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국제펜광주문학상 |심사평|
-<<국제펜광주>> 2012년 제 10호, P.14-29
시인, 심사위원장 김 종
벌써 20년 전의 일이 됐습니다.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의 트랙에 들어섰을 때 그라운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하여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황선수의 초인적인 레이스에 한결같은 경의를 표현했습니다. 성공한 사람 중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마라톤과 단거리 달리기가 그것인데 물론 단거리 경주에도 스타트에서 결승지점에 승리를 위한 전략적 경주를 펼쳐야 합니다. 허나 단거리 경주는 마라톤처럼 42㎞에 달하는 장거리를 달리면서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는 지루한 자기와의 싸움까지를 감내하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소설에도 단편과 장편이 있는데 이도 달리기 경주에서 말하는 단거리 경주와 마라톤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사소감을 말하면서 밭을 좀 크게 잡은 감이 있습니다만 언급할 대상인 이성자 교수의 지난날의 열정도 단거리냐 마라톤이냐의 특성적 차이를 벗어날 수는 없겠습니다. 오늘의 수상자 이성자 교수는 두 가지 중 단연 마라톤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겠고 그만큼 문학세상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한 표본으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미 92년에「아동문학평론」에서 동시부문으로 문학 세상에 나왔고 계몽아동문학상(‘94), 동아일보신춘문예 동시 당선(’96), 어린이문화 동화부문 당선(2001), 눈높이 동화부문 당선(2001), 이린이문화신인대상(2002) 등등으로 문단등단의 징표를 삼았습니다. 이후 광주·전남아동문학상(‘98), 광주문학상(’98), 한정동아동문학상(2000), 대한문학상(2006), 우리나라 좋은동시문학상(2007), 한국불교문학상(2007), 방정환문학상(2009) 등을 수상하면서『너도 알 거야』등 동시집, 동화집, 그림책 등등 18권의 저서를 출판하였고 2011년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재)출판도시문화재단 어린이책예술센터와 한국아동문학인협회에서 한국아동문학가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2011년 초등학교 국정교과서 6-1학기 국어읽기에도 동시가 수록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한국문학사에 처억처억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선정하고 그 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그에 대한 ‘이미지’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이 그만큼 이미지를 내세우는 세상이 된 것인데 이성자 교수, 이성자 아동문학가는 아무리 에둘러 표현해도 드러나게 마라톤 선수의 모습으로 광주펜문학상의 레이스에 들어선 것입니다. 특히나 이번 제 8회 광주펜문학상의 평가대상인 장편동화「딱 한 가지 소원」,「마법을 걸고 싶은 날」,「행복한 우울바이러스」등 3권과 그림책「황금가면을 찾아서」를 합하여 모두 4권의 저서를 2011년에 보여주었습니다. 이중「딱 한 가지 소원」이란 장편동화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친구들 마음속에는 무엇이 살고 있나요? 혹시 괴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나요? 믿기 어렵겠지만 마음속에 무시무시한 고래가 사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와 놀 때도 움직이지 못하게 훼방을 놓으며 게으름을 피우게 만드는 고래랍니다.
한모는 게으른 습관이 ‘레모라’라 불리는 고래 때문이란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이런 한모에게 딱 한 가지 소원이 생깁니다. 잘못된 습관을 키우게 만든 레모라를 물리칠 비밀의 열쇠를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정말로 한모의 소원이 이루어질까요? 게으름을 물리칠 딱 한 가지 비밀 열쇠! 이것을 주인공의 소원에 견주어 낸 작품입니다.
자, ‘문학은 사람 그 자체’라고 말한 사람은 부폰이었습니다. 이 일에 기대면 이성자 문학은 이성자의 인간세계를 담아낸 문자행위라는 것이지요. 레온 에델은 작가와 작품과의 관계를 ‘그 나무에 그 열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감나무에는 감이 열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성자라는 문학나무에서 18권의 동시집과 동화집을 수확하였고 2011년인 지난해만도 4권의 저술적 성과를 쌓았습니다. 이성자 아동문학가를 문학세상으로 안내한 전원범 교수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 ‘인연을 소중히 가꾸는 사람’,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꺼지지 않는 불씨를 안고 사는 사람’ 등으로 이성자 교수의 세계를 갈래지어 말하였습니다. 이들 중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행복’과 ‘인연’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불씨 같은 열정의 사람’ 등을 살필 수 있고 문학의 기능을 재미와 교훈성에 둘 때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전형적인 문학을 펼쳐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광주펜문학상은 정성을 고봉밥처럼 담아드리는 상입니다. 이번 2012년 광주펜문학상 수상은 이성자 교수에게 여러 성과 중의 하나가 되겠지만 마라톤의 레이스로 달려가는 문학세상에서 격려와 채찍의 의미를 지닐 것이며 이를 계기로 더 큰 문학적 성과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심사위원 일동은 이성자 아동문학가의 수상여부를 만장일치로 확정지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