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심의 여러 가지 이름
문= 이미 바른 신심은 내었지만, 아직 어떤 것을 진심이라 하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답= 허망을 여윈 것을 진이라 하고 신령하게 밝은 것을 심이라 하니 능엄경에 이 마음을 밝혔느니라.
문= 다만 진심이라고만 하나이까. 또 다른 이름이 있나이까.
답= 불교와 조교(祖敎)에 지은 이름이 같지 않다. 불교에서는 보살계에서 마음 땅(心地)이라 했으니 온갖 선을 발생케 하기 때문이며, 반야경에서는 그것을 보리라 했으니 깨달음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며, 화엄경에서는 법계라 했으니, 온 곳이 없기 때문이며 또 반야경에는 열반이라 했으니 모든 성인들의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며, 금광명경에서는 여여라 했으니 항상 진실하고 변하지 않기 때문이며,
정명경에서는 법신이라 했으니 보신과 화신이 의지하는 때문이며, 기신론에서는 진여라 했으니 생멸이 없기 때문이며, 열반경에서는 불성이라 하였으니 삼신의 본체이기 때문이며, 원각경에서는 총지라 하였으니 공덕을 흘려내기 때문이며, 승만경에서는 여래장이라 하였으니 숨기고 덮어 포옹하였기 때문이며, 요의경에는 원각이라 했으니 어둠을 부수고 홀로 비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선사는 유심결에서
『한 법에 천 가지 이름을 가진 것은 인연을 따라 이름을 세웠기 때문이다』라고 했던 것인데 여러 경에 두루 있으므로 다 인용한 바이다.
문=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았으나 조사의 가르침은 어떠하옵니까.
답=조사문에는 이름과 말이 끊어져서 한 이름도 붙이지 못하거늘 어찌 많은 이름이 있겠는가. 그러나 감응하는바 근기에 따라 그 이름도 또한 여러 가지이다.
어느 때는 자기라 했으니 중생의 본성이기 때문이요, 어느 때는 바른 눈이라 했으니 온갖 모양을 바로보기 때문이요, 어느 때는 묘한 마음이라 했으니 텅비어 신령스럽고 고요히 비추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며 어느 때는 주인할아버지라 했으니 옛부터 걸머지고 온 것이기 때문이요,
어느 때는 밑 없는 발우라 했으니 곳을 따라 생활하기 때문이며, 어느 때는 줄 없는 거문고라 했으니 금시에 소리가 나기 때문이요, 어느 때는 다함 없는 등불이라 했으니 그릇된 생각을 비추어 부수기 때문이며, 뿌리 없는 나무라 했으니 뿌리와 꼭지가 견고하기 때문이요, 날카로운 칼이라 했으니 번뇌의 뿌리를 절단하기 때문이요 어느 때는 무위국이라 했으니 바다가 고요하고 강물이 맑은 것 같기 때문이요,
어느 때는 모니주 구슬이라 했으니 빈궁한 자를 구제하고 이익을 주기 때문이며 어느 때는 몸통 없는 자물쇠라 했으니 여섯 가지 정욕을 일어나지 않도록 잠그기 때문이며, 내지 진흙소·나무말·마음의 근원·마음의 도장·마음의 거울·마음의 달·마음의 구슬이라고도 했거니와 갖가지 다른 이름을 이루 다 적을 수 없다.
만약 진심을 사무치면 모든 이름을 다 알 수 있지만, 이 진심을 모르면 모든 이름에 다 막히게 되리니 부디 이 진심을 자세히 알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