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일생
새 신 밑창에는
가로세로로 어슷어슷하게
일정하게 빼곡히
막 갈아놓은 밭고랑처럼
싱싱한 골들이 패여 있었고
산뜻한 이랑들이 솟아 있었다
디뎌보는 발걸음이
이랑들의 탄력으로
가뿐하게 되튀면서도
골들의 마찰력으로
탄탄하게 버티었던
하루는 마디었고
세상은 알뜰하였다
신과 발이 점점 친숙해지면서
신발 바닥이 점점 얇아지고
발바닥이 점점 두꺼워지더니
어느새 뒤축이 닳아 기울었고
앞 둔덕이 마모되어 반반해졌으며
요철이 모두 뭉개져
발걸음이 휘청거린다
가슴속에 몰래 표시되는
핸드폰 건전지 충전 상태 표시에서
초록 칸들이 하나씩 줄어들어
마지막 칸이 붉게 깜박거릴 즈음
네 계절이 헛바퀴 돌고
다섯 감각이 미끄러진다
첫댓글 신발 밑창이랑 인간의 이목구비 무너지는 거랑 ㅎ 비슷한 것 같아요. 배우'윤문식'이 가끔 드라마에 '구두닦이'까메오로 등장해 철학적 대사를 하곤 했지요.
예, 윤문식의 "이런 싸가지~~"라는 대사가 유행어였어요. 미래가 짧아질수록 계절 감각도 내리는 눈의 감동도,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여름밤 풀냄새도, 심지어 맥주의 쌉싸름한 맛도 미끌미끌 헛바퀴도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시간이 마디었고, 감각에는 마찰력과 탄력이 있었는데요.
헌 깔창된 지구가 떠오르네요.
마음의 충전 표시등… 시의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네요. ^^
첫댓글 신발 밑창이랑 인간의 이목구비 무너지는 거랑 ㅎ 비슷한 것 같아요. 배우'윤문식'이 가끔 드라마에 '구두닦이'까메오로 등장해 철학적 대사를 하곤 했지요.
예, 윤문식의 "이런 싸가지~~"라는 대사가 유행어였어요. 미래가 짧아질수록 계절 감각도 내리는 눈의 감동도,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여름밤 풀냄새도, 심지어 맥주의 쌉싸름한 맛도 미끌미끌 헛바퀴도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시간이 마디었고, 감각에는 마찰력과 탄력이 있었는데요.
헌 깔창된 지구가 떠오르네요.
마음의 충전 표시등… 시의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