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있는 대폿집
서울 - 종로· 인사동
인사동의 길목, 예스럽게 꾸민 민속주점이 많지만 옛날 대폿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종로 뒷골목에 위치한 ‘남원집’과 같이 사람 냄새가 모락모락 날 것 같은 허름한 대폿집에 발길을 돌리는 것도 좋다.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원한다면‘ 와사등’, ‘낙원시장’, ‘味갈매기살’도 좋다. 그 중 골목 모퉁이 드럼통 테이블에 앉아 달빛, 별빛, 바람을 맞으면서 구운 돼지고기에 술 한 잔 걸칠 수 있는 ‘味갈매기살’의 정취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몇 차에 걸쳐 막걸리를 마실 생각이라면 시원한 솔잎향이 그대로 담겨 있는 솔바람동동주가 기다리는 ‘천강에 비친 달’에 들러 보자. 된장비빔밥으로 유명한 ‘툇마루집’의 명물인 ‘가자미식해’는 이북식 발효 음식으로,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한번 먹어봐야 하는 안주다.
서울 - 북부· 동대문
민족주의적 교풍으로 과거 ‘막걸리 대학’이라 불리던 고려대학. 그 주변 뒷골목에는 지금도 학생들이 드나들며 청춘을 함께했던 저렴한 술집들이 남아 있다. 제기동의 ‘나그네파전’, ‘고모집’, ‘충주집’, 휘경동의 ‘나그네파전’ 등은 과거 막걸리 한 잔에 세상을 논하는 학사주점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성북구의 ‘신신식당’, 흥인동의 ‘30년 전통 홍어찜’은 인생 경력이 좀 있는 막걸리파에게 딱 좋다. ‘신신식당’에서는 욕쟁이 할머니가 시골에서 직접 띄운 누룩을 사용해 빚은 농주(동동주)와 토속적인 시골 음식을, ‘30년 전통 홍어찜’에서는 할머니가 누룩, 찹쌀, 물만으로 정갈하게 빚은 막걸리에 홍어찜, 홍어회 등의 곰삭은 홍어 요리의 깊은 맛을 맛볼 수 있다.
서울 - 서부· 동부· 남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 신촌이나 이대 앞의 민속주점을 뒤로 하고 가고 싶은 곳은 공덕동의 ‘청학동부침개’나 ‘마포 진짜 원조 최대포’. 각종 재료에 밀가루로 튀김옷을 입혀 지져낸 전이며 돼지 소금구이, 껍질구이는 막걸리 안주에 적격이다. 비라도 올라치면 공덕시장으로 향해보자. 전 골목뿐만 아니라 푸짐하면서 저렴하기도 한 족발 골목도 유명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막걸리를 맛보고 싶다면 천호동도 좋다. 천호동의 막걸리집은 홍어 안주를 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곰삭은 홍어 맛에 때로는 얼굴이 일그러지기도 하지만 일단 한번 익숙해지면 참을 수 없이 유혹적이다.
부산 - 서민문화가 꽃핀 부산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생선구이에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싶다면 자갈치시장 뒷골목이나 용두산 공원 아래 고갈비 골목도 좋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피난민들이 몰려 왔던 그때 그 시절 부산의 추억을 함께하고 싶다면 부산역에서 가까운 ‘영주시장’이나 중앙동 ‘실비집’이 있다. 그리고 학생 민주화운동이 고조에 이르렀던 1980년대의 학원가를 느끼고 싶다면 부산대학 앞 학사주점 ‘108강의실’이 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막걸리와 안주를 즐기고 싶다면 궁중파전을 재현한 ‘동래할머니파전’이나 부산의 문화예술인이 자주 다닌다는 ‘부산포’도 좋다. 맑은 공기를 맡고 싶다면 구덕령 꽃마을에 있는 ‘잠이순두부’에 들러 직접 빚은 막걸리 한잔에 목을 축이는 것도 좋다.
지방 - 시골 대폿집을 어떻게 찾아 갈까?
아는 이 없는 타지에서 오래 된 대폿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지의 택시 기사에게 물어 보라. 기사들이 그 지역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것도 있지만 그들 자신이 ‘싸고 맛있는 대폿집’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도 있다. 또 다른 유력한 정보통은 양조장이다. 오래된 그 지역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시음하면서 “이 막걸리 받아 가는 대폿집 없을까요?”라고 물으면 대개 흔쾌히 알려준다. 갈 곳이 없어 헤맨다면 우선 시장으로 가자. 대폿집다운 가게를 만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시골 시장에는 막걸리를 내는 대중식당과 좌판식당이 꼭 있다. 또한 옛날 모습을 한 대폿집은 시장 가까운 번화가에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