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아이스크림 / 이담하
웃고 있나요, 혀의 감기는 맛에
녹고 있나요,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로
울고 있나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군요
아이스크림이 쓴 안경은
맛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달콤해서 혀에 집중하는 눈
자외선 차단용으로 멋 부리기용으로 만들어진 눈
울고 있군요
혀의 감촉으로 밀도 높은 눈물이 흘러
귀와 코부터 녹아내려서 형태가 사라지네요
맛있게 녹는 중이라고요
어는 점에서 쓴 안경은 녹고 있어도 쓰고 있는 눈
달콤한 맛은 얼음입니까 혀입니까
인류 최후의 날까지 남아서
굴러다니다가 꼭 맞는 구멍에 박히면 희번덕거릴
자화상을 찾으려고 발밑을 내려다볼
투명하거나 뿌옇거나 지문이 묻어있을
달콤한 기억이 다 녹아서 아쉬움이 가득 찰 눈
녹아내리는 현상의 도움말은 외부의 온도입니다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가능한 눈은
만들어진 눈보다
눈과 눈이 맞아 뜨거웠던 진짜 눈이 더 빨리 녹을 겁니다
명쾌하게 녹아서 확실하게 사라질 겁니다
혀의 가장자리부터 녹는 아이스크림과
지구의 철판에서
모든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도 지구 온도는 1도 내려가지 않아요
단맛을 기억하는,
혀가 부드럽다는 걸 아는 안경 쓴 아이스크림은
인류 최후의 날 녹아내리는 눈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백지상태로
- 월간 《모던포엠》(2025, 2월호) -
이담하
2011년 《시사사》, 2016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사사 작품상 수상
시집 『다음 달부터 웃을 수 있어요』.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