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 수행론
'염불수행론'은 지금까지 살펴본 선정론과 수행론을 회통하여, 동아시아 불교에서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염불로 통합하려는 시도이다.
초기 불교 근본선을 바탕으로 대승 불교의 선정과 관법, 밀교 관행이 결합된 염(念)․지(止)․관(觀)의 수행으로 실상염불 혹은 염불선 수행이다. 이것은 벽산 특유의 수행관과 깨달음에 연유하는 것으로, 석공관․수릉능엄삼매․금강삼마지 등을 통합하여 단순하고 실천하기 쉬운 「보리방편문」으로 귀결된다.
우선 염불의 전개 과정으로 육수념(六隨念)과 칭명염불 실상염불 등을 살펴볼 것이며, 아울러 중국 선종과의 교섭도 살펴볼 것이다. 당말 이후 선정쌍수(禪淨雙修)의 가풍과 송대에는 간화선 수행법이, 그리고 명․청대에 염불과 간화선이 결합된 염불선으로 발전하게 된다.
무주는 "염(念)은 사람마다 나타나는 생각이고, 불(佛)은 사람마다 구족한 깨달은 성품이며, 시비분별의 생각을 참 성품으로 깨달음을 참 염불"이라 말한다. 즉, 염불이란 부처와 내가 본래 하나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며, 부처와 둘이 아니므로 떠날 수 없고, 생각마다 부처를 여의지 않고 염함이 상근인(上根人)의 염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중생들은 업장으로 자주 부처를 떠나므로, 부처임을 확신하기 위해 염불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본 연구의 염불은 타방정토의 본원(本願, pūrva-pranidhāna)염불이 아니고, 선적(禪的)인 유심정토(唯心淨土) 자성미타(自性彌陀)의 염불이라 할 수 있다. 부처와 내가 둘이 아닌 근본에서 출발하여, 부처의 성품과 공덕을 잊지 않기 위해 염불하는 것이다. 물론 타방정토의 본원염불도 종교적인 근원적 가르침으로 중요하며, 이러한 바탕에서 염불과 선, 타력과 자력이 하나되는 실상염불로 전개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염불의 전개
1)육수념과 염불
(1)육수념
육수념(六隨念, ṣaḍ-anusmṛtayaḥ)은 초기 불교에서 삼보(三寶, ratna-traya)를 비롯한 여섯 가지를 수념하며, 이후 동아시아에는 불수념(佛隨念, Buddha-anusmṛti) 위주의 염불로 발전하게 된다. 염불에 관한 최초의 모습은 석존 당시 출가자들의 귀의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제자들이 교단에 입단할 때 외운 감흥어(udāna)라 할 수 있고, 이것이 수행으로 발전하여 삼념․육념․십념 등의 염불이 되며, 중국에는 정토종의 발전과 더불어 아미타불(Amitabha)의 왕생극락을 설하기에 이른다.
초기․부파불교에서 염불 수행은 주로 사마타(奢摩他)[止]의 측면으로 설해진다. 오문선(五門禪)의 염불관이나 40업처(四十業處)에서 선정의 주제로 설해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칭명에 해당하는 반복적인 염불은 원어인 수념(隨念, anussati)이 사용되지 않는다. 염불은 선정의 의행(意行)이고 칭명은 구행(口行)으로 본 것이며, 삼학의 정학(定學)으로 염불수행은 선정수행이라 할 수 있다. 육수념은 초기부터 대승불교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여섯 가지 대상을 계속해서 생각함을 니까야(Nikāya)에서 설한다.
수행자들이여, 여섯 가지 계속해서 생각함의 처소가 있다. 무엇이 여섯인가? 세존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법을 계속해서 생각하며, 승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계를 계속해서 생각하며, 보시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천신을 계속해서 생각한다.
증지부(增支部) 경전의 설법으로 불․법․승 삼보와 계(戒)․시(施)․천(天) 등을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뒤의 세 가지는 초기 불교의 지계와 보시행으로 천상에 나는 생천론(生天論)과 다르지 않다. 다음 경에는 수념으로 생기는 공덕을 설하는데, 여래십호(如來十號)를 찬탄하며 계속해 생각하면 삼독심에 묶이지 않는다고 설한다. 또 환희와 희열로 경안(passaddhi)이 생기고, 행복을 느끼며 삼매에 든다고 한다. 즉, 염리(厭離, nibbidā)․이욕(離欲, virāga)․지멸(止滅, nirodhā)․평정(平靜, upasama)․신통지(神通知, abhiññā)․깨달음․열반 등을 성취할 수 있다고 설한다.
한편 불수념은 불타에 대해 일어나는 생각의 계속함이며, 불타의 공덕을 대상으로 한 마음챙김과 같은 말이라 한다. 육수념 외에도 죽음․몸․출입식념․고요 등을 추가하여 십수념으로 확대하여 설하고 있다. 또 불수념은 주로 여래십호를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아라한은 응공(應供)의 뜻 외에 오염을 멀리 여의고 부수며, 윤회의 바퀴를 깨고 몰래 악을 행하지 않기에 아라한이라 한다. 명행족(明行足, Vijjācaraṇas ampanna)의 설명에는 "일체지(一切智, sabbaññutā)를 원만히 성취하였고, 실천의 구족으로 대비를 원만히 성취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대승에서 지혜와 방편을 구족하는 것과 상통하며, 불타의 공덕을 계속 생각하고 몸에 지닐 때, 그 몸도 탑처럼 예배 받을만 하며 마음도 불타의 경지로 향한다고 설한다. 이 부분은 마치 대승의 염불 공덕으로 견불삼매(見佛三昧, buddha-darśana-samādhi)를 설하는 것과 유사하다.
염법(念法, dharmānu-smṛti)은 여래의 공덕․힘․무외(無畏)를 염하고 관하는 18불공법(十八不共法, aṣṭādaśâveṇika-buddha-dharma)을 관찰하는 것이고, 염승(念僧, saṅghānu-smṛti)은 사쌍팔배(四雙八輩, catvāri puruṣa-yugāny aṣṭau puruṣa-pudgalāḥ)의 성중(聖衆)을 생각에 매어 두는 것이다. 염계(念戒, śīlānu-smṛti)는 지계에 전념하면 모든 악을 그친다고 하며, 염시(念施, tyāgānu-smṛti)[念捨]는 보시에 전념하여 간탐(慳貪)을 버리고 일체를 유익하게 한다. 마지막 염천(念天, devānu-smṛti)은 생각을 모든 천신에 매어두고, 선업을 성취하고 수승한 몸을 감득한다고 한다.
『장아함경』과 『열반경』도 다르지 않은데, "불타의 공덕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하며, 승가를 생각하고 계(戒)를 생각하며, 보시를 생각하고 하늘을 생각해 닦아 익히겠다."라고 한다. 『화엄경』에는 특이하게 일곱 가지를 생각함을 설하며, 그 일곱 번째는 바로 중생을 생각함이다. 이것은 중생이 곧 부처와 다르지 않음에 주목한 것이다.
십수념으로는 『대반야바라밀다경』과 『대지도론』에 설하며, 『청정도론』과 숫자는 같고 한 가지씩 다르다. 즉, 염(厭)․멸(滅)․정(靜, upasama) 등으로 싫어함과 멸함, 고요함으로 각기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육수념은 대상을 확대하여 십수념까지 설하기에 이르며, 법수(法數)의 차이는 있지만 설하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 초기 불교의 불수념을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불타의 신상(身相)에 대한 수념으로 불타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한다. 둘째, 여래십호에 대한 공덕의 가치, 성격과 의미를 수념한다. 셋째, 넓게는 여래십력(如來十力) 등의 18불공법도 수념의 대상이다. 넷째, 선정과 더불어 재가자는 일상의 염불로도 설해지고 있다.
이후 불수념은 석존 입멸 후 대승불교에서 점점 주술적, 수행적, 기원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대승불교 불타관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으며, 불타를 이상적이며 구원자적인 면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즉, 주술적인 것은 다라니(陀羅尼, dhāraṇī)적 요소이고, 수행적인 것은 선정의 측면이며, 기원적인 것은 칭명염불이 대표적이다.
<『금강심론』 수행론 연구/ 박기남(普圓)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