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새해 벽두에- 2007.1.1
무박으로 떠난 일정 년말 모든 송년모임이 끝나고 31일은 약속이 없는 한가한 날이었다. 왠지 금년엔 신년일출을 보고 싶어졌다. 마침 지난달 산행에 참가했던 청솔산악회에서 무박으로 향일암 해돋이 산행을 간다고 한다. 집사람에게 동행을 권했지만 무박이라는 말에 기겁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장 곡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마다할 사람이 아니다. 둘이서 참가신청을 했다.
31일밤 10시30분에 잠실에서 조인한 우리의 버스는 새벽 4시경 여수 돌산대교를 지나 향일암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그러나 꼬불꼬불한 산 고갯길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전혀 꼼짝을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아침 떡국을 끓여준다는데 어디서 ? 그런데 용케도 그런 공간에 버 스가 주차를 하는게 아닌가? 즉석에서 버너로 끓여 만든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 객지 노상에서 떡국을 먹 고 한살을 보탰다.
향일암의 일출 "여러분 마침내 정해년 새해 첫 아침 해가 뜨고 있습니다! 다같이 힘찬 함성으로 맞이합시다!" 고성능 마이크의 힘찬 목소리가 전라남도 여수 돌산대교를 넘어 향일암 바로 아래 바닷가에서 막 떠오르 는 정해년 첫 일출을 보러 온 수많은 인파를 향해 메아리 치고 있었다. 과연 바다 수평선 위의 검은 구름띠를 뚫고 붉은 불기둥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처음엔 앳띤 소녀의 앵두 빛 입술처럼 가늘고 작게 오무린 모습으로 신비로운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순간 한곳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흥분의 도가니로 변한다.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지고 요란한 폭죽이 새벽 하늘을 수놓는다. 언제 준비했는지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갈의 풍선이 하늘로 비상한다. 연신 카메라 샷다 를 눌러댄다. 향일암 해돋이축제의 모습이다. 12월31일부터 1월1일까지 이틀간 축제를 한다고 하지만 실 은 1월1일 새벽 시간이 축제시간일 뿐 해가 뜨고 나면 축제는 끝난다. 지방의 수많은 축제가 있지만 이토 록 짧은 축제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참가한 모든 관광객과 이곳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축제를 살리고 즐기고 있었다. 이런 장엄하고 숙연한 축제 분위기는 어지럽고 더럽혀진 나의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는 듯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새해의 작은 소망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모두들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나도 모처럼 신년 해돋이 행사에 참석하여 뜻 깊은 나의 올해 첫 이벤트를 만들고 있다. 카메라 샷다를 잠시 멈추고 눈을 감았다. 잡생각을 버리고 내가 바라는 소망을 기원해 본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자. 건강관리에 좀더 신경을 쓰자. 올해는 공부하는 시간을 늘이자.
향일암으로 오는 버스에서 들은 어느 맹인의 얘기 '배려'라는 신년화두가 내 머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 앞못보는 어느 맹인이 캄캄한 야밤에 등불을 들고 가는 것을 본 한 행인이 '아무 것도 못 보는 그대가 왜 등불을 들고 가시오?' '이 등불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등불이 없으면 혹 나로 인해 당신께서 불 편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서-'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고집과 자만이 커지는 요즘이다. 자기를 조금 죽이고 남을 배려한다면 보다 밝고 행복 한 세상이 되겠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모든 생각과 언행을 바꿀 수는 없을까? 올 한해는 나자신의 주장보 다 아내의 말과 자식들 생각에 귀 기울이자.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봉사하는 따뜻한 한 해를 만들어 보자-
우리 모두의 공통 화제는 건강이다. 나를 비롯 가족 모두 건강관리에 철저하고 싶다. 정도에 맞는 규칙적 인 생활, 과식,과음,과욕을 버리는 생활, 무리한 행동은 절대 피하자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왜 새삼스럽게 나의 생각에 집착을 보일까?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공부하는 날로 잡았다. 1년간 열심히 매달려 보자. 한문,논어,컴퓨터로 - 가까운 친구,선배들과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 모든 것의 실천여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평범하지만 반드시 실천하는 작은 바람 - 새아침에 떠오르는 희망의 해를 보면서 이 작은 생각과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다짐을 해 본다.
향일암으로 어느듯 흥분은 가라앉고 바다 위로 둥근 태양이 붉은 빛을 발하며 떠오르고 있다. 훤히 밝아진 주변엔 인 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두 향일암으로 향하는 인파다. 우리도 인파속에 섞여 떠밀려 가고 있었다. 돌계 단이 아름답다. "축 임포 향일암 일출제" 등불이 계단길에 늘어서 있다. 계단길을 오르니 "금오산 향일 암"이라는 현판의 일주문이 우람하게 서 있었다. 좁디좁은 바위 틈을 지나야 향일암 대웅전으로 갈 수 있 다. 늘어서 있는 줄이 끝이 없다.역시 향일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드디어 향일암에 도착했다
동향으로 들어선 대웅전을 중심으로 용왕전 관음전 삼성각 종각 그리고 서너 채의 요사들이 산자락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다. 대웅전, 종각,관음전,반야문 등을 둘러 보았다. 바위에 동전을 붙이고 있는 모습도 신 기했다. 특히 종각의 옆에서 풍경(風磬)과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금오산 향일암의 유래>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은 서기 644년 신라 선덕여왕 13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 건한 암자이다. 고려 광종 9년(958년) 윤필거사가 금오암으로 개칭하여 불리어 오다가,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하여 오늘에 이 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장군을 도와 왜적과 싸웠던 승려들의 근거지이기도 한 향일암은 해안가 수직 절벽 위에 건립되었으며 기암절벽 사이의 웅장한 동백 등 아열대식물들과 잘 조화되어 이 지 역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금오산 등산 향일암 뒷산이 금오산이다. 높이야 겨우 323m밖에 안되지만 바다에 붙어 있어 제법 가파른 산이다. 철계 단으로 몇구비를 지나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바다로 탁틔어 풍광이 말할 수 없이 좋다. 바위산이라 기암들 이 많고 앙상한 나무가지와 먼 바다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을 그려 놓은 듯 아름답다. 산악회에 전화연락을 하니 11시까지 아침 먹었던 도로까지 하산하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온 산에 동백나무가 즐비하다. 벌써 빨간 꽃을 수줍은 듯이 피우고 있는 나무도 있었다. 엄청나게 큰 동백도 있었 다. 작년 강진 만덕산으로 동백꽃 구경을 갔던 기억이 새롭다. 10시 40분경 하산을 하니 대부분 산행을 마치고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산악회는 식사를 제공하니 등산객들은 편하고 좋지만 진행팀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점심식사를 일찍 마치고 버스는 상경하기 전에 여수 돌산대교 부근에 있는 어시장에 들른다고 한다. 회센타에 들러 소주 한잔 하고픈 사람들의 주문인듯-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장곡과 나는 바닷가를 산책했다 어촌 풍경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 바닷가 갈매기와 고기잡이 배는 늘 카메라의 단골손님이다. 바다를 상징 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돌산대교가 멀리 보인다. 카메라에 잡힌 이 다리도 명물로 구조물이 무척 아름답 다. 여객터미날에 들러 배편을 알아 보았다. 이곳에서는 유명한 관광지가 거문도와 백도란다. 아직 가보지 못 한 관광지라 관심이 많았다. 역시 이곳 여수는 돌산 갓김치가 유명한가 보다. 갓김치를 포장해서 즉석에 서 판매하고 있었다. 갓김치 맛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 일행 중에는 몇 박스씩 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여행과 등산, 그것도 새해일출을 보러간 무박산행- 친구들 중에는 " 너 나이를 생각해라, 그렇게 무리해도 되나? 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꼭 하고 싶었던 이벤트를 하고 난 소감은 너무나 행복했 다. 용기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과연 얼마나 더 무박 산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번의 선택은 정말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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