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영논리의 이면에는 한국현대사를 전혀 다르게 보는 두 개의 역사관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80년대를 풍미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약칭 : 해전사)사관입니다.
반공교육세대인 제가 대학 시절 해전사사관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보는 눈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후 저는 40대 중반까지는 기본적으로 해전사사관 신봉자였습니다. 그러다 교수가 되고 헌법의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다시 바라보면서 해전사사관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마 진보진영 상당수는 아직도 해전사사관의 영향하에 있지 않을까요?
다른 하나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암암리에 세력을 넓히고 있는 뉴라이트사관입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파문 때 뉴라이트사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뉴라이트사관은 학문적 정직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논리적으로는 그럴 듯해 대중적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마 보수진영 상당수는 뉴라이트사관 중 식민지근대화론은 거부하지만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 북한은 실패한 나라라는 이분법적 구도하에 이승만과 박정희를 미화하는 부분에는 공감하지 않을까요?
뉴라이트사관에서는 해전사사관을 종북사관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종북사관에 물든 사람을 종북좌파로 봅니다.
뉴라이트사관에 의하면 저는 40대 중반까지 종북좌파였습니다.
해전사사관과 뉴라이트사관은 한국현대사를 보는 눈이 정반대여서 서로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역사전문가가 아니므로 둘을 학문적으로 엄밀하게 비판할 실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둘 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진영논리사관이라는 것은 압니다. 보수는 해전사사관을 받아들일 수 없고, 진보는 뉴라이트사관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역사관은 없을까요?
저는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1운동 - 대한민국 임시정부 -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는 역사관입니다.
이 역사관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역사관입니다.
그래서 이 역사관을 '국민통합사관'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과거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집니다.
해전사사관이나 뉴라이트사관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진영논리의 수렁에서 허덕일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통합사관으로 과거를 기억한다면 진영논리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교수님의 국민통합사관론에 적극 동의합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