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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복지센터 문화교실
할머니 한 분 신입으로 오셨다 유모차 앞세우고
쉬엄쉬엄 내리는 장맛비처럼 오셨다
"웬 유모차"
온음표 눈들이 휘둥그레 커지는데
아기보다 큰 통기타 가방 하나 내려놓으신다
비 맞을세라 비닐 보자기 씌워서
두리번두리번
궁리 끝에 눈길 가다듬고
맨 앞줄 선생님 턱 밑에 앉아서는
"귀가 잘 안 들려서유"
"치긴 멀 치간디유"
"치매 안 걸리구, 요양병원도 안 갈려구 그러는구먼유"
*페르마타 음표들이 신기한 듯 측은한 듯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고'
아득한 바닷가 아득한 어머니
여든셋 섬집아기
악보 3페이지 모랫길을 아장거리기만 하는데
*악보에서 쉼, 늘임, 정지의 뜻을 가진 눈썹을 닮은 음표
김백/
<부산매일신문> 문화부 기자 역임. <월간 문학공간> 등단. 양산시인협회 회장. 계간문예 중앙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저서: 시집 「자작나무 숲에 들다」. 동인지 「구름에 새긴 얼굴」 「혹여 너를 부를 때면」 「바람따라 세월 따라」 등 다수.
월간문학공간 / 「문화산책」, 양산신문 / 「문화기행」, 「지상시화전」 양산시보/「詩時콜콜」 연재.
양산시립도서관 <시창작교실> 강사. 시 창작교실 <시인촌> 강의. 2022 계간문예 작가상 수상.
김백 시인 ysilbo@ysilbo.com
https://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