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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憤吟(고분음) 등 28수
▫ 저자 : 김지익,
▫ 시기 : 1729년경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52-p56
▫ 내용 : 28首」
▫ 1729년경 쓴 글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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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憤吟(고분음)
외롭게 번민하며 읊다
-김지익 p52-55
天地本至公 천지본지공 / 천지는 본래 지극히 공평하고
日月亦無私 일월역무사 / 일월 역시 사사로움이 없기에
容光必有照 용광필유조 / 빛을 받을 만하면 반드시 비추어
於物化皆被 어물화개피 / 물화를 모두 받들 수 있네.
奈何今之人 내하령지인 / 어찌 지금의 사람들은
一脉公道無 일맥공도무 / 한 줄기의 공도도 없이
各自以其心 각자이기심 / 각자가 그 마음을 가지고
汨沒名利臼 골몰명리구 / 명리의 허물에 빠져 드는가
南山遵捷逕 남산준첩경 / 남산(공부)에서는 지름길만 쫓아가고
北闕攀靑雲 북관반청운 / 북궐(대궐)에서는 청운만 잡고자하여
呼朋又引類 호붕우인류 / 벗을 부르고 동류끼리 당기어
樹黨自相群 수당자상군 / 당파를 세워서 무리를 이루는구나.
門戶各堅立 문호각견립 / 집안끼리 제각각 굳게 세워
戈戟日侵尋 과극일침심 / 과극이 날마다 깊이 침입하고
平地起風波 평지기풍파 / 평상시에도 풍파를 일으켜
楚越閱肝胆 초월열간담 / 초나라, 월나라 사이처럼 속마음을 살피게 되었구나.
至親視仇讐 지친시구경 / 지친을 원수처럼 여기고
素昧踰骨肉 삭매유골육 / 일면식도 없으면서 골육보다 좋아하는데
此未必盡直 차미필진직 / 이것은 올바름을 다 했다고 할 수 없으니
彼何亦皆曲 피하역개곡 / 저것이 어찌 왜곡된 것이 아닌가.
*용광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해와 달은 밝음 덩어리라, 빛을 받아들일 만한 곳은 반드시 모두 비춰 준다.[日月有明 容光必照焉]”는 말이 있다. *남산 : 《시경》 소아(小雅) 천보(天保)에 “초승달처럼, 아침 해처럼, 변함없는 저 남산처럼, 이지러지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리.〔如月之恒 如日之升 如南山之壽 不騫不崩〕”라는 말이 있다. *청운 : 높은 지위나 벼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당 : 정당 등의 당파를 세움 *과극 : 고대 중국에서 사용한 무기의 일종 *간담 : 속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소매 : 평소 서로 만난 일이 없다. 서로 일면식(一面識)도 없다 *미필 :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피하 : 저것이 어찌
直者以爲曲 직자이위곡 / 곧은 것을 굽은 것이라 하고
曲者以爲直 곡자이위직 / 굽은 것은 곧은 것이라 하여
紛爭是非際 분쟁시비제 / 분쟁의 옳고 그름 사이에 있으니
禍亂從此作 화란종차작 / 재앙과 분란이 이에 따라 만들어진다.
亡家恒扵斯 망가항어사 / 집안을 망하게 하는 것도 항상 이러하고
殺身由乎玆 살신유호자 / 자신을 죽이는 것도 이에서 비롯되고
其漸日寢長 기점일침장 / 그것이 점점 날마다 자라나서
厥獘歲愈滋 궐폐세유자 / 폐해가 해가 갈수록 더욱 만연해진다.
雖曰大君子 수왈대군자 / 비록 높은 벼슬아치라 할지라도
尙未脫此關 상미탈차관 / 항상 이러한 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데
况乎庶人輩 황호서인배 / 하물며 서인배는
孰能起其塵 숙능기기진 / 어찌 능히 그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
人非百年物 인비백년물 / 사람은 백년을 살지 못하면서
不得一日閑 부득일일한 / 하루만 한가함도 얻을 수 없고
役役終不悟 역역종불오 / 힘쓰고 힘쓰지만 평생토록 깨닫지 못하니
哀哀誠可矝 애애성가긍 / 슬프고 슬프도다. 정성이 참으로 애처롭네.
禍福莫非天 화복막비천 / 재앙과 복은 하늘에 따르지 않는 것이 없고
窮達皆有命 궁달개유명 / 궁함과 영달은 모두 운명에 있는 것이기에
富貴非不欲 부귀비불욕 / 부귀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分外難可致 분외난가치 / 분수가 아닌 것은 이루기 힘들구나.
貧賤非不惡 빈천비불오 / 빈천을 싫어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道在何足避 도재하족피 / 도가 있는데 어찌 발걸음 피하리오.
蔬食足充飢 소식족충기 / 나물밥이라도 굶주림을 채울 수 있고
麻衣亦安身 마의역안신 / 마의라도 몸을 편하게 할 수 있다.
紋補非我碩 문보비아석 / 꾸민다고 내가 현명해 지는 것이 아닌데
膏粟奚足珎 고속해족진 / 기름진 곡식이 어찌 보배로운 것이 되리오.
琴書是我樂 금서시아락 / 거문고와 서책을 내가 즐기는 바이고
風月卽吾倡 풍월즉오창 / 풍월이 내가 부르는 노래라네.
*침장 : 자라남 *막비천 : 하늘에 달리지 않은 것이 아니다 ☞모두 하늘에 달렸다 *비불욕 : 하지 않음이 없다 *문보 : 장식무늬 *족진 : 진미. 보배로운 것 *풍월 : 광풍제월(光風霽月)의 약칭이다. 광풍제월은 비 갠 뒤에 부는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인데,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의 인품을 평한 말로, 마음이 넓어 자질구레한 데 거리끼지 않고 쾌활하며 쇄락한 인품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扵彼無惡歝 어피무오역 / 저처럼 악한 일 하지 않는데
在此誰毀譽 재차수훼예 / 이곳에서 누구를 헐뜯으리오.
顔貧伯夷餓 안빈백이아 / 안회처럼 가난하고 백이처럼 굶주려도
非憂眞可樂 비우진가락 / 근심 없어 참으로 즐길 만 하네.
蹠壽崇愷富 척수숭개부 / 도척은 장수하고 석숭은 부를 즐겼으나
不羨還可戚 불선환가척 / 부럽지 않고 돌아보면 불쌍하네.
蒼天在高高 창천재고고 / 푸른 하늘은 높고도 높은데 있고
白日臨昭昭 백일임소소 / 태양은 밝고도 밝게 비추고 있네.
吾心苟不欺 오심구불기 / 내 마음은 진실로 속임이 없으니
俯仰無愧羞 부앙무괴수 / 굽어보고 올려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世人恒殊調 세인항수조 / 세상 사람들 항상 판이하게 다르지만
此意其誰知 차의기수지 / 이 뜻을 누가 알겠는가.
子孫倘念祖 자손당념조 / 자손들은 마땅히 조상을 생각하여
斯訓謹識之 사훈근식지 / 이 가르침을 삼가 알지어다.
萬物與同胞 만물여동포 / 만물을 동포로 여기고 살면
四海皆兄弟 사해개형제 / 사해안의 사람이 모두 형제처럼 될 것이다.
*오역 : 악한 일 *훼예 : 헐뜯다 *안빈 : 顔貧一瓢. 顔回의 가난함 *안빈백이기 : 사마천 ≪사기≫ <백이숙제>전에 나오는 평가 *도척 : 춘추전국시대의 큰 도적 *석숭(石崇249년 ~ 300년) : 중국 서진의 문인으로 큰 부자 *불선 : 부럽지 않다 *부앙 : 아래를 굽어보고 위를 우러러봄 *괴수 :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보임 *수조 : 세상의 풍습에 동조하지 않음.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세상 사람들과 다름 *사해개형제 : 공자(孔子)의 제자인 사마우(司馬牛)가 일찍이 불량한 자기 형 환퇴(桓魋)를 걱정하여 말하기를 “남들은 다 형제가 있는데, 나만 형제가 없구나.[人皆有兄弟 我獨亡]”라고 하자,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나는 들어 보니,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고 하더라. 군자가 몸가짐을 공경히 하여 실수하지 않고, 남을 대해서도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한다면 사해의 안에 있는 사람이 다 형제처럼 되리니,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걱정할 것 있겠는가.[商聞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라고 하였다. 출전 《論語 顔淵》
敬次朱晦庵春日吟 二首(1)(경차주회암 춘일음2수)
주회암의 ‘春日(봄날)을 읊다’를 경건히 차운하다. 2수(1)
-김지익 p54
滿懷諦思轉淸深 만회체사전청심 / ‘체사’를 가득품고 맑고 깊게 굴리다가
爲訪風光岸上臨 위방풍광안상임 / 풍광이 보고 싶어 절벽위에 임했더니
暖日新晴微雨過 난일신청미우과 / 따스하게 맑은 날 가랑비 지나가고
野花啼鳥一春心 야화제조일춘심 / 들꽃과 우는 새가 춘심에 하나 되네.
*주회암(1130~1200) : 朱熹. 남송의 유학자로 朱子, 朱夫子, 朱文公 이라는 존칭이나 봉호로도 불림 *만회 : 가슴에 가득하다 *체사 : 곰곰이 생각함. 살펴 생각함 *미우 : 가랑비. 부슬비
敬次朱晦庵春日吟 二首(2)(경차주회암 춘일음2수)
주회암의 ‘春日(봄날)을 읊다’를 경건히 차운하다. 2수(2)
-김지익 p54
亭上風乎浴水濱 정상풍호낙수빈 / 정자에서 바람 쐬고 물가에서 목욕하니
悠然豪貞覺淸新 유연호부각청신 / 여유로운 호기에 청신함을 느끼네.
花紅草綠爭先後 화홍초록쟁선후 / 붉은 꽃 푸른 잎 선후를 다투기에
肺腑都輸九腑春 폐부도수구부춘 / 폐부에 모두 보내니 온몸이 봄이네.
*풍호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무우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자, 공자가 감탄하며 허여한 내용이 《논어》 선진(先進)에 나온다. ☞ 조선 후기 풍호, 영귀로 정자 이름을 많이 지음 *유연 : ① 유연하다 ② 유유하다 ③ 성질이 침착하고 여유가 있다 *폐부 : 척추동물의 호흡기관 *도수 : 모두들 보내다 *구부 : 오장육부에 대해 육장칠부, 八臟九腑로 남들에게 없는 것을 말함
春日
-주희-
勝日尋芳泗水濱 승일심방사수빈 / 빛 좋은 날 사수 거닐며 풍광을 보니
無邊光景一時新 무변광경일시신 / 아득히 펼쳐진 풍경 어느새 새로워졌네.
等閒識得東風面 등한식득동풍면 / 무심했던 얼굴도 봄바람을 알아보고
萬紫千紅總是春 만자천홍총시춘 / 울긋불긋 피는 진정한 봄이로세
敬次朱晦庵方塘吟(경차주회암 방당음)
주회암의 ‘네모난 연못을 읊다’를 경건하게 차운하다
-김지익 p54
半畝塘邊竹牖開 반무당변죽유개 / 조그만 연못가에 대나무 창 열어두고
主翁無事獨徘佪 주옹무사독배회 / 주옹(마음)이 할 일 없이 혼자서 배회하네.
源頭活水明如鏡 원두활수명여경 / 근원에서 솟아나서 거울처럼 밝고
霽月光風任去來 제월광풍임거래 / 밝은 달, 맑은 바람 마음대로 오고 가네.
*반무 : 1평은 步. 100보는 畝 반무는 50평 *주옹 : 주인옹(主人翁)의 준말로, 몸의 주인인 마음을 의인화한 것이다. 당(唐)나라 때 서암(瑞巖)이란 승려가 매일 스스로 자문자답(自問自答)하기를, “주인옹아! 깨어 있느냐?” “깨어 있노라.” 하였다 한다. 《心經 卷1》마음이 외물(外物)에 이끌리지 않도록 시시각각(時時刻刻) 일깨우는 지경(持敬) 공부의 한 방법이다. *원두 : 물의 근원. 四柱에서 가장 많고 왕성한 것 *활수 : 흐르거나 솟아올라 움직이는 물 *제월광풍 : 광풍제월.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 훌륭한 인품을 비유하여 쓰는 말이다. 출전 「용릉(舂陵) 주무숙(周茂叔, 주돈이(周敦頤))은 그 인품이 고상하고 마음이 대범한 것이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과 같다.(舂陵周茂叔, 其人品甚高, 胸懷灑落, 如光風霽月.)」한다. 에서 비롯
方塘(방당)
주희 《朱子大全 卷1 詩 觀書有感》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조그마한 연못은 거울 같아서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과 구름이 함께 노닌다,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묻건대 어찌하야 그리 맑은 고
爲有原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끝없이 샘물 솟아 그렇더란다
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어젯밤 강변에 봄비 내려서,
艨艟巨艦一毛輕(몽동거함일모경) 크나큰 전함도 깃털 같아라,
向來枉費推移力(향래왕비추이력) 애써서 밀어도 소용없더니
今日流中自在行(금일류중자재행) 오늘은 물길에 저절로 가네,
敬次朱晦庵克己吟(경주회암극기음차)
주회암의 ‘극기를 읊다’를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4-55
焦火凝氷熱復寒 초화응빙열복한 / 수시로 변하는 마음 더위가 다시 추워지듯 하니
莫知其倪又無端 막지기예우무단 / 그 끝을 알 지 못한채 또 끝이 없네.
俄然古鏡塵垢祛 아연고경진구거 / 별안간 옛 거울(마음)의 속세 때를 떨어내고
天理昭昭箇箇看 천리소소개개간 / 천리를 밝히며 낱낱이 바라보네.
*초화응빙 : 초화응빙(焦火凝氷) - 불이 타오르는 듯하다[焦火]는 것은 노여워하는 것을 가리키고 얼음이 엉기는 듯하다[凝氷]는 것은 두려워하는 것을 가리킨다. 두 구절은 《장자(莊子)》에서 온 말이다. ※응빙초화.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따르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속의 인정 염량세태를 말함 *기아 : 그 끝 *무단 : ① 이유 없이 ② 끝이 없다 *아연 : 생각할 사이도 없을 정도로 매우 급작스럽게 *고경 : 주자(朱子)의 〈송임희지(送林熙之)〉 시에 “고경을 거듭 밝히려면 고방이 필요하니, 그렇게 하면 안광이 햇빛과 밝음을 다투리.〔古鏡重磨要古方 眼明偏與日爭光〕”라고 하였다. 고경은 옛날 거울, 고방(古方)은 옛날 방법이란 뜻인데 《주자대전차의(朱子大全箚義)》에서는 “고경은 심(心)을 가리키고 고방은 경(敬)을 가리킨다.” 하였다. *진구 : 먼지와 때 *소소 : 명백하다. 환하다
敬次朱晦庵咏窓韻(경차주회암 영창운)
주회암의 ‘창을 읊다’운을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5
暗去何時夜則掩 암거하시야칙엄 / 어둠 오면 어느 때고 가리고
明從底處晝常開 명종저처주상개 / 빛에 따라 비치는 낮에는 열어두네.
方知這裡乾坤在 방지저리건곤재 / 여기에서 하늘땅 있는 것을 두루 알기에
一理循環往復來 일이순환왕복래 / 이치의 순환은 갔다가 다시 오네.
*하시 : 언제. 어느 때 *저리 : 여기에
次讀易(차독역) ※敬次朱晦庵讀易
‘주역을 읽다’를 차운하다
-김지익 p55
兩儀太極互根因 양의태극호근인 / 양의가 태극을 서로 함께 뿌리삼아
畵卦分爻仔細陳 화괘분효자세진 / 괘를 그리고 효를 나누어 자세히 펼쳐내네.
群微衆竗難探蹟 군미중묘난탐적 / 자잘한 여러 묘체 자취 찾기 어렵지만
三絶韋編學聖人 삼절위편학성인 / 읽고 또 읽어 성인을 배우네.
*근인 : 어떤 일의 근본이 되는 원인 *자세 : 꼼꼼하게, 자세히 *삼절위편 : 위편삼절, 공자가 말년에 易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그것을 엮어 놓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단 데에서 비롯된 말로, 한 권의 책을 몇 십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음을 비유(比喩)하는 말. 출전 <사기>
敬次邵康節安樂窩吟(경차소강절 안락와음)
소강절의 ‘편안히 즐기는 오두막을 읊다.’를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5
人心政若千層浪 인심정약천층랑 / 인심은 천 층의 물결 같고
天道唯存一脉公 천도유존일맥공 / 천도는 오로지 한 줄기 공(公)에 있네.
浮雲富貴寧求外 부운부귀녕구외 / 뜬 구름 같은 부귀인데 또 무얼 구하랴
陋巷簞瓢樂在中 루항단표낙재중 / 마을 속 단표에도 그 속에 즐거움 있네.
牛服耕田無宿草 우복경전무숙초 / 밭가는 소 뱃속엔 숙초가 없고
鼠居廩粟厭腐紅 서거름속염부홍 / 쌀 창고에 사는 쥐는 썩히는 걸 싫어하네.
苟安吾分身奚辱 구안오분신해욕 / 분수 지켜 편안한데 몸이 어찌 욕되리오.
先哲格論信有功 선철격논신유공 / 옛 철인의 바른 논리 진실로 공이 있네.
*소강절(1011-1077 ) : 宋代의 儒學者. 이름은 雍, 자는 요부(堯夫). 강절은 그의 시호. 화외소거의 고사가 있다. *녕구외 : 또 무얼 구하랴 *단표 : 도시락에 담긴 밥과 표주박에 든 물이라는 뜻으로,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복 : 소가 엎드려 있는 명당자리 *숙초 : 숙초(宿草)는 하룻밤이 지나도록 남아 있는 꼴을 말한다. 원(元)나라의 〈도화녀(桃花女)〉라는 시에, “밭가는 소는 숙초가 없고, 창고 사는 쥐는 남은 곡식 있다네.〔耕牛無宿草 倉鼠有餘糧〕” 하였다 *늠속 : 관아의 창고에 있는 쌀 *부홍 : 썩혀두다 *격론 : 正論
安樂。窩中自貽
-소강절(邵康節)
物如善得終爲美 물여선득종위미 /
事到巧圖安有公 사도교도안유공 /
不作風波於世上 불작풍파어세상 /
自無冰炭到胷中 자무빙탄도흉중 /
災殃秋葉霜前墜 재앙추엽상전추 /
富貴春花雨後紅 부귀춘화우후홍 /
造化分明人莫會 조화분명인막회 /
枯榮消得幾何功 고영소득기하공 /
敬次康節龍門道中吟(경차강절 용문도중령) 腐一作陳仰
소강절의 ‘용문에 가는 길에 읊다.’를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5-56
兇中萬理旣分明 흉중만리즉분명 / 가슴속엔 만 가지 이치 분명하고
心地泰然浩氣生 심지태연호기생 / 마음엔 태연하게 호기가 생겨나네.
道德宜垂千世業 도덕의수천세업 / 도덕은 마땅히 천세의 업으로 삼지만
榮華非貴一時名 영화비귀일시명 / 영화는 일시의 이름으로도 귀하지 않네.
熊魚取舍如能審 웅어취사여능심 / 목숨을 버려서 의를 취하고자 살피면
鼎鑊嚴威不足驚 정확엄위부족경 / 정확의 엄한 위엄에도 놀라지 않네.
嗟彼肉塊趋慾界 차피육괴추욕계 / 아 저 고깃덩이가 욕계를 달려가지만
風波出後㧾冥行 풍파출후총명행 / 풍파가 생기면 모두가 저승행 이네.
*용문 : 과거 시험장의 문. 성망이 높은 인물 魚躍龍門. 黃河의 잉어가 龍門의 폭포를 뛰어넘으면 용이 된다'는 고사 *심지 : 마음의 본바탕 *호기 : 어떠한 일에도 굴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당당한 기상 *능어취사 : 맹자 「告子」 “물고기(魚)와 곰 발바닥(熊掌)을 모두 먹고 싶지만 둘 다 할 수 없을 때는 곰 발바닥을 갖는다”는 말. “생명과 의리를 모두 취할 수 없다면 생명을 버리고 의리를 취할 것이다”고 부연. *정확 : 발이 있는 솥과 발이 없는 솥.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威王)이 아(阿) 고을의 대부(大夫)를 죄인을 정확(鼎鑊)에 넣고 물을 끓여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에 처한 고사 *엄위 : 엄격하고 위엄이 있음 *욕계 :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을 총칭함.
龍門道中
-소강절(邵康節)
物理人情自可明 물리인정자가명 / 자연과 세상살이 그 모습 그대로 진리인데
何嘗慼慼向平生 하상척척향평생 / 어찌해서 한평생을 근심 걱정으로 살아가는고.
卷舒在我有成筭 권서재아유성산 /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의 운명을 만들어 나가고
用舍隨時無定名 용사수시무정명 / 취하고 버릴 것도 자연의 흐름이라 정해진 것 없구나.
滿目雲山俱是樂 만목운산구시악 / 이 세상 온갖 것이 모두 다 즐거운 일인 데
一毫榮辱不須驚 일호영욕불수경 / 하잘 것 없는 부귀영화를 마음에 두지 말라
侯門見說深如海 후문견설심여해 / 옛 성현의 말씀 바다와 같이 깊은 그 뜻을
三十年前掉臂行 삼십년전도비행 / 30년간 공부해서 이제야 겨우 알만 하네
次暮春吟(차모춘음) / (敬次康節次暮春吟)
‘저무는 봄을 읊다.’를 차운하다
-김지익 p56
草堂睡足日遅遅 초당수족일지지 / 초당에서 늦잠자니 햇빛도 느긋하고
碧洞花深鞍馬稀 벽동화심안마희 / 푸른 동천에 꽃이 좋아도 말 탄 사람 드무네.
憑几默觀造化竗 빙궤묵관조화묘 / 안석에 기대어 조화묘리 묵관하니
淵魚自躍鳶高飛 연어자약연고비 / 연못에는 물고기 스스로 뛰어오르고 솔개는 높이 나네.
*수족 : 잠을 푹 자다. 늦잠자다 *지지 : 화창하고 해가 긴 모양. 느릿느릿한 모양 *안마 : 안장이 얹힌 말 *연어 : 연(淵)은 세(勢)에 비유되고 魚는 인주(人主)에 비유됨 *빙궤 : 좌식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의 일종으로, 팔을 올려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함. *연어 : 개울이나 못의 깊은 곳에서 사는 물고기 ‘察見淵魚者不祥 智料隱匿者有殃 연(淵)은 세(勢)에 비유되고 魚는 인주(人主)에 비유됨
모춘음(暮春吟) / 저무는 봄을 읊다
-소강절(邵康節)
林下居常睡起遲 림하거상수기지 / 숲 아래 살며, 항상 늦잠 자는데
那堪車馬近來稀 나감거마근래희 / 사람 발길 끊어져, 견딜 수 없다.
春深晝永簾垂地 춘심주영렴수지 / 봄은 무르익고, 낮은 긴데 발은 땅에 드리워져,
庭院無風花自飛 정원무풍화자비 / 바람도 없는 정원에 꽃잎이 날리는구나.
次誠明吟(차성명음)
‘성을 밝힘을 읊다’를 차운하다
-김지익 p56
流行萬里揔眞實 유행만리총진실 / 만리에 흘러가는 게 모두가 진실하여
透得要須學力修 투득요수학력수 / 통달하여 모름지기 학문을 힘써 닦네.
身上乾坤皆自有 신상건곤개자유 / 몸 위에 건곤이 모두 절로 있기에
後賢前聖不它求 후현전성불타구 / 성인과 옛 현인을 달리 구하지 않았네.
*성명(誠明) : 성은 성심이고 명은 도리에 밝다는 듯. 하늘과 인간의 이치가 하나라는 것을 말할 때 쓰는 용어 *투득 : 맑게 들여다 보다 *요수 : 모쪼록. 꼭 필요로 함. *력수 : 힘들여 수리하다
敬次康節打乖吟(경차강절 타괴음)
강절의 ‘타괴음’을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6
茅屋三間兀一身 모옥삼간올일신 / 세 칸 모옥 오로지 한 몸이고
方塘半畝淨無塵 방당반무정무진 / 네모난 작은 연못 티끌 없이 깨끗하네.
志存經濟惟憂道 지존경제유우도 / 경국제세 뜻을 두어 도만을 걱정하여
心樂簞瓢不病貧 심락단표불병빈 / 청빈을 즐기니 가난에 찌들지 않네.
卷上恒師千古聖 권상항사천고성 / 책 속에서 언제나 천고 성인 스승삼고
兇中長有四時春 흉중장유사시춘 / 가슴속에 오래도록 봄날을 간직하네.
閑蹤與世日踈濶 한종여세일소활 / 세상일에 한가한 자취 날마다 멀어져 *濶=闊
衆口於吾誰即嗔 중구어오수즉진 / 나에 대한 소문을 누구에게 화내리오.
*타괴 : 세상과 어긋난 삶을 살면서 유유자적 한다는 뜻뜻 *방당반묘 : 반묘반당. 주희의 〈관서유감(觀書有感)〉에 “반이랑 네모난 못 열어 놓은 거울인 양, 하늘빛 구름 그림자 함께 서성이네.〔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라는 구절 있음. 근원을 찾는 상징어로 쓰임. *경제 : 경국제세(經國濟世) *단표 : 한 개의 표주박. 청빈한 삶 *중구 : 여러 사람의 입 *오수 : 나는 누구와
打乖吟(타괴음)
-소강절(邵康節)
安樂窩中好打乖,打乖年纪合挨排。重寒盛暑多閉户,轻暖初凉时出街。
风月煎催亲笔砚,莺花引惹傍樽罍。问君何故能如此,只被才能养不才。
和堯夫打乖吟
-정호(程顥)
打乖非是要安身 타괴비시요안신 / 타괴는 몸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
道大方能混世塵 도대방능혼세진 / 도가 커야 비로소 세상의 혼탁함과 섞일 수 있네.
陋巷一生顏氏樂 루항일생안씨락 / 일생의 누항은 안씨의 즐거움이고
淸風千古伯夷貧 청풍천고백이빈 / 천고의 청풍은 백이의 가난이었네.
客求墨妙多携卷 객구묵묘다휴권 /
天爲詩豪剰借春 천위시호잉차춘 /
儘把笑談親俗子 진파소담친속자 /
德言猶足畏鄕人 덕언유족외향인 /
擬康節首尾吟(의강절 수미음)
강절의 ‘수미음’을 흉내내다
-김지익 p56-57
詩惟謙叔可吟時 시유겸숙가음시 / 시는 오로지 겸숙이 읊을 수 있을 때이네.
靈臺毎欲明千理 영대매욕명천리 / 영대(마음)는 매번 천리를 밝히고자 원했기에
止水方期滅一私 지수방기멸일사 / 고요한 마음 바야흐로 한 줌 사사로움도 없애네.
不願膏粟滋口味 불원고속자구미 / 기름진 곡식 원치 않아 입맛일 뿐이고
肎求紋繡暖身衣 긍구문수난신의 / 겨우 구한 비단 옷도 몸 덥히는 옷이라네.
着工誠敬透難得 착공성경투난득 / 시작한 성과 경이 다하기 힘들기에
謙叔本非愛詠詩 겸숙본비애영시 / 겸숙은 본래 시 읊기 좋아하지 않네.
*수미음체 : 소옹(소강절)이 처음 선보인 수미음체는 도학에 바탕을 둔 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적 이상을 드러내려는 목적에서 자주 창작하였는데, 형식적으로는 첫구의 내용이 끝구에 반복해서 나오고, 제 2구도 정형화되어 나타남. *영대 : ①마음을 이르는 말 ②임금이 올라가서 四方을 바라보던 臺 *지수 : 명경지수 *방기 : 바야흐로 *문수 : 무늬 비단. 화려華麗한 무늬로 수繡를 놓은 비단 옷
謙叔本非愛詠詩 겸숙본비애영시 / 겸숙은 본래 시 읊기 좋아하지 않아
詩非謙叔强吟時 시비겸숙강음시 / 겸숙이 큰소리로 읊을 때는 시가 아니네.
道惟廣大須探奧 도유광대수탐오 / 도는 오직 광대하여 모름지기 탐오하고
心有危微必審機 심유위미필심기 / 마음은 위미하여 반드시 기미 살펴야 하네.
墨固持絲悲易染 묵고지사비역염 / 먹을 묶은 명주실은 물들기 쉬워 슬프고
楊宜臨路泣多歧 양의임로읍다기 / 길가의 수양버들 가지 많아 눈물짓네.
錯人貪鳥終無做 착인탐조종무주 / 새를 탐해 허둥대다 짓지 못하고 마치니
謙叔本非愛詠詩 겸숙본비애영시 / 겸숙은 본래 시 읊기 좋아하지 않네.
*탐오 : 심오한 곳을 탐구하다 *위미 : 위미정일.“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묘하니, 오직 정밀하게 살피고 오직 전일하게 지켜야 진실로 中道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한 것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순(舜) 임금이 우왕(禹王)에게 제위(帝位)를 물려주려 하면서 경계한 말로 도통(道統)을 전수하는 요결(要訣)로 일컬어진다. 출전 <서경> *심기 : 理는 발현했지만 아직 형태화되지 않는 지점인 機를 살피는 것 *착인탐조 : ‘탐조착인(貪鳥錯人)’은 두보(杜甫)의 〈만성(漫成)〉에 “고개 들어 멀리 새를 바라보다가 고개 돌려 사람에게 응대 제대로 못 하네.[仰面貪看鳥, 回頭錯應人.]”라고 한 데에서 따온 말이다. 여기서는 마음을 딴 곳에 두고 있다가 대응을 허둥지둥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謙叔本非愛詠詩 겸숙본비애영시 / 겸숙은 본래 시 읊기 좋아하지 않아
詩惟謙叔冩情時 시유겸숙사정시 / 시는 오직 겸숙이 정을 표현 할 때이네.
志誇當世英豪士 지과당세영호사 / 뜻이 큰 당세의 영웅호걸 선비도
猜被人間造物兒 시피인간조물아 / 시기 받는 인간으로 조물주의 자식이네.
萬事紛来搔短髮 만사분래소단발 / 만사가 어지러워져 짧은 머리 긁적이며
一疵枿去展脩眉 일자얼거전수미 / 한 허물 없애고자 긴 눈썹을 치켜뜨네.
年踰知命安吾分 년유지명안오분 / 오십을 훌쩍 넘어 분수에 편안하여
謙叔本非愛詠詩 겸숙본비애영시 / 겸숙은 본래 시를 읊기 좋아하지 않네.
*시피 : 시기를 받다 *물아 : 만물 *분거 : 없애버리다 *포미 : 가늘고 긴 눈썹
堯夫首尾吟三首
堯夫非是愛吟詩(요부비시애음시) 詩是堯夫可愛時(시시요부가애시) 寶鑑造形難隱髮(보감조형난은발) 鸞刀迎刃豈容絲(란도영인기용사)
風埃若不來侵路(풍애약부래침로) 塵圡何由上得衣(진토하유상득의) 欲論誠明是難事(욕론성명시난사) 堯夫非是愛吟詩(요부비시애음시)
堯夫非是愛吟詩(요부비시애음시) 詩是堯夫不强時(시시요부부강시) 事到强爲須涉迹(사도강위수섭적) 人能知止是先機(인능지지시선기)
面前自有好田地(면전자유호전지) 天下豈無平路歧(천하기무평로기) 省力事多人不做(성력사다인부주) 堯夫非是愛吟詩(요부비시애음시)
堯夫非是愛吟詩(요부비시애음시) 詩是堯夫喜老時(시시요부희로시) 明著衣冠爲士子(명저의관위사자) 高談仁義作男兒(고담인의작남아)
敢於世上明開眼(감어세상명개안) 肯向人間浪皺眉(긍향인간랑추미) 六十七年無事客(육십칠년무사객) 堯夫非是愛吟詩(요부비시애음시)
敬次寒岡先生檜淵韻(경차한강선생회연운)
‘한강 선생 회연운’을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7
佳山好水托仙緣 추산호수탁선연 / 산 좋고 물 좋아 신선 인연 맡기니
如鳥栖林魚在淵 여석사림어재연 / 숲에 깃든 새와 같고 연못의 고기 같네.
飢則食兮渴則飮 기칙식혜갈칙음 /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며
鑿斯深井耕斯田 착사심정경사전 / 깊은 우물 뚫어서 밭을 갈고 있다네.
*한강 정구 : 1543(중종 38)∼1620(광해군 12).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도가(道可), 호는 한강(寒岡)
檜淵偶吟 / 회연에서 우연히 읊다
伽川於我有深緣。가천어아유심연 / 가천 고을 나에게 깊은 인연 있거니
占得寒岡又檜淵。점득한강우회연 / 저 좋은 한강에다 회연까지 얻었노라
白石淸川終日玩。백석청천종일완 / 흰 돌이요 맑은 시내 종일토록 즐기나니
世間何事入丹田。세간하사입단전 / 세간의 무슨 일이 이내 마음 스며들까
敬次程先生雲溪風軒吟(경차정선생운계풍헌령)
‘정선생(程顥)의 운계 풍헌을 읊다’를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7-58
安貧樂道聽扵天 안빈락도청어천 / 안빈낙도 하라는 하늘의 명 듣고서
採蕨春山釣碧川 채궐춘산조벽천 / 봄 산에서 고사리 캐고 푸른 내에서 낚시 하네.
唯吾一日遊閑地 유오일일유한지 / 오직 내게 한가하게 놀았던 이 하루
猶勝營營過百年 유승영영과백년 / 앵앵대며 살았던 평생보다 좋았네.
*유한지 : 이용하지 않고 놀려 두는 땅 *영영 : 왕래가 빈번한 모양
敬次尹明齊韻(경차윤명제운)
윤명재(윤증)의 운을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8
慕祿希我不爲榮 모록희아불위영 / 봉록 바라면 나는 영화롭지 않으니
投閑寘散分之宜 투한치산분지의 / 한가한 자리에 있는 게 분수에 마땅하네.
躬親稼穡南陽畝 궁친가색남양무 / 남쪽 양지바른 작은 땅을 몸소 심고 거두며
手種黃花處士籬 수종황화처사리 / 처사의 울타리에 황화를 손수 심네.
門外寂無靑鶴報 문외적무청학보 / 문 밖은 고요하여 청학의 알림 없지만
襟前但有白雲隨 금전단유백운수 / 옷깃 앞엔 오로지 백운이 따르네.
晚而喜易追宣聖 만이희역추선성 / 늦게나마 좋게 변해 선성(공자)을 따르니
一部遺經對伏羲 일부유경대복희 / 한 부의 유경은 복희와 짝이 되네.
*윤명재 : 윤증1629(인조 7)∼1714(숙종 40). 본관은 파평, 자는 자인, 호는 명재. 노론과 소론의 분립과정에서 소론의 영수로 활동하였음. *치산 : 벼슬에서 물러나다. *가색 : 곡식을 심고 거둠. 농사 *청학 :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상상의 새로 이 새가 울 때는 천하가 태평하다고 함. *선성 : 선성은 포성선공(褒成宣公)의 시호(諡號)를 받은 공자를 말함
敬次金慕齊明倫堂韻(경차김모제명륜당운)
김모재(감안국)의 명륜당 운을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8
吾儒欲識學之方 오유욕식학지방 / 우리들 유자가 학문 방법 알고자 하면
半畝先治樲棘芒 반무선치이극망 / 가시나무 우거진 반이랑 먼저 다스리네.
非敬非誠爲有做 비경비성언유주 / 성과 경이 아니면서 짓고자 하면
勿荒勿怠愼無忘 물망물태신무망 / ‘물황물태(勿荒勿怠) 삼가 잊지 마라.
*김모재 : 김안국 1478(성종 9)~1543(중종 38) 자는 국경(國卿), 호는 모재(慕齋). 조광조(趙光祖)·기준(奇遵) 등과 함께 김굉필(金宏弼)의 문인으로 도학에 통달하여 지치주의(至治主義) 사림파의 선도자를 이룸. *반묘 : 반묘방당[半畝方塘] 주희(朱熹)의 ‘관서 유감(觀書有感)’이라는 칠언 절구를 말한다. 그 시에 “반 이랑 네모진 못 거울 하나 펼쳐져서, 구름 그림자 하늘 빛 서로 어울려 배회하네 묻노니 어찌하면 저처럼 맑은가, 근원의 샘물 콸콸 쏟아져 내리기 때문일세.” *이극 : 대추나무와 가시나무 *물황물태 : 학문을 함에 황당하게 하지 말고 게으르지 말라. 출전 <주역> *무망 : 잊지 않음
敬次文處士釣魚韻(경차문처사조어운)
‘문처사의 낚시를 하다.’운을 경건히 차운하다
-김지익 p58
日午春齋睡罷初 일오춘재수파초 / 한 낮에 춘재에서 잠을 깨니 비로소
洞天淸朗野塘虗 동천청랑야당허 / 골짜기 청량하여 들판 방둑 훤하네.
靜觀物理咸昭著 정관물리함소저 / 만물이치 靜觀하니 모두 훤히 드러나
上有飛鳶下躍魚 상유비연하약어 / 위에는 솔개 날고 아래는 물고기 뛰네.
*일오 : 한 낮 *춘재 : 서재의 이름. *수파 : 잠을 깨다 *동천 : 산과 내로 둘러싸인,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좋은 곳 *청랑 : 맑고 명랑함 *소저 : 현저하다 *정관 : 대상에 관여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봄 *비연약어 : 《중용장구》제12장의 “시(詩)에서 ‘솔개는 날아 하늘에 다다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어논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니, 이는 천지의 도가 상하로 밝게 드러나 있음을 말한 것이다.” 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理)의 체(體)는 은미하여〔隱〕 보고 들을 수 없으나, 이의 용(用)은 상하 사방으로 널리 드러나 있음〔費〕을 말하는 것이다.
次黃澗倅尹鳳五勸獎鄕黨篇韻(차황간치윤봉오권장향당편운)
황간의 으뜸 윤봉오의 ‘향당편을 권장하다.’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58-59
孔門諸子善耽真 공문제자선탐진 / 공문의 여러 제자 진리 찾는 걸 즐겨서
書出天縱一聖人 서출천종일성인 / 하늘이 낸 성인을 글로서 나타내네.
言語誾如升廟黨 언어은여승묘당 / 말하는 게 온화하여 묘당에 올랐고
儀容完如事君親 의용완여사군친 / 용모가 뚜렷하여 임금을 가까이서 모셨네.
服衣飮食無非禮 복의음식무비예 / 입고 마시는 게 예의 아닌 게 없는데
動靜云爲㧾是仁 동정운위홀시인 / 동정(動靜)을 말하면 모두가 인(仁)이네.
恨未摂齊承妙旨 한미섭제승묘지 / 섭제 못한 한에 오묘한 뜻 잇고자
卷中長對律吾身 권중장대율오신 / 서책을 오래 보며 내 몸을 다스리네.
*윤봉오 1688(숙종 14)∼1769(영조 45).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坡平. 자는 季章, 호는 석문(石門). 왕세제(영조)를 측근에서 보필하였음 저서로 석문집이 있음 *향당편 : 논어의 향당편을 말하는 듯 *천종 : 하늘에서 허락하여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게 한다는 뜻으로, 하늘에서 준 훌륭한 성품을 이르는 말 *은여 : 《논어》 〈선진(先進)〉에 “민자가 옆에서 모실 때에는 온화하였고 자로는 굳세었고 염유와 자공은 강직하니, 공자께서 즐거워하셨다.〔閔子侍側 誾誾如也 子路 行行如也 冉有子貢 侃侃如也 子樂〕”라고 하였다. *섭제 : 옷자락을 잡고 가지런히 하다 *묘지 : 묘한 뜻
次牙浦崔孝子傳韻 二首(1)(차아포최효자전운2수/1) 如一作仰耶
아포 최효자전 운을 차운하다(1)
-김지익 p59
手提尺劒誓于天 수제척일서우천 / 한척 검을 손에 들고 하늘에 명세하니
孝子誠心可質天 효자성심가질천 / 효자의 성심은 하늘의 자질이네.
白日親讐終快服 백일친수종쾌복 / 하늘아래 부모 복수 마침 내 이뤄내니
千秋感聳秉彝天 천추감용병이천 / 하늘의 도리를 영원토록 분발하네.
*최효자 : ≪승정원일기≫ 1653.9.5. 영남의 사수(死囚) 최우(崔瑀)를 사유(赦宥)하였다. 경상 감사 조계원(趙啓遠)이 치계(馳啓)하기를, “개령(開寧) 사람 최우가 아비의 원수 정황(鄭煌)을 죽이고 관가에 나아가 스스로 갇혀 3 년 동안 형을 받았습니다. 대개 최우의 아비 응벽(應璧)이 개령의 향임(鄕任)이었을 때에 정황의 딸이 청국(淸國)의 시녀(侍女)로 뽑혀서 응벽이 거느리고 상주(尙州)로 갔는데, 정황이 그 딸을 시녀에서 면하게 하려고 약을 칠하여 얼굴을 상하게 하고는 응벽이 중도에서 제 딸을 간통하고 얼굴을 상하게 하였다고 무고하여 응벽이 형을 받다가 죽었습니다. 그 아들 최우가 제 아비가 무고당하여 억울하게 죽은 것을 원통하게 여겨 칼로 정황을 죽이고 관가에 나아가 스스로 갇혔습니다. 이제 최우를 죽이면 원수를 갚는 의리에 방해될 듯하고, 죽이지 않으면 또 제멋대로 죽이는 것을 금하는 법에 어긋날 것입니다. 해조(該曹)를 시켜 의논하여 결단하게 하소서.”하였다. 이하의 <양계집>에도 「최효자전」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음 *수제 : 손에 들다. *쾌복 : 건강(健康)이 완전(完全)히 회복(恢復)됨 *감용(感聳) : 감격하여 분발하다 *병이 : 사람의 마음에 가진 떳떳한 도리, 《시경》〈증민(蒸民)〉의 “사람이 떳떳한 본성을 가진지라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도다.〔民之秉彝 好是懿德〕” 한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次牙浦崔孝子傳韻 二首(2)(차아포최효자전운2수/2) 如一作仰耶
아포 최효자전 운을 차운하다(2)
-김지익 p59
綱常不墜頼吾君 강상부추뢰오군 / 강상을 잃지 않고 임금에게 아뢰니
十世亦將可宥君 십세역장가유군 / 오래도록 역시 자네를 용서하네.
春雨霈然嘘死草 춘우패연허사초 / 봄비가 주룩주룩 내려 죽은 풀에 탄식하며
千秋咸仰有仁君 천추함앙유인군 / 임금의 어짊을 오래도록 우러르네.
*강상 : 三綱과 五常. 곧 사람이 지켜야 할 道理 *유군 : 왕에게 간하다 *패연 : (비가)주룩주룩 내리다
次樹村姻叔主韻(차수촌인숙주운)
수촌 인숙님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59
學未臻精老己侵 학미진정노기침 / 배움을 정밀하게 이루지 못했는데 늙음이 이미 오니
飜驚蹉過好光陰 번경차과호광음 / 시기 놓쳐 놀라지만 세월을 즐기네.
趣高點瑟方知慕 취고점슬방지모 / 증점이 비파타던 고상한 취미 모두 알고 숭모하는데
樂在顔瓢始覺尋 락재안표시각심 / 안회가 표주박에 두었던 즐거움 비로소 깨닫고 찾게 되네.
意馬縶時須養性 의위집시수양성 / 말을 움직이고자 고삐 당길 때에는 모름지기 성품 기르고
情車動處便收心 정거동처변민심 / 수레가 상황 따라 움직일 때에는 편안히 마음 거두네.
武公九十猶存警 무공구십유존경 / 무공은 구십 살에도 여전히 경계하였기에
我效前賢可作箴 아효전현가작잠 / 나도 옛 성현 본 받아 잠언을 만들었네.
*수촌 인숙님 : 고모부 都永禎을 말하는 듯 *번경 : 놀라다 *차과 : 시기를 놓치다. 잃어버리다. 더욱 어긋나다. *점슬 : <논어> 선진편의 증점이 슬(瑟)을 타면서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시를 읊으면서 돌아오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데에서 유래 *방지 : 알다 *안표 : ‘안회의 표주박이 자주 비었다’는 의미로 청빈을 의미. *시각 : 후천적인 수행을 통하여 무명을 끊고 마음이 본래 청정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무공 : 춘추전국시대 衛나라 武公이 구십년을 사는 동안 스스로를 警戒하기 위해 지은 詩라고 이르는 중용 5편 *잠언 : 열락재유고 4권에 수록된 모와 16잠 등의 잠언을 말하는 듯
春帖(춘첩)
제목 : 봄
-김지익 p60
德自日新道自弘 덕자일신도자홍 / 덕을 날마다 새롭게 하고 도를 스스로 넓히니
物無猜我俗無憎 물무시아속무증 / 만물도 나를 시기하지 않고 풍속도 미워하지 않네.
稚兒習學同飛鳥 치아습학동비조 / 어린 아이 공부는 새가 날개 짓 하는 것과 같고
懦僕趍農若鷙鷹 나복추농약지응 / 나약한 하인 농사일 나아감은 매와 같이 날래야 하네.
花爛草堂嘉客滿 화란초당가객만 / 꽃이 만발한 초당에 반가운 객 가득하여
酒盈金斝美肴登 주영금가미효등 / 주전자에 술을 채워 좋은 안주 올리니
從它世外紛紛說 종타세외분분설 / 지금부터 세상 밖 분분한 이야기들은
聽似雲邉過鴈譍 청사운변과안응 / 구름 가 지나가는 기러기 소리처럼 듣게나.
*지응 : 매 *미효 : 맛이 좋은 술안주 *금가 : 금으로 만든 잔. 주전자 *종타 : 지금부터 *분분 : 어수선하다
養閑謾詠 三首(양한만영 3수)
한가하게 마음을 기르며 천천히 읊다(1)
-김지익 p60
光風霽月徹踈廬 광풍제월휘소려 / 봄바람에 밝은 달이 오두막에 솟아올라
洒落霊臺一點虛 쇄락령대일점허 / 상쾌하게 영대(마음)의 한 점을 비우네.
濂牖緑平看茁草 염유록평간줄초 / 물가의 들창에서 새싹을 보면서
程盆白溢玩游魚 정분백일완유어 / 물보라 이는 작은 웅덩이에서 물고기 노니는 걸 감상하네.
生涯淡泊田夫業 생애담박전부업 / 생애를 담박하게 밭가는 걸 업을로 삼아
水石幽閑隱者居 수석유한은자거 / 산수 속에 숨어서 은자로 살고 있네.
俗客不來門獨掩 속객불래문독엄 / 속세 손님 오지 않아 문을 홀로 가리고
明窓長對聖賢書 명창장대성현서 / 밝은 창에서 오래도록 성현 글 마주하네.
*한만 : 한가하게 *광풍 : 봄볕이 따사로운 맑은 날씨에 부는 바람 *광풍제월 : 비가 갠 뒤의 화창한 바람이나 밝은 달과 같음. 마음이 넓고 쾌활하며 시원스러운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쇠락 :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 *영대 : 천자(天子)가 천문 기상을 관찰하던 대(臺). 마음을 은유 *출초 : 풀이 자라다 *담박 : 마음이 담담하고 욕심이 없다 *유한 : 한적함. 얌전하고 그윽함
養閑謾詠 三首(양한만영 3수)
한가하게 마음을 기르며 천천히 읊다(2)
-김지익 p60
數間茅屋碧山東 수간모옥벽산동 / 푸른 산 동쪽에 있는 수 칸 모옥에서
頥養性靈樂在中 이양성령락재중 / 즐겁게 성령을 가다듬고 키우는데
腐鼠視杲鴟哧鵷 부서시고치혁원 / 섞은 쥐 물고 햇빛 보던 올빼미 봉황보고 성내고
驅牛耕隴䴏嘲鴻 구우경식연조홍 / 소를 몰며 밭가는 두렁에 있던 제비가 홍학을 조롱 하네.
心游宇宙風生腋 심유우주풍생액 / 우주에서 마음이 노니니바람이 겨드랑이에 생겨나고
夢入唐虞月照胷 몽입당로월조흉 / 당우시대 꿈꾸니 달이 가슴 비추네.
年老困窮奚足嘆 년로곤궁해족탄 / 늙음과 곤궁을 어찌 탄식하리오.
鷹揚曾有八旬翁 응양증유팔순옹 / 매처럼 날랬던 강태공은 일찍이 팔순 노인 이었다네.
*이양 : 頥神養性 마음을 가다듬어 고요하게 정신(精神)을 수양(修養)함 *부서 : 썩은 쥐라는 뜻 출전 <장자> 어시치득부서(於是鴟得腐鼠) 원추과지(鵷鶵過之) 앙이시지(仰而視之) *당우 : 중국 고대의 임금인 도당씨 요와 유우씨 순을 아울러 이르는 말 *풍생, 월조 :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의 호가 옥천자(玉川子)이다. 그의 〈다가(茶歌)〉에 “다섯째 잔은 기골을 맑게 해 주고, 여섯째 잔은 선령을 통하게 해 주고,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두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 맑은 바람이 솔솔 이는 걸 깨닫겠네.〔五椀肌骨淸 六椀通仙靈 七椀喫不得 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 라고 하였다. *응양 : 강태공이 武王을 도와서 殷나라의 목야를 칠 때 노인으로서 매처럼 기운차게 날뛰었다 는 고사. 출전 <시경>
養閑謾詠 三首(양한만영 3수)
한가하게 마음을 기르며 천천히 읊다(3)
-김지익 p61-62
糟粕經書難得味 조박경서난득미 / 조박한 경서에 맛들이기 힘들어
精微道理未耽眞 정미도리미탐진 / 정밀한 도리와 진리 탐구 못했지만
志追孟受三遷敎 지추맹수삼천교 / 맹자의 삼천지교 뜻을 세워 따르며
心慕顔聞四訓諄 심모안문사훈순 / 안회가 들은 사훈의 가르침 마음으로 숭모했네.
千古每尋濂洛緖 천고매심염락서 / 옛적부터 매번 염락(성리학)의 실마리 찾다가
一派思接泗洙濱 일파사접사수빈 / 한 갈래 생각을 사수가에서 접했네.
有爲亦若希之是 유위역약희지시 / 있더라도 만약에 이 같은 게 드물지만
機在吾身不在人 기재오신부재인 / 기회는 나에게 있지 사람에게 있지 않네.
*조박 : 재강. 술을 걸러 내고 남은 찌꺼기. 學問ㆍ書畫ㆍ音樂 등에서 전혀 새로움이 없는 것을 비유 *정미 : 깊고 정밀하다 *사훈 : 안회의 四勿, 인을 행하는 극기복례의 구체적 방법으로, 공자가 안회에게 예의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도 말라고 가르친 네 가지 잠언 *염락 : 濂洛關閩之學 성리학의 다른 이름. 濂溪의 周敦頤, 洛陽의 程顥, 程頤, 關中의 張載, 閩中의 朱熹를 말함 *사수 : 중국 산둥성에 있는 사수와 수수로 공자가 고향인 이 지역에서 제자들을 가르침. *유위 : 능력이나 쓸모가 있음
偶吟(우령)
우연히 읊다
-김지익 p61
櫪下非無良驥伏 력하비무량기복 / 말구유에는 천리마도 엎드리지 않을 수 없고
谷中亦有美蘭生 곡중역유미란생 / 골짜기에도 역시 고운 난 자랄 수 있네.
山鷄錦翼寧爲鳳 산계금익녕위봉 / 산닭이 고운 날개 펼치지만 어찌 봉황이 되리오.
隴鳥能言只是鸚 롱조능언지시앵 / 앵무새는 말하지만 따라할 뿐이라네.
一榻交情輸款曲 일탑교정수관곡 / 한 자리서 정 나누며 간절한 맘 보내어도
九疑峯色属峥嵘 구의봉색속쟁영 / 헤아리기 어려운 봉우리 색 험준하게 이어지고
方圓與世終難合 방원여세종난합 / 모난 것과 둥근 것은 세상에서 끝내 합쳐지기 어려워
莫若蔵身隱姓名 막약장신은성명 / 몸을 감추려 하지 않고 이름을 숨기네.
*역하 : 말구유 *녕위 : 어찌 ~이 되다 *농조 : 앵무새 *관곡 : 진실한 마음. 간절한 마음 *구의 :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 ※*구의봉 : 중국 남방에 구의산(九疑山)이 있는데, 구봉(九峯)이 서로 비슷하여 분별할 수 없이 의심스러우므로 붙여졌다. 사람의 마음이 헤아리기 어려움을 구의산에 비유한다. / 중국 호남(湖南) 영원현(寧遠縣) 남쪽에 있는 산으로 순(舜) 임금을 이곳에 장사지냈다고 함 *쟁영 : ① 산세(山勢)가 높고 험준한 모양 ② 재능이나 품격이 뛰어난 모양
*열락재유고 4권 「뇌곡주문답」과 관련 있는 글인 듯
次星州牛岩韓院長韻(차성주우암한원장운)
성주 우암 한원장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61
行装學得聖栖遑 행장학득성서황 / 성인께서 서황하듯 행장 꾸려 배우는 게
恰似辭呉又適齊 흡사사오우적제 / 흡사 오나라에서 사양하고 제나라에 가는 것 같네.
矻矻讀書隨月夜 골골독서수월야 / 달 빛이 이르도록 독서에 힘쓰고
孳孳爲善趂晨鷄 자자위선진신계 / 새벽닭 따라하며 착한일 많이 하네.
不求大業金鐘勒 불구대업금종륵 / 금종의 굴레에서 대업을 구하지 않고
何羡高名鴈塔題 하이고명안탑제 / 진사에 이름 올리니 높은 명성 아름답지 않은가.
堪笑世間無伯樂 감소세간무백락 / 세상에 백락 없는 걸 감히 웃으며
唯甘櫪下踡霜蹄 유감력하권상제 / 구유에서 굽히는 상제되는 걸 달게 여기네.
*서황 : ①안절부절못하는 모양. ②몸 붙여 살 곳이 없음 *걸걸 : 부지런히 애쓰는 모양 *자자위선 : 부지런히 善한일 하는 것 鷄鳴而起 孳孳爲善者 舜之徒也 출전 <맹자> *금종 ; 아악에 쓰는 타악기의 하나. 인정ㆍ파루 때에 치던 쇠종 *안탑제 : 鴈塔題名. 중국의 섬서성 장안현 남쪽 자은사(慈恩寺)에 있는 탑이다. 당(唐)나라 때 진사가 이 탑 위에 이름을 적었다는 고사가 있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후대에 진사에 급제하는 것을 ‘안탑제명(雁塔題名)’이라고 한다. 출전<고전번역원> *백락 : 백락(伯樂)은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 때에 준마를 잘 감별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손양(孫陽)의 별명이다. 전국 시대 종횡가(縱橫家)인 소대(蘇代)가 순우곤(淳于髡)에게 “준마를 팔기 위해서 사흘 동안이나 시장에 내 놓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백락이 한 번 돌아보자 하루아침에 그 말의 값이 10배나 뛰어올랐다.”라고 말한 내용이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 2에 나온다. 그리고 한유의 ‘잡설(雜說) 4’에 “세상에 백락이 있은 뒤에야 천리마가 있게 된다.〔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라고 전제한 뒤에, 보통으로 말을 먹여 기르는 자들이 채찍을 손에 쥐고 말을 굽어보면서 천하에 천리마가 없다고 말한다고 하고는, 바로 이어서 “아, 참으로 천리마가 없는 것인가, 참으로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嗚呼 其眞無馬邪 其眞不知馬也〕”라고 물으면서 결론을 맺는 내용이 나온다. *상제 : 좋은 말의 이름.
참고) 이현일의 <갈암집> 「이명고의 문목(問目)에 답함」에서
주자가 일찍이 상량(商量)해 볼 만한 의난처(疑難處)가 있었는지를 진안경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수년 이래로 일용간(日用間)의 크고 작은 일들의 이치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 천리(天理)가 유행하는 것이어서 집착하는 뜻을 볼 수 없었습니다. 부자(夫子)께서 증점(曾點)을 허여하신 뜻“나는 점을 허여한다.〔吾與點〕”, 안자(顔子)의 낙(樂)과 칠조개(漆雕開)의 신(信), 《중용》의 연비어약(鳶飛魚躍), 주자(周子)의 쇄락(灑落)과 정자(程子)의 활발발(活潑潑)한 의사(意思)가 모두 눈앞에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러하였습니다.” 하였다.
참고) 정자(程子)의 활발발(活潑潑)한 의사(意思)
정자가 《중용장구》 제12장의 ‘연비어약(鳶飛魚躍)’을 풀이하면서 “이 1절은 자사께서 긴요하게 사람들을 배려한 곳으로, 생기가 충만한 곳이다.〔此一節 子思喫緊爲人處 活潑潑地〕” 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천리(天理)가 한곳에 응체되어 있지 않고 활발하게 운행하고 있는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참고) 주요 성리학자의 중심 사상과 대표어
- 부자(夫子)께서 증점(曾點)을 吾與點(나는 증점을 허락한다)의 뜻 ☞ 영이귀
- 안자(顔子)의 낙(樂) ☞ 단표
- 칠조개(漆雕開)의 신(信) ☞
- <중용>의 연비어약(鳶飛魚躍) ☞
- 주자(周子)의 쇄락(灑落) ☞광풍제월
- 정자(程子)의 활발발(活潑潑) ☞천리(天理)가 한곳에 응체되어 있지 않고 활발하게 운행하고 있는 경지
*濂洛關閩之學 : 성리학의 다른 이름. 濂溪의 周敦頤, 洛陽의 程顥, 程頤 형제, 關中의 張載, 閩中의 朱熹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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