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일종합법률사무소 류병욱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의료와 관련된 판례가 있어 올려봅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의무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호와의 증인' 환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술 전 명백히 수혈 받기를 거부하다 수술 중 수혈을 받지 못해 사망한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의무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우선하지만, 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양립할 수 없는 위 두개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2007년 12월 A씨 (여)는 수혈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시술되는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고자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정형외과 의사 B씨는 A씨에게 무수혈방식의 수술이 가능하지만 수술 상황에 따라서는 수혈을 하지 않으면 출혈로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로 다른 사람의 피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교리를 생명보다
소중히 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이 종교단체에서 역사적으로 인정되어 온 교리입니다.
A씨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혈을 하지 말것을 의사 B씨에게 요구하며 만약 문제가 되더라도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병원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각서에는 "의료진은 치료 도중 수혈이 필요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수혈을 원치 않는다는 본인의 의지는 확고하며, 설사 환자가 무의식이 되더라도 이 방침은 변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분으로 관련된 문제를 심사숙고 한 뒤
본 종교적/의료적 각서를 작성합니다. 본인의 이러한 방침을 따름으로 인하여 생기는 모든 피해에 대해 병원 및 담당의료진에게
민·형사상의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습니다."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도 수술 전날 A씨와 가족에게 수술 도중 대량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그런 경우 수혈받지 않으면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으나, A씨는 수혈을 강력하게 거부하였습니다. 결국 의사 B씨는 A씨의 요구에 따라 무수혈방식으로 수술
하던 도중 과다출혈로 인해 범발성응고장애가 발생해 지혈이 되지 않고,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자 A씨의 가족들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수혈을 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A씨의 남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수혈을 거부한 반면, 자녀들은 강력히 수혈을 원하는 등 가족간의 이견으로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출혈이 지속되어 의사 L씨는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겼고, 결국 A씨의 남편도 수혈에 동의하였으나
이미 환자는 폐울혈 및 범발성응고장애가 나타나 수혈을 할 경우 증상을 악화 시킬 수 있어 수혈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다량 출혈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하였습니다.
검사는 이 사건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으나, 1심과 2심은 의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대법원도 6월 26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의사 B씨의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인간의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고 있고, 회복가능성이 높은 응급의료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된 치료
방법을 회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가장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특정한 치료방법을 거부하는 것이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침해될
제 3자의 이익이 없고,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러한 자기결정권에 의한 환자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므로 명시적인 환자의 수혈 거부의사가 존재해 수혈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환자의 동의를 받아 수술 했는데, 수술 과정에서 수혈을 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태에 이른 경우 환자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수혈을 고려함이
원칙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환자의 생명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될 때에는 이를 고려해 진료행위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어느 경우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환자의 나이, 능력, 가족관계, 종교적 신념, 제3자의 이익관련 여부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의사가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환자의 양립할 수 없은 두개의 가치 중 어느 하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위를 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위해서는 환자가 거부하는 치료 방법, 즉 수혈 및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방법의 가능성과 안전성 등에 관한 의사의 설명의무 이행과 이에 따른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어떠한 하자도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 명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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