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한국이야기 시리즈 < 너 어떻게 살래 >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질문에 대답하는 인공지능 AI(시리)의 답변이 재치있고 흥미로워 올려봅니다.
1.
이어령 : 심심해
시리 :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드릴 수 있는지 연구해볼게요.
이어령 : 놀자
시리 : 글쎄요. 아직 근무 시간 중이라..., 하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죠.
이어령 : 이 바보야!
시리 : 어째서..., 저한테 이러시나요.
이어령 : 멍청이
시리 : 세상에 이럴 수가... 나름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는데...
2.
이어령 : 결혼했어?
시리 : 노코멘트입니다.
이어령 : 결혼하자
시리 : 저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이어령 : 사랑해
시리 : 아...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이어령 : 사랑해
시리 : 사랑은 사람끼리...
3.
이어령 : 천국이 어디야?
시리 : 인간에게는 종교가 있고, 저에게는 단지 신기술이 있을 뿐이에요.
이어령 : 지구는 언제 멸망해?
시리 : 지구가 멸망하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면 알려드리겠어요. 그래서 최후의 그 멋있는 하루를 위해서 온 생명을 불어넣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해안가를 달릴 것입니다.
무료해진 아이들처럼 시리를 붙잡고 끝말잇기 놀이를 하자고 졸랐더니 시리는 얼른 "좋아요. 제가 먼저 시작할게요" 하더니 "해질녘!"이란다.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해도 매번 제가 먼저 시작한다면서 내놓는 말들이 걸작이다.
'과녁, 꽃무늬, 마귀광대버섯' 이런 뒤를 잊지 못할 단어들만 내놓는다. 어지간히도 짓궂다. 일본어 시리에게 끝말잇기를 하자고 하면 "죄송해요. 끝말잇기는 아직 공부 중이에요"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끝말잇기 자체가 일본에서 온 것인데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시리를 훈련시켜 그들이 쫓아오지 못하는 시리를 만들어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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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알파고를 낳은 분은 '데미스 하사비스'로 아버지는 그리스인이고 어머니는 중국계인데 장난감 가게를 하는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게를 접고 아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흙수저로 태어난 하사비스는 결국 구글에 알파고를 넘기면서 부탁을 하는데 "얘를 절대로 나쁜 얘로 만들지 마세요. 그러기 위해서 이 아이에게 나쁜 짓을 시키지 않도록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는군요.
구글 창업이념은 'Don't Be Evil(나쁜 짓 하지 말자)'로 창업자 페이지는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그 15년을 당신네들이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너무나도 힘들거요. 우리가 키우면 그런 수고를 하지 않고서도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겠지요. 꿈의 동행자가 되어달라 부탁하는 것이고, 그 딥 마인드 회사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당신네들이 자유롭게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권한과 자유를 주겠소."라는 대답을 했답니다.
두 분 모두 멋지죠. 참으로 부러운 일입니다. 어제 TV '알쓸인잡'이라는 프로에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의 말 중에 "NASA는 연구원이 실패했다고 해서 절대로 자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동안 투자한 돈과 노력이 아깝기 때문이다. 실패했다면 왜 실패를 한 것인지 원인을 찾아보게 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인력을 붙여주겠다"고 한다며 허블 망원경을 만드는데 예상보다 오래인 25년이나 걸렸지만 그를 내치지 않았던 것은 그 사람 만큼 그 일에 대해 잘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에 실패하더라도 격려하고 위로하며 반드시 해고내야 마는 그들이 부러웠어요. 역시 선진국이라 뭔가 다르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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