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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피 홈플러스 SSM 철회'라고 쓴 피켓이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에 열린 입점 규탄대회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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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송은숙 기자
대기업이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 순대, 분식, 설렁탕 등 주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골목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개점을 한 달여 앞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계양구 효성점도 그 중 한 곳이다.
"길 건너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서면 당장 마트 문을 닫아야 하는데, 재고품만 쌓일까봐 물건도 제대로 못 들여놓고 있어요.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 폐업하면 담보로 내놓은 집은 은행에 넘어가고, 빚만 떠안은 채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어요."
계양구 효성동에서 2008년 4월부터 4년째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권영현(42)씨의 하소연이다. 앞으로 한 달여가 지나면 권씨 가게 맞은편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계양구 효성점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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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현 씨의 가게 앞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효성점 입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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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답답한 마음에 시청이며 구청, 시의원, 구의원 안 찾아다닌 곳이 없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나마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의식한 탓인지, "신경을 쓰겠다"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마트에 여러가지 물건을 납품하는 일을 15년 정도 해온 권씨는 대형물류업체들이 늘어나자 소매업인 마트를 시작했다. 부평에서 마트를 처음 시작해 계산동의 한 마트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그동안 모은 전 재산인 5억이 넘는 피해를 봤다고 한다. 현재 운영 중인 효성동 마트는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과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합해 어렵게 마련한 것이다.
"바로 앞에 큰 건물을 짓는 걸 보고 '혹시 대형마트도 들어오나?' 하는 마음에 여러 번 확인했어요. 그때마다 '마트는 안 들어온다'고는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지난해 11월 계양구청에 확인했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살 길을 찾을 시간이라도 벌 수 있었을 텐데 설마설마 했더니…."
계양구는 홈플러스 2개를 비롯해 대형마트가 5곳으로 인천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당 주민수는 전국 평균 11만7667명의 절반 수준인 5만7430명으로 낮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효성점은 효성동 623-67번지에 450여㎡ 규모로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점이 들어서면서 권씨를 포함해 생존을 염려한 주변 상인 입장을 대변해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지난해 12월 초 인천시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효성점과 관련한 민원이 계양구청에 접수돼 12월 8일 주변 상인들을 만났고, 그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효성점에 사업개시일 전 일시정지를 권고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시가 일시정지를 권고한 다음날인 12월 9일 "효성점이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주가 지분을 51% 이상 소유하는 가맹점"이라며 시에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홈플러스 상생협력팀 담당자와 주변 상인들의 1차 자율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개점일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인천지역 대형마트는 24개(사전등록제로, 이 중 3곳은 개점 전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super supermarket)은 47개 이상이다. SSM의 경우 전통상업보존구역 1km 이내 지역만 등록 대상이다 보니 정확한 업체 숫자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효성점도 전통상업보존구역인 작전시장 경계에서 직선거리 1km 이내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SSM처럼 대기업이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순대, 분식, 설렁탕 등 주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골목상권에 진출한 기업이나 계열사는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달한다. 이로 인해 재벌가 2~3세들이 막대한 자본력, 모기업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이점을 바탕으로 손쉬운 돈벌이에 나서 '상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등록제'로 되어 있는 대형마트 점포 설립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자들은 또 "대형마트의 위생검사나 교통유발지수 검사에 따른 적정 수준의 세금 부과, 문화와 휴식공간인 공개공지를 판매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해당 구에서 상생협력 조례에 따른 권고사항을 잘 지키도록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SSM의 24시간 영업도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한 요소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30일에 통과된 유통법 개정안에 따라 구의 조례가 나오면 24시간 영업을 하지 못하고, 월 1~2일 쉬어야 한다.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구별로 관련 조례를 만들 때 '일요일 2회'로 휴일을 지정하는 등 상생 차원에서 중소상인들의 골목상권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대상이나 CJ, LG 등 대기업이 중소상인들이 주로 해온 식자재유통업에도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공서나 학교, 병원 등에만 식자재를 납품하던 대기업들이 유통을 전담하는 회사를 만들어 일반 식자재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상인단체들의 요구로 지난해 발의된 '중소기업적합업종 특별법'은 아직 상임위에 머물러 있는 단계이다.
정재식 '대형마트 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시의 관련 예산·인력의 증원, 해당 구의 조례 개정 등 다각적인 지자체의 노력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지원사업과 관련해서는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주변의 상권 특성까지 고려한 맞춤지원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정재식 사무국장은 "4월 총선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중·소상공인 정책에 관한 후보들의 입장을 파악해 지지와 낙선 운동에도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