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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1993.8.25 자 경전탐구 (필자: 진월 스님) 에 원각경이 잘 정리되어 있어 참고자료로 수록한다.
< 원각경이란? : 시공초월한 부처님의 깨달음을 묘사 >
1. <이름에 대하여>
한문 글자의 뜻처럼 원만한 깨달음을 다룬 통칭 <원각경>의 온전히 갖춘이름은
<大方廣 圓覺 修多羅 了義 經>이다.
원만한 깨달음을 수식하는 [대방광 大方廣]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크고 올바르고 넓다]는 뜻으로 깨달음의 본체와 형상과 활용을 상징한다.
[수다라 修多羅]는 범어 sutra의 음역으로서 일반적으로 경전을가리킨다.
[요의 了義]는 가르침의 표현정도가 대승궁극의 경지를 남김없이 완전하게 설명되었다는 뜻으로 상황의 필요에 따라 단편적으로 불완전하게 서술된 [불요의 不了義]에 대조시켜 이 경의 뛰어남을 강조하고자 덧붙인 말이다.
따라서 <원각경> 은 크고 올바르며 넓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가르치는 완전한 경전임을 이름으로 보이고 <대방광 원각경>, <원각수다라 요의경>, <원각요의경>등으로 약칭되며 동아시아에서 널리 공부되어져 왔다.
2. <성립과 번역>
<원각경>은 중국 당나라때 불타다라 (각구 覺救라 번역)가 한문으로 번역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범본(梵本)도 없고 역자에 대한 확실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일거라는 논의가 있어 왔다. 우선 경의 연기나 체제부터 대부분의 다른 경에서 전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보편적 구성과 차이를 보이고있다. 이를테면, 경의첫머리에 의례적으로 나오는 바, 언제 누가 어디서 무엇을 누구에게 왜 어떻게 설했다는 상황설명에 있어서, <원각경>이 보이는 바로는 설법장소로서 특정한 곳의 이름이 없이 다만 신통광명장에 드셔서 삼매 속의 불이(不二)의 경지에서 나투신 정토(淨土)로 묘사되고 있다. 부처님이 함께하신 대중도 문수.보현 등 큰보살 10만명과 더불어 계신 것으로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의 어느 나라 어느지역 혹은 어느 도량에서 일천이백오십인의 상수 대중과 함께 계셨다는 등의 다른 번역 경전에서 보이는 통상적인 구성을 초월하고 있다는 점도인도를 무시하고 그 당시 (7세기말) 중국에서 흥행한 대승교리의 독자적 재구성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낳게 한다. 특히 역자로 알려진 불타다라는 계빈국 사람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원각경> 이외에는 다른 번역한 경이 없으며 다른 행적을 알려주는 어떤 전기도 없고, 역경의 정황을 알려주는 믿을만한 기록이 없을 뿐아니라,몇몇 뒷사람들의 단편적인 언급들도 일정치 않으며 간혹 서로 어긋나 조작으로 보이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주요 내용에 있어서도 <능엄경>이나 <기신론>등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그들에 바탕을 둔 후대의 찬술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게 하는데,<능엄경>이나 <기신론> 자체가 중국 찬술일 것이라는 학계의 연구를 감안하면 <원각경>도 위경(僞經)으로 볼 수 있겠다. 어떻든 이 경은 얼마뒤에 종밀(宗密) (780-841)의 수많은 주석서 (9종 60권)를 통하여 크게 선양되었고, 송(宋)의 진종(眞宗)황제 등 明. 淸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주석가에 의한 수십 권의 관계 저술이 전해온다. 한국에서는 함허(涵虛), 유일(有一), 의첨(義沾))의 연구가 있었고, 한글 창제 후 간경도감에서의 <원각경 언해 圓覺經諺解>(1465년 발간)가 유포되는 등 현존하는 많은 목판본 (10여종)이 보여주듯 그 유통이 활발하였고,특히 근세 한국불교의 선각자 용성선사(龍城禪師)와 그의 문인(門人) 소천(韶天)스님의 한글판이 각각있고, 근래 동국대학교 부설 역경원에서도 월운(月雲)스님의 번역이 발간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바는 전통 승가대학들의 교과 과정 가운데 중요한 교재로 쓰여오고 있으며 탄허스님의 역해가 있다. 일본에서는 호우탄(鳳潭)과 야마다(山田) 등이 있다. 결국 <원각경>은 중국, 한국, 일본에서 중시되며 유통되고 있는 점에 유의하면 이경의 중국 찬술 여부에 관계없이 그 사상이 높이 평가되고 존중되며 애독되고 연구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3. <구성과 내용>
<원각경>은 부처님과 열두 보살과의 문답 형식으로 엮어진12장의 간결스런 단권으로 되어있다. 여늬 경들처럼 그 서분(序分, 서론)에서 경의 연기를 밝히고, 이어서 정종분( 正宗分, 본론)으로 문수보살로부터 원각보살에 이르기까지 열한명의 보살들이 차례로 11장(章)에 걸쳐 부처님께 원각 수행방법을 물어 들으며 맨 끝 열두번째의 현선수보살장 (賢善首菩薩章)으로서 유통분(流通分, 결론)을 이룬다. 짧은 머릿글에서 이경은 통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법회의 정황을 보여주고있는데, 이는 역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든 부처님의 진리의 세계에서 일상적 말과 글로 충분히 표현하기 어렵고 보통의 인식과 상상을 넘어서는 불이(不二)와 삼매의 상태에 계시며 큰 깨달음의 오묘하고 평안한 이상 세계의 부처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첫번째로, 대승불교권에서 지혜의 상징으로 알려진 문수보살이 법회대중을 위하여,부처님께서 처음 일으키셨던 법다운 수행과 모든 보살들이 대승에 맑고 깨끗한마음을 내어 번뇌의 병을 멀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여쭈어 발심하게 하며, 아울러 말세 중생들이 삿된 소견에 빠지지 않게 하려 법문을 청한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원각을 해설해 가르치시고 그 문을 통해 무명을 끓어 깨달음을 이루게 하신다. 위없는 진리의 왕이신 부처님께는 모든 법을 갖추어 주재하시는 큰 문이 있어 [원각]이라 이름하고, 이를 통하여 보살들에게 모든 진리와 깨달음(보리)과 열반과 지혜의 완성(바라밀)에대한 가르침을 주시니, 모든 부처님들도 이를 의지하여 어리석음을 끊고깨달음을 이루셨다. 밝은 지혜가 없다는 것(무명)은 모든 중생이 옛날부터 갖가지로 뒤바뀐것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방향을 잘못 앎같이 그릇되게 자기를 알고있는 것이다. 비유하면 눈병이 난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꽃을보거나 달을 보는 것 같다.실제로 허공에는 꽃이 없지만 눈병 난 사람은 헛것을 보고 착각에 집착하여 허공의 성품은 물론 정작 꽃이 나는곳 도 모르는 것과 같다. 이러한 그릇된 집착으로 말미암아 나고 죽음에 헤메이니, 그러므로 무명(無明)이라 한다. 그렇지만 무명이라는 것은 실제로 본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꿈을꾸는 사람이 꿈속에서 본 것이 꿈 깬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같고, 눈병으로 말미암아 허공의 꽃을 본 삶이 눈병이 낳은 후 꽃이 사라진곳을말할 수 없는 것 같다.그러므로 중생들도 본래 나고 죽음이 없는 가운데 있는 것으로 여겨헤메게 되는데,원각을 닦는이는 그러한 본래 없음을 알게되어 헛도는데서벗어나게 된다.
두번째로, 보현보살이 그 법회대중과 말세중생들이 이 원각의 맑은 경지를 듣고 어떻게 수행하여 저 모든 헛 것들로부터 떠날 수 있을지 여쭈움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중생들의 가지 가지 헛 것들도 모두 원각의 묘한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 마치 헛꽃이 허공에있는 것 같으니 헛꽃이 비록 없어져도 허공은 없어지지 않듯 중생의 마음에 나타난 것들이 사라져도 그 원각의 마음 자체는 변함없다. 그러므로, 헛 것인줄 알면 곧 그를 떠남이라, 별다른 방편을 지을 것없으며, 헛 것이 없어지면 그것이 곧 깨달음이라, 따로 점진적인 과정이필요없으니, 이렇게 원각을 이루라.
세번째, 보안보살이 앞에서 설하신 뛰어난 가르침을 잘 이해하지 못할 중생들을 위해 다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순서로 수행하며 어떤 방편을 써야 할지 여쭈움에,
부처님이 가르치시기를 부처님의 맑고 원만한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면 먼저 사마타(Samatha, 망념을 쉬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함)를 닦고 계율을 지키며 생각하라,이몸은 네가지 요소(지(地, 고체).수(水, 액체).화(火, 열). 풍(風, 기체))로 어울려진 것이니 이것들이 흩어지면 [나]라고 여겼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되는가? 결국 그 몸과 마음은 헛된 것이다. 중생의 헛된 몸이 사라지면 헛된 마음도 또한 사라지고, 헛된 마음이 없어지면 다른 모든 헛된 것들도 따라 없어지나, 헛되지 않은 것은없어지지 않느니, 마치 거울에 쌓였던 먼지와 때가 없어지면 거울 본래의 밝음이 나타남과 같다. 이렇게 모든 헛 것들이 없어지면 문득 가없이 맑고 깨끗함을 얻게 되는 데, 허공과 우주도 이 원만한 깨달음에서 나타난 바이다. 이 깨달음이 밝고깨끗하므로 그 마음과 물과 온 세상 만물들이 모두 깨끗해진다. 그러므로 보살은 일체에 매이지 않게 되는데, 왜냐하면 일체가 원각이기 때문이다. 중생이 마음을 닦아 이루면 그 깨달음이 온 우주를 두루 비추어 한없는 세상도 허공 중의 꽃같이 생겼다 없어지듯 하며, 생사와 열반조차 꿈과 같으리니,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깨닫게 되어 일체에 걸림이 없으리라. 옛날부터 이 보안 보살장은 <화엄경>의 보현행원품 및 <법화경>의 보문품과 같이 가장 널리 독송되어 오고있다.
네번째, 금강장보살이 앞 장의 설법으로부터 일으킬 수 있는 중생들의 세가지 의심들을 여쭙는다.
1)"만약 중생이 본래 부처였다면 어찌하여 모든 무명이 다시 있게 되었으며,
2) 만약 저 모든 무명이 중생에게 본래 있었다 하면 무슨 이유로 부처님은 중생이 본래 부처였다 하시며,
3) 온 세상 중생들이 본래 부처였다가 나중에 무명을 일으켰다면 모든 부처님들은 언제 다시 번뇌를 일으키시겠습니까?"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는"모든 세계의 시작과 끝,생김과 없어짐, 앞뒤에 있음과 없음, 모임과 흩어짐, 일어남과 그침 등의 생각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져 돌아가며 바뀌는 것이 모두 윤회이다. 이러한 윤회하는 마음으로써 원각을 분석하고 판단하려하면 저 원각의 성품마저 따라서 윤회하는 것같이 보임이 마치 구름이 지나 감에 달이 가는 것같이 보이고,배가 지나감에 강가의 언덕이 가는 것같이 보임과 같다. 광석을 녹여 순금을 분리해내지만 순금은 광석을 녹임으로써 금아닌 물질이 금으로 변해지는 것이 아니라 광석속에 본래 없었던 금이 추출된 것이다. 눈병으로 허공의 꽃을 보지만 그 병이 낳아 한번 헛꽃이 사라지면 그 꽃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다시 그 자리에 생겨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답하신다.
다섯번째 미륵보살은 "어떻게 윤회의 뿌리를 끊으며, 윤회에는 몇가지 성품이 있고, 부처님이 보리를 닦는 데에는 몇가지 차별이 있으며,다시 번뇌의 세계에 들어가자면 어떤 방편으로 가르쳐 중생들을 건져낼 수있겠읍니까?"라고 묻는다.
부처님께서는 "윤회의 뿌리는 애욕으로서 애욕이 원인이 되고 거기서 목숨을 아낌이 그 결과이다. 그 과정의 조건에 따라 지옥, 아귀나 , 천상, 인간 등의 여러가지 삶의 세계도 벌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욕심과 아울러 미워함과 사랑함을 버리고 원각을 구하면 그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모든 중생이 탐욕으로 말미암아 무명을 일으켜서 다섯가지 인간성의 차별 (五性)이 생기고 이치와 사물에 장애(二障)를 일으키므로 탐욕을 끊고 원각을 위하여 발원. 수행하면 마침내 그 깨달음을 이루리라. 그 과정에서 올바른 스승과 도반을 찾아 수행할것이요, 그릇된 생각을 가진 자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여섯번째 청정혜보살이 앞에 언급된 여러가지 인간성의 차별에 따른 깨달음의 차이에 대한 물음에 대해부처님께서는 "원각의 자체 성품에는 차별이 없지만 중생의 인연에 따라 다섯가지 차별이 생겼고, 각 지위에 따라 수행과정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부처님의 경우 중생들이 느끼는 일체의 분별장애가 모두 깨달음이 되며 일체를 포용하기도 초월하기도 허공과 같이 자재무애하시다"고 대답하신다.
일곱번째, 위덕자재보살이 점진적인 사람의 수행 과정을 여쭈움에 부처님은 사마타(奢摩他, Samatha, 마음의 작용이 멈춘다는 뜻의 지(止)), 사마파티(三摩鉢堤, Samapatti,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평등하게 된 상태의 정(定), 드야나 (禪那, dhyana) 등의 관법(觀法)을 가르치신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수많은 아라한과 벽지불을 성취케한다 하여도 이 원각법문을 듣고 한순간 수행한만 못하다고 원각수행을 찬양하신다.
여덟번째 변음보살이 원각문 수행법을 여쭈움에 부처님은 단(單).복(複).원수(圓修)의 25종 관행(觀行)을 보이신다.
아홉번째, 정제업장보살이 법회 대중과 말세 중생의 장래에 의지할 안목을 청하며,부처님은 나쁜 행위의 뿌리는 네가지 그릇된 견해(四相:我.人.衆生.壽者)에서 비롯됨을 보이시고 이러한그릇됨을 바로알고, 탐욕.성냄 등의 모든 번뇌들을 없애므로써 맑은 깨달음을 얻을 수있다고 하신다.
열번째로 보각보살은, 말세중생이 어떤 수행을 하며 어떤 병을 없애고 어떻게 발심하여 그릇된 길에 빠지지 않겠는가 여쭈니, 부처님은 네가지 병(작.지.임.멸. 作.止.任.滅)이 없는 올바른 선지식을 의지하고 배우라 하신다.
열한번째, 원각보살이 말세 중생의 안거 방법과 세가지 관법수행에 대하여여쭙고, 부처님은 세가지 기간(長:120日, 中:100日, 下:80日)의 참회도량 개설과 3종관법의 수행을 해설하시며 권장하신다.
열두번째로 현선수보살이 이 경의 말세 유통에 대하여 여쭈우니, 부처님은 이 경이 수많은 부처님들께서 설하시고 지키시는 바로서 모든 보살들이 의지하는 모든 경전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이므로 잘 받들어 지니라 분부하시며, <大方廣圓覺尼羅陀經>, <修多羅了義經>, <秘密王三昧經>,<如來決定境界經>, <如來自性差別經>등으로 이름 붙여 주신다. 또한 이 경은 오직 부처님의 경지를 다루었으므로 부처님만이 경의 내용을 제대로다 설명할 수 있다 하시고, 만약 모든 보살들이나 말세중생들도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부처의 경지에 이를수 있다 하신다. 아울러 이 경의 위치를 대승돈교(大乘頓敎)로 정하시고, 일반 대승교와 비교하여 뛰어남을 분명히 하시며, 온 우주에 가득히 여러가지 보물을 쌓아 보시하는 공덕이 이경의 이름이나 한 귀절을 듣는 것만 같지 못하며, 무수한 중생을 교화하여 아라한을 만든 것이 이경 의 반계송 해설한 것만 못하다고비유를 들어 보이시고, 이경의 이름을 듣고믿는 마음을 내는 이는 수많은 부처님께 선근을 심은 결과라고 이 경의 공덕을 부연하신다.
4. <후대에 미친영향>
<원각경>은 이 경 자체에서도 분명히 선포하였듯이 대승 교리 가운데서도가장 빨리 깨달음을 이루게 하는 가르침 (대승돈교 大乘頓敎)으로 알려져왔다. 한국의전통 교학 체제인 이른바 이력 과정에서도 <능엄경>, <기신론>, <금강경>을 거친다음 이 <원각경>을 공부하게 되어있다.특히 경전공부를 부질없이 여기며 체험을 강조하는 선종에서도 <원각경>은 존중되고 유통되었음이 주목된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화엄조조사(華嚴祖師)로 뿐만아니선종대가 ( 禪宗大家)로 이름난 규봉선사(圭峰禪師)가 이 <원각경>에 대하여 가장 많은 주석을 내었고 그 방면의 모범이 되었으며, 한국에서는 함허당(涵虛堂) 득통선사( 得通禪師)에의한 <원각경소 圓覺經疏>가 이 경 학습에 고전으로 취급된다.이 경은 한글로 일찍 번역되어 사리와 함께 이 경의 이름을 따서 붙인 원각사의 십층석탑 (국보 제2호) 안에 봉안되고 숭앙되어 왔다. 원각사는 오늘날 [탑골공원]으로 통하는 지역에 세조대왕이 창건한 절로서 그당시서울에서 가장 웅장하였었다고 전한다. 비록 옛 건물은 없지만 건물 유래를 기록한 비석 (보물제3호)과 함께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어진 삼일운동의 발원지로서 원각사지는 <원각경>을 일깨우는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아뭏든 수 많은 대장경가운데에서 규모로는 <화엄경>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 내용만은 독보적으로 빼어났다는 정평을 받고 있는 그리 길지 않은 한권의 <원각경>이 선종과 교종을 막론하고 널리 학습되어온 것은 이 경의 영향이 어떠하였는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오늘날에도 승속을 막론하고 불교인들의 법명이나 신행단체 등에 [원각]이란 이름이 많이 쓰이고 있음을 볼때, <원각경>은 계속 기려지고있음을 느낄수있다.
끝으로 한국이자랑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국보 제32호)이 안치된 해인사의 대장경판고(국보 제52호) 법당입구 양쪽 주련에 새겨진 글귀를 소개하며 마친다. [원각도량이 어드메뇨?] (圓覺道장何處) [바로 지금 이 삶이로세!](現今生死卽是)
주) 필자 : 진월스님:
1968년 출가하여 해인승가대학(1974), 동국대 선학과(1980)와 서강대 종교학과(1984)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주립대에서 종교학 석사, 버클리대학에서 불교학 박사학위(1998)를 받었다. 동국대 교수로 해외포교활동과 국제불교활동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정년퇴직 후 2016년 미국에서 '고성성원'을 개원하였다.
*** 제 3장 보안보살장의 일부를 독송해 보자.
선남자야, 저 새로 배우는 보살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이 여래의 청정한 원각의 마음을 구하려 하면, 바른 생각으로 모든 환(幻)을 멀리 여의어야 하느니라.
먼저 여래의 사마타(奢摩他) 수행을 의지하고 계율을 굳게 지니며, 대중들과 편안하게 지내고 조용한 방에 단정하게 앉아서 항상 이렇게 생각하라.
‘지금 나의 이 몸뚱이는 4대(大)가 화합하여 된 것이니, 이른바 터럭․치아․손톱․발톱․살가죽․근육․뼈․골수․더러운 몸뚱이들은 다 흙으로 돌아갈 것이요, 침․콧물․고름․피․진액․거품․가래․눈물․정기와 대소변은 다 물로 돌아갈 것이며, 따스한 기운은 불로 돌아갈 것이요, 움직이는 작용은 바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4대가 제각기 흩어지면 이제 이 허망한 몸뚱이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곧 이 몸은 끝내 실체가 없는데 화합하여 형상이 이루어진 것이 실은 허깨비와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인연이 임시로 화합해서 허망하게도 6근(根)이 있게 된 것이니라. 6근과 4대가 합하여 안팎을 이루었는데, 허망하게도 인연으로 이루어진 기운[緣氣]이 그 안에 쌓이고 모여 인연의 모습이 있는 것처럼 되었으니, 이것을 임의로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하느니라.
(중략)
보안(普眼)이여, 그대 마땅히 알라.
일체 중생들의 몸과 마음은 모두 환(幻)과 같아서
몸은 4대(大)에 속하고 마음은 6진(塵)에 돌아가니
4대의 본체가 제각기 흩어지면 어느 것을 화합했다 하겠는가.
이와 같이 차례로 닦아 나가면 온갖 것이 모조리 청정해져서
동요치 않고 온 법계에 두루하리니
짓고 멈추고 맡기고 멸할 것도 없고 증득할 이도 없을 것이니라.
일체의 부처님 세상도 마치 허공 꽃과 같아서
3세(世)가 모두 평등하여 끝내 오고 감이 없느니라.
처음으로 발심한 보살들과 말법 세계의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 도에 들고자 하면 이와 같이 닦고 익혀야 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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