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시고 제24권 / 시(詩)
지리산(智異山)에는 선인(仙人)이나 석자(釋子)가 많으므로, 짧은 율시(律詩)를 지어서 회포를 부치다.
智異山多仙人釋子。短律寄懷。
두류산이 나라 안에 가장 커서 / 頭流山最大
도사가 표피자리 깔고 사는데 / 羽客豹皮茵
나무 끝엔 두 다리가 날아다니고 / 木末飛雙脚
구름 속엔 몸 절반을 내놓았도다 / 雲間出半身
남들은 삼무에 쫓겼다 기롱하고 / 人譏困三武
혹은 진의 난리 피했다고 말하네 / 或說避孤秦
나는 어찌 그윽한 은거지가 없어 / 豈乏幽棲地
풍진 속에 백발이 새로워졌는고 / 風塵白髮新
[주-D001] 삼무(三武) : 북위 도무제(北魏道武帝), 북주 무제(北周武帝), 당 무종(唐武宗)을 합칭한 말이다. 이들은 모두 불교를 배척하여 모든 승려들을 환속(還俗)하게 하였으므로, 불가(佛家)에서 이들의 일을 일컬어 “삼무의 난리[三武之亂]”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주-D002] 진(秦)의 난리 피했다 :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무릉도원(武陵桃源)에는 옛날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