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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용당 운초(金芙蓉堂 雲楚)
조선 중기의 성천(川)의 명기(名妓). 김이양(金履陽)의 소실. 이름은 윤초(雲楚), 호는 부용(芙蓉), 가무(歌舞)와 시문(詩文)에 뛰어나다. 『부용집(芙蓉集)』에 수록된 삼백여 편의 시는 규수 문학의 정수라 함.
시주객을 풍자함
讓詩酒客
술이 과하면 사람의 목숨 끊고
시를 잘하면 곤궁하게 되나니
시와 술 그것은 벗이 될 수 있으나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말라.
酒過能伐性 時巧必窮人 주과능벌성 시교필궁인
詩酒雖為友 不疎亦不親 시주수위우 불소역불친
1) 伐性(벌성)-목숨을 끊음.
새벽에 일어나
曉起
지난 밤 꿈속에 고향 갔다가
잠을 깨어나 그림을 바라보네.
그 누가 알리, 천리의 달이
외로운 이 한 몸을 비추는 줄을.
夜夢到成都 覺來看當圖 야몽도성도 각래간당도
誰知千里月 遍照一身孤 수지천리월 편조일신고
금수에서 자면서
宿黔秀
겨울 기러기 멀리 높이 날으고
덧없는 내 일생은 반이나 타향이네.
누가 견디리, 산에는 절구소리
창창한 달밤에 개 짖는 소리.
寒雁高飛遠 浮生半異鄉 한안고비원 부생반이향
誰堪山杵響 犬吠月蒼蒼 수감산저향 견폐월창창
스스로 비웃음
自嘲
시는 화예와 어울리기 어렵지만
문장이야 어찌 경번과 같겠는가.
헛된 명예 참으로 이 나를 속였구나.
빈번히 서울을 오르내렸네.
바느질 광주리를 필통으로 겸해 쓰고
누에 치는 대신에 글읽기 일삼았네.
마음내키면 책을 뒤적이지만
생선을 제사하는 수달이 더욱 싫네.
詞難花蘂併 文豈景樊同 사난화예병 문기경번동
浮譽其欺我 頻繁到洛中 부예기기아 빈번도락중
針筐兼筆架 蠶事代蝌書 침광겸필가 잠사대과서
意到披緗帙 還嫌獺祭魚 의도피상질 환혐달제어
1) 花蘂(화예)一중국 오대(五代)의 임금 맹창(孟昶)의 부인. 궁사(宮詞)로 유명한 2) 景樊(경번)-중국 당(唐)나라 백락천(白樂天)의 첩의 이름. 3) 蝌書(과서), 4) 緗帙(상질)-담황색의 헝겊으로 만든 책갑(册匣), 5) 獺祭魚(달제어)-수달은 잡은 고기를 에참고서를 많이펴 놓음을 이름.
황강 노인을 기다리며
待黃岡老人
밤비에 앞강물이 모래밭에 넘쳐
만리에 같은 마음, 돛배가 떴네.
생각하면 고향에도 봄은 이미 왔으련만
부질없이 하늘 끝에 쓸쓸히 앉아 있네.
前江夜雨漲虚沙 萬里同情一帆斜 전강야우창허사 만리동정일범사
遙想故園春已到 空懷無賴坐天涯 요상고원춘이도 공회무뢰좌천애
1) 故園(고원)-옛동산. 고향. 2) 虚沙(허사)-모래밭. 3) 無賴(무의) 심심한, 적적함.
늦봄에 대동강에서 뱃놀이하며
暮春舟下浿江
산정자 버들 속에 꾀꼴 소리 요란한데
보내는 봄의 정이 아직도 남아 있네.
아침 되어 강물에 복사꽃은 떠 가고
바람길에 돛배는 패성으로 내려가네.
山坮翠柳亂聞鶯 猶有殘春未了情 산대취류란문앵 유유잔춘미료정
朝來汎濫桃花浪 一帆靡風下浿城 조래범람도화랑 일범미풍하패성
1)未了情(미로정)-정이 다하지 못함. 2) 汎濫(법단)-물 위에 둥둥 떠서 흐를, 또 물이 넘처 흐름. 3) 浿城(패성)-패(浿)는 대동강(大同江), 또는 예성강(禮城江)의 고칭(古稱).
지는 매화
落梅
예쁜 얼굴, 고운 살결이 차츰 쇠해가나니
샛바람에 열매 맺고 푸른 가지 돋아나네.
해마다 끊이지 않는 봄의 소식이거니
인간 이별의 설움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을.
玉貌氷肌冉冉衰 南風結子綠生枝 옥모빙기염염쇠 남풍결자록생지
纏綿不斷春消息 猶勝人間恨別離 전면불단춘소식 유승인간한별리
1) 玉貌氷肌(옥모빙기)-옥처럼 예쁜 얼굴과 얼음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살결, 매화의 형용. 2) 冉冉(염염)-세월 같은 것이 가는 모양. 3) 纏綿(전면)-얽히고 설킨 모양.
봄을 아끼며
惜春
꾀꼬리 울음 그치자 가랑비 내리는데
황혼에 문을 닫아 방 안이 아늑하네.
가는 봄을 붙들 길 없어 봄이 이미 늙었나니
병에다 애오라지 거짓 매화 꽂아 보네.
孤鶯啼歇雨絲斜 窓掩黃昏暖碧紗 고앵제헐우사사 창엄황혼난벽사
無計留春春已老 玉瓶聊挿假梅花 무계류춘춘이로 옥병료삽가매화
1) 假梅花(가매화)가짜 매화. 2) 無計留春(무계류춘)-봄을 머물게 할 계책이 없음. 3) (聊)-애오라지.
봄을 보내며
餞春
지난 밤 꽃다운 들에서 봄을 보내고 돌아와
깊은 시름을 어쩌지 못해 억지로 술잔 드네.
그래도 석류꽃의 붉은 한 나무 있어
담을 넘어 날아오는 나비를 때때로 바라보네.
芳郊前夜餞春回 不耐深愁强把杯 방교전야전춘회 불내심수강파배
猶有榴花紅一樹 時看蛺蝶度墙來 유유류화홍일수 시간협접도장래
1) 餞春(전축)-봄을 전송함. 2) 强(강)-억지로. 3)蛺蝶(집)-나비,4)度墙(도장)-담을 지남
백년의 마음
百年心
긴 날에 찌꼬리는 살구나무 그늘에서 울고
아름다운 사람은 깊은 발 안에 쓸쓸히 앉아 있네.
바라건대 봄바람의 무수한 버들가지를 꺾어
그 실가지로 그대와의 백년 마음을 맺었으면......
遲日鶯啼小杏陰 佳人悄坐繡簾深 지일앵제소행음 가인초좌수렴심
願取春風無限柳 絲絲綰結百年心 원취춘풍무한류 사사관결백년심
1 百年心(백년심)-님과 백년을 약속한 마음. 2) 絲絲(사사)-버들가지의 형용.3) 綰結 (관결)-잡아맴.
성도를 이별하고
一別成都
한번 성도를 떠나 먼 생각에 괴로운데
뜰의 꽃은 빗발인 듯 부실부실 떨어지네.
처마 끝의 까치소리에 게을리 꿈을 깨니
꿈속에 갔다 온 길이 실인 듯 가늘어라.
一別成都惱遠思 庭花如雨滴霏霏 일별성도뇌원사 정화여우적비비
簷鵲數聲慵罷夢 夢中歸路細如絲 첨작수성용파몽 몽중귀로세여사
1)成都(성도)--중국의 지명이나 여기서는 딴 지명인 듯. 2)霏霏(비비) 비나 눈이 보슬보슬 내리는 모양, 3) 慵(용)-게으름, 귀찮음.
외로운 무덤(三首)
孤墳
(一)
향기로운 좁은 길에 피어 있는 들난초
봄이 오면 물총새가 깃들기를 기다리네.
차라리 병든 숲의 쓸쓸한 잡초 되어
광풍에 흩날리어 진흙 속에 묻혔으면……
蘭苕花發在芳蹊 留待三春翡翠棲 란초화발재방혜 류대삼춘비취서
無寧寂寞捐林莾 羞逐狂風落溷泥 무녕적막연림망 수축광풍락혼니
1) 無寧(무녕)-차라리.
(二)
매화 꽃 하나 외로이 붙어 있는 가벼운 가지
잔인한 비와 바람에 고달피 늘어졌네.
비록 땅에 떨어져도 향기야 그대로 있을 것을
버들꽃의 방탕한 그 모습보다야 나으리.
寒梅孤着可憐枝 殢雨癩風困委垂 한매고착가련지 체우라풍곤위수
縱令落地香猶在 勝似楊花蕩浪姿 종령락지향유재 승사양화탕랑자
1) 殢雨癩風(체우나풍)-잔인한 비와 매서운 바람. 2) 蕩浪(탕랑)-물질에 움직임. 방탕하게 움직임.
(三)
깊은 시름 암담해라 미인을 묻었구나.
비 맞은 붉은 배꽃을 비단에 싼 듯.
꾀꼬리와 까치 울음은 들을 수야 있지만
산 밖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 어찌할꼬.
幽愁黯淡歛青娥 雨打紅梨畫掩紗 유수암담감청아 우타홍리화엄사
鶯喚鵲啼猶忍聽 其如山外笛聲何 앵환작제유인청 기여산외적성하
1) 青娥(청아)-소녀(少女), 젊은 미인.
귀성에 귀양 살며
龜城謫中
하늘 끝의 귀성이 꿈속에도 낯설거니
슬프다. 나는 무슨 일로 귀양살이 하는가.
말 삼가기 「삼합계」를 행하지 못하였고
분노를 징계 받아 「백인서」가 부끄럽다.
이웃 여인은 광주리에 차조를 대어 주고
마을 아이는 버들가지에 고기 꿰어 갖다 준다.
때를 따라 자격하면 모두 살기 좋은 곳
반드시 성도만이 우리 집이 아닌 것을.
天末龜城夢寐疎 嗟吾何事論來居 천말구성몽매소 차오하사론래거
愼言未服三緘戒 懲忿還慚百忍書 신언미복삼함계 징분환참백인서
隣婦提䒰供玉秫 社童貫柳賞銀魚 린부제광공옥출 사동관류상은어
隨時自適皆眞境 非必成都是吾廬 수시자적개진경 비필성도시오려
1)龜城(귀성)-삭주(朔州)에 있음. 2) 三緘戒(삼함계)-세 번 입을 다룬다는훈계. 『공자 가어(孔子家語)』에서 나온 말. 3) 百忍書(백인서)-참음의 백 가지 조항, 중국 당(唐)나라 장공(張公藝)의 말.
이른 봄
早春
연기에 어린 보슬비가 저녁에 개어
참새들은 좋아라고 처마 끝에 지저귀네.
차츰 자란 초목들은 화창한 기운이요
새로 씻은 강산은 쇄락한 마음이네.
바느질에 생각 없고 공연히 산란하여
부질없이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네.
시름은 날을 따라 봄 권태 쌓이는메 .
성에 가득 바람에 날리는 꽃 어찌할꼬
細雨和烟向晚晴 喜晴鳥雀繞詹鳴 세우화연향만청 희청조작요첨명
潜滋草木絪縕氣 新刷江山洒落情 잠자초목인온기 신쇄강산쇄락정
針線無心從散亂 床書漫閱任縱橫 침선무심종산란 상서만열임종횡
閑愁日與春傭積 將奈風花吹滿城 한수일여춘용적 장내풍화취만성
1) 絪縕(인온)-만물을 생성(生成)하는, 원기가 왕성함. 2) 洒落(쇄락)-마음이 상쾌함,
금앵을 보내면서
贈別錦鶯
높은 다락에서 슬픈 노래 부르지 말라.
술에 담뿍 취한 속에 일생을 보내려네.
건너 숲의 매미소리는 가을을 재촉하고
하늘에 닿은 풀빛은 저녁별에 더욱 짙네.
시름은 끝이 없어 나뭇잎에 구름 일고
이별 설움 주체 못해 술이 물결 움직이네.
문득 깨닫노니, 늙기 쉬운 우리.
슬프다. 이 걸음이 장차 어찌하려는가.
高樓遮莫唱悲歌 但願沈沈酒裏過 고루차막창비가 단원침침주리과
隔樹清蟬秋意早 連天芳草夕陽多 격수청선추의조 련천방초석양다
閑愁不斷雲生葉 離恨難禁酒動波 한수불단운생엽 리한난금주동파
頓覺吾人還易老 嗟君此去欲如何 돈각오인환역로 차군차거욕여하
1) 遮莫(차막)-그것은 그렇다 치고,
황강 선진을 생각하며
有懷黃岡先進
꽃이 피고 지는 것, 모두 사사로움이 없건만
새세 날으고 고기 뜀은 끝내 누구 위함인고,
뱃노래 한 가락에 산이 더욱 저물거니
천리라, 가을 시름을 어찌 견디랴.
오늘밤 밝은 저 달 누구와 함께 볼꼬,
덧없는 인생이라 만나기 어려워라.
바람 이슬 하늘에 가득, 님은 보이지 않고
갈꽃 십리 벌에 물만 질펀하여라.
花開花落總無私 魚鳥沈浮竟為誰 화개화락총무사 어조침부경위수
欸乃一聲山更暮 那堪千里動秋思 애내일성산경모 나감천리동추사
今宵明月為誰看 自是浮生好會難 금소명월위수간 자시부생호회난
風露滿天人不見 芦花十里水漫漫 풍로만천인불견 호화십리수만만
1)先進(선전)-선배(先輩). 선각자(先覺者),2) 漫漫(만만)一넓어 끝이 없는 모양.
오강루에서
五江樓小集
세월은 물을 따라 자취 없이 흘러가고
버들에 연기 깊어 반쯤 문을 가리었다.
약간 취해 생각 날려 백저를 노래하고
오히려 이 마음은 황혼을 한탄한다.
석양에 나그네 배는 강기슭에 줄 지었고
먼 나무, 뜬 구름에 마음이 어둑하다.
뜰 이슬이 맑고 찬데 발을 걷지 않나니
어찌타, 첫새벽 산달이 나의 넋을 녹이는고,
光陰逐水去無痕 楊柳烟深半掩門 광음축수거무흔 양류연심반엄문
薄醉飜思歌白苧 寸心猶自恨黃昏 박취번사가백저 촌심유자한황혼
斜陽客帆參差岸 遠樹歸雲黯淡村 사양객범참차안 원수귀운암담촌
庭露凄清簾不捲 四更山月奈銷魂 정로처청렴불권 사경산월내소혼
1) 銷魂(소혼)一넋이 빠짐, 넋이 녹음.
강가의 고요한 밤
江居夜寂
맑은 가을 달빛이 빈 다락에 가득한데
술에 취해 조용히 거룻배에 오른다.
긴 밤 찬 강에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실바람 피리소리가 자던 갈매기 깨운다.
清秋華月滿虛樓 取醉從容上小舟 청추화월만허루 취취종용상소주
遙夜寒江何所見 輕風吹笛起眠鷗 요야한강하소견 경풍취적기면구
영남 노기에게
贈嶺南老妓
그의 집은 영남루 가까이 있어
평양 무산 옛놀이를 잊지 못하네..
세월은 잠깐 사이 모두 그림자.
삼월 비바람에 지는 꽃 흘러가네.
娘家近住嶺南樓 浿水巫山憶舊遊 낭가근주령남루 패수무산억구유
一瞥光陰渾是影 三春風雨落花流 일별광음혼시영 삼춘풍우락화류
1) 浿水(패수)-평양의 대동강. 2) 巫山(무산)-사천성(四川省) 무산현(巫山縣)의 동쪽에 있는 산. 또는 무산지몽(巫山之夢)의 준말, 남녀의 정교(情交)를 이름.
여수관 주인을 애도함
悼如水觀主人
간 사람은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는고.
가을 되어 시든 잎이 빈 산에 가득하다.
인정은 물과 같아 마침내 끝없지만
그대 넋은 홀로 가서 한가로우리.
逝者胡爲不復還 秋來黃葉滿空山 서자호위불부환 추래황엽만공산
人情如水終無極 之子逝瑰獨去閑 인정여수종무극 지자서괴독거한
1) 之子(지자)-이 애, 이 사람.
연광정
練光亭
긴 성을 끼고 흐르는 대동강이여.
난간을 기대 앉으면 마치 배 탄 것 같다.
조각눈은 어디서 떨어지는가.
물 빠진 모래밭에 갈매기가 내린다.
一面長城漾浿流 憑欄怳若坐漁舟 일면장성양패류 빙란황약좌어주
不知片雪從何落 潮退平沙下白剛 불지편설종하락 조퇴평사하백강
경산이 보낸 시에 차운함
次呈瓊山寄示韻
봄이 가자 꽃이 떨어져 쇠잔한 얼굴
다시금 다듬어도 마음에 차지 않네.
지극한 그리운 정 버리지 못하여도
그리움이 오히려 만남보다 나은 것을………
春歸花落感衰容 晚更營時興未濃 춘귀화락감쇠용 만경영시흥미농
情極相思拋不得 相思猶勝已相逢 정극상사포불득 상사유승이상봉
향산 가는 길에
香山道
도승 있는 곳이 그 어디인고
창밑에 흰구름이 감돌고 있다.
중옷에 깃들거니 새들도 미더워하고
평상에 이웃하나니 호표도 유순하다.
한평생에 오직 잎만 있나니
그 얼굴빛은 가을을 통 모른다.
고요한 밤에 대지팡이를 들고
오랜 못의 용의 울음소리 듣는다.
道僧何處在 窓下白雲留 도승하처재 창하백운류
棲衲鳥鴉信 隣床虎豹柔 서납조아신 린상호표유
生涯惟有葉 颜色不知秋 생애유유엽 안색불지추
夜靜携枯竹 龍吟聽古湫 야정휴고죽 룡음청고추
1) 香山(향산)평안북도 묘향산(妙香山), 2) 衲(납)-중이 일은 먹물 옷 3) 生涯(생애)-살아 있는 동안, 일생동안. 4) 枯竹(고죽)一마른 대, 여기서는 대지팡이. 5)龍吟 (용음) 용이 소리를 길게 뺌.
사람을 생각함
懷人
우는 새 지는 꽃에 지난 봄이 그리운데
다락의 온갖 감회에 또 가을을 맞이했네.
지금까지 돌보던 일 모두 지난 꿈이거니
어쩌다, 친한 친구들 거의 다 죽었는고,
오직 푸른 산만 옛날 살던 그 집인 듯
다시 흐르는 물은 서쪽으로 흘러가네.
해 저문 버들거리에는 매미소리 애끊는데
그때에 술 권하던 그 사람은 안 보이네.
啼鳥飛花憶去春 風樓百感又秋新 제조비화억거춘 풍루백감우추신
如今管領皆過夢 何事凋零半舊親 여금관령개과몽 하사조령반구친
惟有碧山當故宅 更放流水入西隣 유유벽산당고댁 경방류수입서린
日斜柳巷蟬聲咽 不見當時勸酒人 일사류항선성인 불견당시권주인
1)懷人(회인)-마음에 있는 사람을 생각함, 2) 百感(백감)-갖가지의 감회, 3) 管領(관령)-맡아 다스림, 4) 凋零(조령)-시들어 떨어짐. 5) 舊親(구친)一친한 옛친구, 6) 西隣(서린)-서쪽의 이웃, 중국에서는 물이 모두 동쪽으로 흐르는데, 서쪽으로 흐른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를 나타낸 말. 7) 柳巷(유항)-화류항(花柳巷)이란 말로서, 노는 계집들이 모여 사는 거리,
돌아가는 길
歸路
해는 길고 산은 깊고 들은 향기로운데
봄이 돌아가는 길은 아득히 알 수 없네.
묻노니 이 한 몸은 무엇 같은가.
해 저문 하늘 끝의 외로운 구름을 보내.
日永山深碧草薫 一春歸路杳難分
借問此身何所似 夕陽天末見孤雲
1)借問(차문)-감강히 물어봄, 시험삼아 물어봄, 2) 何所(하소)-어느 곳, 어디.
불똥
燈花
흐르는 물 무정하여 다시 오지 않는데
봄바람 가을달에 누구와 술잔 들고.
오늘 밤, 평생 마음을 모두 말하나니
저 불똥은 떨어졌다 반드시 피어나리.
流水無情不復來 春風秋月與誰杯 류수무정불부래 춘풍추월여수배
今宵說盡平生志 會事燈花落又開 금소설진평생지 회사등화락우개
1) 燈花(등화)-불심지 끝이 타서 맺힌 불똥, 2) 會事(회사)-반드시.
한거
閑居
사창에 잠을 깨니 달은 이미 기우는데
한강의 구름 그림자 꿈속에 아득해라.
숲속의 맑은 바람에 발을 걷고 일어나니
젊은 마음 쓸쓸한데 외로운 비둘기여.
紗窓睡破月輪西 漢水雲影夢裡迷 사창수파월륜서 한수운영몽리미
林下清風簷幙起 芳心寂寞一鵻棲 림하청풍첨막기 방심적막일추서
1) 月輪(월륜)-달의 바퀴, 즉 달. 2) 簷幙(첨막)염막(簾幙)이 아닌가, 즉 발과 휘장, 3) 鵻(추)비둘기,
칠석
七夕
한 가락 뱃노래에 온 산은 적적한데
술에 취해 이 한 밤을 차마 어이 보내리.
무슨 일로 닮은 울어 날이 새려 하는가.
맥맥히 마주 보다 총총히 헤어지네.
漁歌一曲四山空 不忍醉過此夜中 어가일곡사산공 불인취과차야중
何事鷄鳴天欲曙 相看脈脈去怱怱 하사계명천욕서 상간맥맥거총총
1) 七夕 (칠석)-음력 칠월 칠일. 이날 저녁에 은하 동서(東西)에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이 오작교에서 서로 만난다고 함. 2) 漁歌(어가)-고기잡이의 노래. 3) 脈脈(맥맥)-서로 보는 모양, 4) 怱怱(총총)-바쁜 모양.
흐르는 물
流水
심리 가을 호수 산을 두루 둘렀는데
난간을 기대 앉아 노래 한 곡 불러보네.
성문 밖을 멀리 흘러가는 저 물은
마침내 바다에 들어 물결을 일으키리.
秋湖十里繞群巒 一曲清歌倚彩欄 추호십리요군만 일곡청가의채란
浩浩坮門流去水 終歸大海作波瀾 호호대문류거수 종귀대해작파란
1) 群巒(군만)-여러 산봉우리, 2) 彩欄(채란)-채색을 칠한 아름다운 난간, 3) 浩浩(호 호)-넓고 큰 모양, 4) 坮門(대문) 성문,
야원 얼굴
瘦容
거울 속의 야원 모습, 세상 밖의 몸이여.
찬 매화의 그림자요. 푸른 대의 정신이네.
그 누구를 만나도 인간 일은 말 않나니
이 바로 이 인간의 일 없는 사람이네.
鏡裡瘦容物外身 寒梅影子竹精神 경리수용물외신 한매영자죽정신
逢人不道人間事 便是人間無事人 봉인불도인간사 편시인간무사인
1) 物外(물의)-세상 밖. 2) 影子(영자)-그림자, 3) 道(도)-말함, 이름,
가련한 몸
可憐身
갈대에 바람 일고 이슬은 새로운데
펼쳐진 들 끝이 없어 님이 못내 그리움네.
흐르는 물 어찌하리, 마치 한 순간인 것을.
봄꽃과 가을 국화의 가여운 이 몸이네.
蒹葭風起露華新 平楚無邊思殺人 겸가풍기로화신 평초무변사살인
逝水那堪如寸晷 春花秋菊可憐身 서수나감여촌귀 춘화추국가련신
1) 可憐(가련)-불쌍함. 2) 蒹葭(겸가)-갈대, 3) 露華(노화)-이슬의 빛. 4) 平楚(평초)-평평한 들. 5) 思殺(사살)-못네 생각함, 6) 逝水(시수)-흘러가는 물, 여기서는 사람의 목숨.7)寸晷(촌구)-순간.
고향의 가을 생각
故園秋思
달이 바로 다락에 들어 밤이 더욱 차가운데
고향의 가을 생각이 구름 끝에 가물거린다.
푸른 갈대 먼 강에 소식이 아주 끊어져
밤새도록 외로이 다락에 기대 있네.
月正當樓夜更寒 故園秋思在雲端 월정당루야경한 고원추사재운단
蒼蕸水濶音信斷 直到天明獨倚樓 창하수활음신단 직도천명독의루
1)故園(고원)一고향, 2)音信(음신)一소식, 편지, 3) 天明(천명)-새벽,
깊은 밤
深夜
밤이 깊어 사람 자고 물소리도 나직하고
잠을 깨자 무정해라, 달은 서천에 있네.
마침 찬바람 일고 맑은 하늘은 먼데
가여워라 이 마음은 구름처럼 헤매이네.
夜深人定水聲低 睡起無情月在西 야심인정수성저 수기무정월재서
會有冷風澄碧落 自憐心思似雲迷 회유랭풍징벽락 자련심사사운미
1)會(회)-마침, 2) 碧落(벽락) 푸른 하늘,
봄바람
春風起
실버들 깊은 곳에 창을 열고 바라보니
별체에 사람 없고 이끼만 자라나네.
발 밖에서 때때로 들리는 바람소리
몇 번이나 속았던고, 님이 오는가 하고,
垂楊深處綺窓開 小院無人長綠苔 수양심처기창개 소원무인장록태
簾外時聞風自起 幾回錯認故人來 렴외시문풍자기 기회착인고인래
1) 小院(소원)-조그만 집, 2) 錯認(착인)-그릇 인정함, 잘못 앎. 3) 故人(고인)-죽은 사람. 여기서는 옛친구, 주님.
四絕亭
사절정
정자 이름 사절이 도리어 의심되나니
사절은 맞지 않고 오절이라야 하네.
산과 바람, 물과 달이 서로 모이는 곳에
이 세상에 뛰어난 미인이 또 있거니.
亭名四絕却然疑 四絕非宜五絕宜 정명사절각연의 사절비의오절의
山風水月相逢處 更有佳人絕世奇 산풍수월상봉처 경유가인절세기
1)四絕(사절)-네 가지가 뛰어남. 2) 却然(각연)-도리어, 3)絕世(절세) 세상에 뛰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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