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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님요. 나가요. 요번에는 꼬치밭에서 꼬치 나것지매 하고 맨땅에 꼬치를 숭것다요.
근데 맹글어노코 봉께 참말로 누가 보까니 겁나는 꼬치밭이 되얏그만요. 맨 땅에다가
호맹이로 콕콕 쫏아 갖고 숭거 논 꼬치들이 인자는 땡볕 속에서도 지칠 줄을 모르는
지심들 땜시 제대로 배기지도 못할까베 겁부터 나드랑게요?
꼬치밭 볼 때마다 대체 야들이 운제쯤 제대로 꼬치 행세를 허기나 헐란지 싶어 애걸
복달허다가, 가만 봉께 일단은 명색이 꼬치밭인디 잡풀들이 저리도 풍성허게 넘치나는
거시 넘사스럽기도 허제마는, 기왕 숭거 논 꼬칭께 제대로 사르라고 손품 발품 좀
팔아서락도 좀 거들아줘야것네요.
참말로 윗기는 짓서리제마는 이리 풀이라도 깎아 놓코 낭께 또 뭐시 눈에 배기는
그만요. 숭거만 놓코 딜다 보도 안 허다가 오랫만에 둘러 봉께 뭔 일인지 빠싹 몰라
붙은 놈들도 있고, 어떤 놈 짓인지 꼬칫대 모감지를 싹둥 짱그라 묵은 놈들도 있고,
달리라는 꼬치는 안 달리고 접순만 오살나게 많이 나오는 아그도 있고, 아예 흔적도
없이 사그라져 삐린 놈들도 있는디,
그 와중에 그래도 하얗게 이뿐 꽃봉오리를 다는 놈들이 훨씬 더 많이 있고, 꼬치꽃이
펴서 줄줄이 꽃을 달고 있는 놈들도 있는디, 암튼 처삼춘 매뚱 벌초해 논 거 겉기도
허고, 인자 막 군대 가는 놈 대그빡 밀어 논 거 겉기도 헌디, 그래도 이리만 해 놔도
상구 보기가 좋쿠만요.
또 재밋는 것은, 이거이 농사 짓는 거냐고 볼 때마정 타박을 험서 딜다 보도 안 허던
각시가, 오랫만에 꼬치밭을 한 바꾸 돌아 봄서 헌다는 소리가, 야들아, 암먼 그레도
글체, 느그가 요로크럼 지대로 살아불먼 안 되는 것이다이... 험서 군담을 허고
댕긴다는 것이제요. 이거이 제대로 안 되야 각시가 헐 말이 있는디, 잘 되불먼 지가
여지껏 잔소리 헌 거시 몽땅 다 헛빵이란 야그가 되는 일이거든요.
쎄빠지게 키워 농께 잘 묵은 거시 어먼 디로만 나와서 아깝제마는 기왕지사 나온 건디
기냥 내뿔먼 더 아까분 거시지라이. 접순 너무 많이 달린 건 그 접순을 따서 젓갈과
매븐 태양초 좀 넠고 꼬치너물 맹그라 묵는 것도 별미던디, 뭔 노무 노린재들이
이리도 많이 달라드는지, 근다고 야들을 일일이 다 잡아 낼 수도 없쓴께 기냥 놔
놓코 멀뚱히 볼 수 밖에 없었는디, 꼬치한테 그리 심허개 해찰은 안 쥑이는 거
겉더만요. 야들보다 비리(진딧물)가 군데군데 달라 드는 거시 더 문제더랑께요.
누가 꼬사리 삶은 물이 해충들을 잘 쥑인다고 갤차 주던디, 여지껏 꼬사리 삶음서도
그런 줄도 모르고 귀헌 물은 다 내삐리 뿔고 뒤늦개 죽순 삶은 물이 있어서 이거라도
뿌리 보꺼나 허고 일을 벌렸는디, 우선에 쉬분대로 조로에다가 담아 갖고 기냥
실실실실 내달림서 욱에다가 뿌리줬더마는 난중에 봉께 꺼먼 비리는 없어지더랑께요.
근디 초록색 비리들은 안 죽고 있어 상추 겉은 보드란 잎싹에다가 죽순물을 바로
붕께 뭉캐지기도 허는 거 봉께, 암디나 잘못 쓰먼 안 되것더만요.
내가 꼬칫대 이 놈들을 군기 잡는다고 여지껏 지줏대도 안 세워 주고 가만 내비
뒀더마는 생각보다 짱짱허니 잘 전디고 커서, 최근에는 이틀동안 비바람이 불었는
디도 안 자빠지고 이리 잘 전디고 있더랑께요. 근다고 인자 실실 꽃도 달리고
열매도 달리기 시작허는디 끝까지 가만 놔 노먼 가쟁이 찌저지고 자빠지고 해서
안 되지라이.
그래서 짱짱허니 잘 벗타 준 이 놈들헌티 상으로 지줏대를 심거 줘야했는디요.
몇 개 되도 안 허는디 새로 지주끈을 사 오기도 뭣 해서, 뭘 싸고 묶고 해서 들고
온 끈타발들을 짱그라서 쓰니께 간단허니 해결되더구만요. 잘 살아줘서 고맙고 존
환경에서 잘 묵고 잘 산 놈들 못지않케 이삐게 짱짱허니 잘 커 준 거시 참말로
아짐찮허지라이.
지주를 뭉꺼 주고 여그저그 샛순들이 많아지먼 제대로 욱으로 못 크게 되니께 접순
들을 막아 주는 것도 큰 일이랑께요. 중간에 각시가 대충 뜯어내는 거 겉더마는 금새
더 컸던지 새순들이 솔찮허니 많이 나오는그만요. 이 접순들은 그나마 수고해 줬다고
덤으로 생긴 겅께 우리가 맛나개 묵어줘야 허는 거구만요.
이 정도먼 시방까지는 제복 농사가 잘 된 거 맞지다잉? 암튼 시방부텀은 꼬치 사로
안 나댕기도 될만허니 나 묵을 거는 나오는 판인디, 그란디 참말로 희안한 것은,
이리 어설푸게 농사를 지 갖고도 나 모가치 각시 모가치 애덜 모가치가 다 나온다는
그런 거시지라잉. 성님은 이런 거 안 신기하요? 난 우리 각시 나헌테 시집 올 때거치
신기하고 귀여버 죽겠스라.
가끔 풀이나 한 본씩 베 주는 걸로 농사 다 헌드시 하매, 엉성허니 짓는 꼬치농사가
으쩌든가 시방까지는 양호헌디, 앞으로 빙 안 걸리고 얼매나 많이 달아 주느냐가
문제것지라이? 근다고 큰 농사 짓는 분들이 이거 다 따라허다가는 낭패를 당헐
수가 있승께 어린이나 노약자만 따라 허시다이? 이상 께을뱅이 후배의 꼬치농사
중간 보고였습니다요. 덥은디 몸 조심 허시게라이?
音 압둘라 이브라힘 '케이프타운의 꽃'
첫댓글 고추밭 이야기을
지방 사투리로 (구수한) 말씀이 재미 있습니다
노가다 하다가 심들어 못하것다고 밤보따리 싸서 도망간 후배의
고향이 거그다봉께, 전화 와서 시부린 말을 녹음혔다가(녹음 안 하면 나도 금방 말귀를 다 못 알아들응께)
거그다가 내가 고대로 자판에 옮겨 적을래니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제.^^
고추농사를 아무나 하는줄아슈?
고추심고 흙을모아 두덕도 해줘야되고
물빠짐이 좋게 고랑도 해 줘야되고
진딧물이나 탄저병 생기면 농약도 쳐야되고
요소비료도 줘야하고...등등 손이 많이가는게
고추농사라우~
일일이 사람손으로 하나씩 따야되고.
힘든게 고추농사여~~
손 날랜 즈그 마누라 믿고 저러지, 지 혼자서는 꿈도 못 꿀 위인이여~
처삼춘 벌초 하능맹키로 하믄 풍년은 애지늑이 글러 부렀소
그라도 우쪄긋소 고추농사 잘지어서 갈에 빨간고추 많이해서 풍년들기를 기원합니다.
농사일 하늘이 거의 90% 알아서 지어주니
그래서 천하지대본이라 하는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