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위원회(위원장: 이영백 부회장) 주관의 협회 제21회 KASSE 포럼이 10월 26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제2관 중회의실 6에서 개최되었다.
이영백 학술부회장의 사회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이우일 부의장의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R&D 지원 시스템 재설계가 필요하다”란 주제발표에 이어서, 지정토론자인 김성철 감사, 장재열 과학기술정책분과 위원장 및 조석팔 부회장 겸 간사장 3인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주제 발표자인 이우일 부의장의 답변과 참석한 회원들과의 열띤 자유토론 시간도 가졌다. 아래에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요약을 소개한다.
주제발표
지난 2016년 약 20조 원이었던 우리나라 정부 R&D 투자액은 그 후 6년간 10조 원 이상이 증가했다. 이러한 급격한 양적 팽창을 정당화하려면 그만큼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 “코리안 R&D 패러독스”로 대변되는, 투입 예산 대비 성과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예산 당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R&D 예산에 비례해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SCI 논문 몇 편이 아니라, 세상을 뒤흔들 창의적 성과이다. 이러한 성과는 연구비에 비례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초”에는 모험이 따르며, 성공 확률을 올리려면 도전을 허용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R&D 지원 시스템은 모험적 연구를 시도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세계 최초, 최고”를 지향하는 지금, 예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했던 “빠른 추격자”식 R&D 지원 시스템과 결별해야 한다. 이제는 연구비의 “양”을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투자되고 집행되어야 하는지 “질”을 따질 때이다.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를 진작시키고 여기서 나온 결과를 현실화하며, 사업화가 쉽도록 만들어주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우리가 다시 설계해야 할 시스템은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고 지속시킬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려면 전략의 설정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First Mover로서의 독자적 전략이 요구되며 이를 위한 전략기획 확충이 따라야 한다. 과학기술 관료의 전문화도 필요하며, 인문사회 과학과의 융합도 바람직 하다.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주제발표
더 나아가 First Mover로서의 파라다임 전환이 요청된다. 즉 사고방식의 변화에 따른 성과 평가의 문제가 대두되며,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성과 평가 투자에 매우 인색하고 환류가 안 되고 있다. 인재양성이 정부에 의한 과학기술 투자에 가장 큰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성과 평가는 물론이고 현황 파악도 미비한 상태이다.
지정토론
첫 지정토론자안 김성철 감사의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제발표는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First Mover 정책을 어떻게 펼치고 집행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대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사회갈등이 성장의 정체에 있고 이제 성장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Fast Follower R&D 체제에서 빠르게 First Mover 체제로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국가 R&D 조직 즉 과기정통부, 한국 연구재단, 출연연, 대학을 통한 혁신과 이를 통한 창의적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과기정통부의 연구 기획, 정책 결정에 더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여야 하고 연구자의 자율성이 더 보장되고 미적분을 모르고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현재의 교육제도도 고쳐야 한다는 점에 토론자도 이에 공감한다.
그러나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당분간 우주, 항공, 해양 분야나 의약, 바이오 분야 등 일부 분야는 Fast Follower 정책을 유지하여 First Mover 정책과 공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또 구체적으로 연구 체제의 First Mover 전환은 우선 정부 출연연의 재정비를 통하여 국내 과학기술계를 리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22년 10월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방안이 확정되었는데 반도체, 이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등 주요 분야가 포함되었지만, 석유화학, 첨단 고분자 소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2020년 수출통계도 석유제품 3위, 합성수지 5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석유화학 분야의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정이 필요하다.
지정토론자: 이영백(좌장), 이우일(발표자), 김성철, 장재열, 조석팔(토론자들)
이어서 장재열 분과위원장이 피력한 토론내용은; 느닷없는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예산의 대폭 삭감이 2023년도 R&D 전략 및 계획의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각급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는 교육 및 연구 주제의 선정과 지원에서 30여 년 만에 예산 축소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생소한 환경에 각 R&D의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한동안 당황과 혼돈 속에서 헤맬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효율적 예산 집행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간에 어디를 줄여야 할지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는 민간의 과학기술 문화 확산 활동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중심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으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는다. 그간 대통령이 모든 것으로 알고 결정할 수는 없으므로 관료집단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과 통치 철학을 반영하여 정책이 집행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오해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무리한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격려하고 보듬어야 하는 대상으로 보았는데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계에서도 관료 중심이나 권위주의적이 아닌 민주주의적 개념을 생각해 볼 상황이 되었다. 국민이 참여하는 과학기술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과학기술계 밖에서 더 우려와 걱정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의 의미를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협회 조석팔 부회장의 토론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과학기술 발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하여 잘 소개하였다. 산업기술에 해당하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패러다임에 Game Changer로서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양자 정보과학, 합성생물학, 6G, Block Chain, 탄소 중립과 기후 변화 등에 대한 국가전략 추진 체계도와 12대 국가전략 기술 육성 방안도 잘 소개되었다. 여기서 새로운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핵심기술 추진 전략과 산업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응용 기술의 추진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인 경우 인공지능 자체 (AI 플랫폼, 라이브러리 등)를 구현하는 핵심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응용 기술 (ChatGPT 등)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차별화되어야 할 것이다.
2.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출연연의 경쟁력에 대한 제시는 현실의 문제를 잘 도출하였다. 제시한 우리의 R&D는 모험적 연구를 시도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모험적인 연구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의견을 제시한다면 평가시스템 구조와 관리구조개선이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한 관리구조가 공무원들의 관리 편의성을 높이고 감사 지적을 면하기 위한 제도로 되어있는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3.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R&D 지원시스템 재설계의 필요성을 매우 적절하게 제시하였다. 창의적 성과는 연구비에 비례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세계 최초”에는 모험이 따르며,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도전을 허용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기서 국가 R&D 목표와 민간 R&D 목표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민간 주도의 R&D 즉,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은 바로 상품에 적용되는 단기간의 R&D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국가 주도의 R&D는 중장기적이고 모험적인 연구가 실행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의 Knowhow가 정책에 반영되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제도 마련도 절실히 요구된다.
자유토론 및 마무리
지정토론에 이어 주제발표자의 간략한 답변이 있었고 토론 좌장인 이영백 학술위원장의 사회로 장호남 회원 (화학·화공·섬유 분과)을 비롯한 활발한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토론 전체에 대해 좌장이 정리한 다음, 제21회 KASSE포럼을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