국형으로 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기부 외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부 외에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손봉호-저는 경제학자는 아닙니다만 기부 이외에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은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비정규직을 좀 줄이고 그리고 하청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사실은 기업이 정의롭고 공정하게만 해도 사회의 불평등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라고 판단합니다 (불평등 해소의 또 다른 키워드-정의롭고 공정한 기업운영).
최종환-사회에서 제도적으로 기부자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자에 대한 제도적 보장은 충분한가?)
손봉호-그 동안 기부자에 대한 세금 혜택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같은 정도는 아닙니다. 미국은 기부를 하나 세금을 내나 자기에게는 별 차이가 없게 만들어졌고 (미국은 개인이 정부가 인정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예외없이 소득 공제율 50% 적용). 최근에 영국에서는 그걸 레거시 10이라는 법제도를 만들어 가지고 유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를 내나 기부를 하나 자기에게 아무 차이가 없게 법을 만들었습니다 (레거시 10(Legacy 10)-영국은 유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낮게 세금 10% 감면). 그러니까 기부가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를 못합니다 (기부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필요).
차효석-나쁜 영향을 주는 부자보다 좋은 영향을 주는 부자들을 보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거나 젛은 사회가 많아지고 좋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하면좀 더 윤택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좋은 부자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사회에 좋은 영향력 끼치길) 생각합니다.
윤홍찬-사실상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걸 기부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보다 더 잘 살고 돈 많은 사람들이 법도 안지키는 걸 보면은 사실 의욕이 많이 떨어집니다 (실종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기부문화 확산의 걸림돌). 존경 받는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되는데 부유층은 기본을 지키는게 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부유층이 먼저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
윤지섭-제가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정에서 학생들이 나눔의 삶에 대해서) 교육을 위해 현실적으로 부모님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를 축적하여 나만 우리 가족만 잘 사는게 아니라 나눔을 통하여 사회가 살아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현장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나눔 교육을 통해 사회가 살아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손봉호-한 때 우리는 부자 되세요 라는 말을 덕담처럼 주고 받고 했습니다 (최고의 덕담: 부자 되세요). 부자 되라는데 싫다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돈만 많으면 못하는게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모두가 부자를 꿈꾸는 시대). 모두가 돈이 많은 부자를 꿈꾸는 이 시대에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계 1%에 속한 부자들은 자신이 쌓아온 엄청난 부를 아무 조건없이 내놓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건없이 자신의 부를 내놓는 세계 부자들). 저는 이번 취재를 통해서 세계 1% 부자들의 낯선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 갖게 되었습니다 (부자에게 발견한 세상을 바꿀 희망). 사회로부터 축적한 부를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축적한 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것), 단순한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덕적 의무를 넘어 시대적 요구). 이제 우리 사회도 이런 부자들의 결단이 아주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 시대 부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1%의 힘으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