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0일 월요일
해파랑길 걷기 21일째.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뉴스를 1시간 정도 살펴보았다. 주로 어제 일어난 여객기 사고에 관한 것과 내 걷기 일정과 관련한 날씨 정보, 코스 정보 등이었다. 오늘 여행의 종점이 될 궁촌항에 대한 정보와 예약해 둔 숙소 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아침을 먹고 29코스 남은 구간을 걷기 시작했다. 기온은 어제보다 높고 바람도 약해진 데다가 남풍이나 남서풍이 불어준다는 예보였다. 북쪽으로 걸어가기 때문에 아마도 바람이 큰 도움이 되리라.
원덕읍과 근덕면의 경계인 고개(183m)를 넘어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인적이 드문 아주 호젓한 길이었다. 유유자적의 걸음이었다.
이른 시각인 10시 50분에 용화레일바이크 정거장에 도착했다. 장호초등학교 앞에 있는 해파랑길 안내판을 보니 부산에서 여기까지의 거리가 486km였다. 해파랑길 770km 중, 어느새 2/3에 가까운 63%를 지나온 것이다.
점심을 먹기에는 때가 일러 동네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었다.
이어서 30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긴 언덕길을 넘어 내려가자 황영조기념공원이 나타났다. 이곳 삼척 초곡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된 황영조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아담한 공원이었다. 황영조기념관은 월요일 휴관이라 아쉽게도 관람할 수 없었다. 초곡항 옆의 용굴촛대바위길도 월요일 쉬는 날이라 입장할 수 없었다.
숙소 근처에는 아침에 문을 여는 음식점이 없는 데다가 편의점도 없어 도착하기 전 1.6km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내일 아침 먹거리를 몇 가지 샀다.
궁촌항과 공양왕릉(고양시에도 있으며 사료 부족으로 어느 능이 진짜 왕릉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함)을 둘러보고 예약해 둔 숙소인 바다이야기펜션으로 갔다. 방이 크고 정갈하였다.
인근 식당 중 문을 연 곳이 몇 군데 되지 않았고 그나마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해서 5시 전에 나와서 저녁을 먹었다.
숙소에 탈수기와 건조기가 있다고 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바지와 스웨터, 면내복을 빨았다. 탈수기로 물기를 빼고 나서 방안에서 말리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주인이 건조기를 이용해 말려주었다. 내일 아침이면 보송보송하게 마른 옷의 촉감을 느끼며 기분좋게 31코스를 시작하게 될 거 같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내일 걷는 거리가 길어 28~30km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려고 내일 동해안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이고, 내가 예약해 놓은 숙소가 있는 새천년해안도로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