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설득을 당할 때는 반대 의견이었더라도 조금 지나면 생각이 바뀌어 찬성하는 마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가면 효과’라고 한다. 이 ‘가면 효과’는 설득하는 사람에게 신뢰성이 없는 경우 많이 나타난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아무리 설득을 당해도 찬성할 마음은 생기지 않으며 상대의 말투에 따라서는 반발심까지 느낀다. ‘왜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해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모르는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는다. 회의에서 한 사람이 갑자기 의견을 제안해도 전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흥미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발언하여 찬성자가 증가해 오면 처음에는 반대였던 사람이라도 저항감이 누그러진다. 사람은 또한 대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경향이 있다. 모두가 찬성인데 자기 혼자 반대 의견을 말하면 보통 기가 죽으므로 ‘그럼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찬성해 버린다.
많은 사람이 똑같은 것을 하면 거기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똑같은 행동을 해 버린다. 그 집단 가운데 일부의 행동에 집단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집단의 압력에 따르는 것을 ‘동조행동’이라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밀그램(Milgram)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뉴욕의 번화가에서 여러 명의 바람잡이가 갑자기 멈춰서서 길 건너 빌딩 6층을 일제히 올려다보도록 한다. 그러면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어떠한 반응을 할까? …
걸어가면서 바람잡이를 따라 빌딩을 올려다본 사람의 비율은 바람잡이가 1명인 경우는 42퍼센트, 5명이 되었을 때는 86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바람잡이의 수가 많이질수록 동조하는 통행인의 비율도 증가한 것이다. 회의에서도 그러한 동조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동조는 또한 개인주의 국가보다 집단주의 국가에서 더욱 잘 일어나는 경향이 강한 것도 밝혀졌다. 특히 집단의 ‘조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뿌리 깊은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의견보다 집단 속에서의 의견 일치가 중요시되므로 동조가 일어나기 쉽다.
그러므로 사전 교섭을 잘하는 방법으로써 동조자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혼자 기획을 통과시키고 싶어도 상사가 ‘그러한 기획은 채용할 수 없다’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때는 부서 전원에게 미리 사전 교섭을 해 두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서 말하면 아무리 완고한 상사라도 “Yes”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소수의 영향력(minority influence)’이라는 말이 있다. 집단의 의사 결정은 일반적으로 다수파가 반대자에 대해 비난이나 배척을 하는 형태로, 집단을 결론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는 소수파가 더욱 영향력을 갖는 경우도 있다. 소수파의 일관된 행동이 다수파에게 심리적 갈등을 초래하여 판단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