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행복한 왈츠 연습
(2003.6.7)
저녁 8시쯤에 필라로 갔다.
그곳에 어떤 동호회에서 단체강습을 하느라 큰 홀은 커튼으로 양분해서 내가 낄 수 없었다. 작은 방에도 개인 레슨이 있었구.
여기저기로 쫓겨 다니며 왈츠 기본 베이직을 찔끔거리다가 밤9시쯤에 큰 홀의 반쪽에서 강습이 끝났다.
난 아직 남아있는 그들 회원들의 눈총을 무시하고 왈츠연습을 시작했다. 마침 누군가 음악을 계속 왈츠만 나오도록 시디를 꽂아 놓은 듯 왈츠 음악이 쉬지 않고 흘렀다.
베이직 쬐끔 하다가 일단 필라의 큰 홀에 공간이 생겨서 기초적인 왈츠루틴을 밟아보기로 했다. 이상하게 왈츠음악이 오늘은 매우 황홀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딱 보니까 차차차 초급을 강습 받고, 아직 잔류하는 그곳 동호회원들은 왈츠에는 조예가 깊은 분은 별로 없는 듯 보였다. 물론 그중에도 몇몇이야 고수들도 있겠지만. 왈츠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는데도 선뜻 나서서 내가 연습하는데 합류하는 사람이 없었다.
난, 타동호회의 낯선 분들이 지켜보든 말든 언제나처럼 남을 의식 않고 내 스타일대로 왈츠 연습을 했다.
이제 공간이 있으면 루틴연습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기본 베이직을 해도 되니까. 이것도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 연습 요령이랄 수 있다.
왈츠 음악이 계속적으로 흘렀다. 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간단한 초급 루틴을 반복적으로 혼자서 돌았다. 근데도 매우 재미있었다.
이제 겨우 왈츠 음악의 박자가 귀에 닿을듯 말듯 했지만... 그런대로 음악에 맞아 들어가니까 무진장 재미있었다.
쉬지 않고 같은 루틴을 계속 하는데도 음악이 일단 맞아 들어가니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쉼없이 계속 하니까 땀도 엄청 나고 발바닥은 후끈 거렸다.
난 가능하면 기초 베이직 연습 때처럼 또박또박 한 동작씩 구분하여 끊어서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자연히 박자가 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되는 편이었다. 앞에 파트너가 없으니까 일단 그 부담이 없어서 더 편하게 되는 듯 했다.
근데 예상보다 그게 매우 재미있었다. 장소 공간만 있고 이렇게 멋진 왈츠 음악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자서 황홀할 정도로 왈츠를 즐겨도 될 듯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서툴러서 파트너가 있으면 더 어색하고 부담스럽기조차 한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혼자서 음악에 맞춰 하니까 무진장 황홀하고 재미가 있었다.
글구, 왈츠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나 혼자서 베이직 연습을 좀 해둔 게 큰 덕을 보는 듯 했다. 거울을 정면으로 향했을 때 의식하지 않아도 얼핏얼핏 비치는 내 모습이 그런대로 고수들 폼과 비슷해보였다. (물론, 나 혼자의 상상이고 착각이고 환각이지만) 매우 아름답고 황홀하고 행복한 환상에 접어들었다.
선생님이 갈켜 주신 대로 나 혼자 미친 넘처럼 연습했다. 베이직만 가지고 연습할 때는 오히려 힘들었던 스텝이 막상 루틴 스텝을 연결할 때는 힘도 덜 들구 연습 때보다 더 모양이 보기 좋게 나와서 내 자신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내 느낌에 선생님들이 요구하시는 바로 그 동작, 전진이든 후진이든 시원스럽게 쭉쭉 뻗는 나의 길쭉한 다리. 나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학교 다닐 때부터 맨날 [키다리 뻐다리]니 [황새다리] [새 다리]니 하며, 비쩍 마르고 길쭉하기만 해서 나의 신체 콤플렉스가 된 내 다리가 왈츠할 때는 오히려 덕을 보는 것 같았다.
전에는 내 나이 정도만 되어도 비쩍 마른 것 보다 퉁퉁하게 살 붙은 남자들이 더 멋져 보였다. 그런데 요즘 왈츠를 시작해보니까 오히려 내 비쩍 마른 다리가 더 유리한 것 같았다. 평생 콤플렉스 요인이었던 마른 체격이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오히러 댄스를 시작한 덕분에 또 하나의 정신적인 득을 본 셈이다.
정말 매우 행복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난 하루 종일이라도 그러고 싶었다. 그곳 필라에 문닫을 시간이 되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했다.
와! 혼자 해도 음악이 조금씩 맞아 들어가니까 정말 재미있더라. 그냥 그 밤을 꼬박 새우면서라도 나 혼자 계속 중단 없이 돌고 싶었다. 기껏 해야 단순한 몇 가지 안 되는 가장 기초적인 왈츠 루틴이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난 간단한 그 루틴만 가지고 음악에 맞춰서 연습할 예정이다.
~~~~~~~ [댓글]
cbmp
강변마을님 춤에 대한 열정 대단하십니다. 03.06.06 07:26
백마탄 기사
정말 열심히 연습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열심히 하시다 보면 실력이 많이 향상되시겠죠 03.06.06 09:04
라빅
지금 흘린 땀이 훗날에는 멋진 삶을 살게 해주는 미네럴이 될겁니다. 화이팅! 03.06.06 11:17
로라
마른 체격이 이제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는 로라 얘기도 되는데요,ㅎㅎ... 혼자서 하셔도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지시니 둘이 함께하면 얼마나 더 황홀할까요?... 건투를 빕니다. 강변마을님때문에 댄사모 카페에 자주 들락거리게 됩니다.... 어제도 왔다가 헛탕쳤거든요...자주 부탁드려요. 03.06.0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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