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화 품은 빨빨이 얍삽이, 족제비
얍샵하게 해죽이며 쥐 잡아 놀더니
요즘은 어디 가 자취가 안 보이네
예스런 앙증맞은 짓 보고픔 어쩌나
--족제비 유감
부여 은산면에 이 족제비 설화가 있는데, 가난한 옛날집에 시집 온 세색시가 아궁이에 정성껏 불을 지펴놔도 아침에 보면 불이 꺼져 있어 새색시는 왜 그럴까 지켜보기로 하고 새벽에 혼자 나와 아궁이를 뜬눈으로 감시하는데 어둠 속에 밝은 구슬 같은 것 두개가 나타나 아궁이 앞에 가더니 물을 가져다 후두둑 후두둑 끄고 굴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에 이상하여 그 굴을 파보니 굼덩어리가 나와 그 집이 부자가 되어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족제비는 한자어로는 서랑(鼠狼)·유서(鼬鼠)·황서(黃鼠)·황서랑(黃鼠狼)이라 한다. 몸은 가늘고 길며, 사지는 짧고 귀는 작다. 털빛은 황적갈색에 광택이 나며 위아래 입술과 턱은 백색이고, 주둥이 끝은 흑갈색이다. 겨울털은 배면(背面)이 황색을 띠고 이마(額)는 초다색(焦茶色)이며, 뺨과 몸 밑에 부분은 짙은 황토색이다. 사지와 꼬리는 등과 같은 색이고, 아래턱의 백반부(白斑部)의 털은 백색이다. 발바닥에는 거의 털이 없다. 항문의 양쪽에는 악취를 내는 항문선(肛門腺)이 한 쌍 있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어서 어느 지방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동물이다. 밀림지대에서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가 가까운 농작물 경작지의 밭둑 또는 냇가의 큰 돌 밑 같은 곳에 구멍을 파고 서식한다.
야행성으로서 집쥐와 들쥐·뱀·개구리를 잡아먹으므로 매우 유익한 동물이나, 때때로 양어장의 물고기나 양계장의 닭, 야생조류의 알을 도둑질하여 먹는 일이 있으므로 다소 해로운 점도 있다. 그러나 해로운 점보다도 자연계에 있어서 야서구제(野鼠驅除)의 기능이 크므로 국가적으로 적극 보호하여야 한다. 2∼3월에 교미하여 약 37일 정도의 임신기간을 거쳐 3∼5월에 한배에 1∼7마리, 보통 4마리 정도를 낳는다. 모피는 목도리 등의 방한용 의장에 사용하고 붓을 만들기도 한다. 밍크의 대용품으로 많이 각광을 받고 있다. 족제비에 관한 속담이 있는데, 체면도 없고 염치도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말로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가 있고,. 욕심을 부리다가 낭패를 당하거나 먹을 것을 밝혀 큰 화를 당함을 뜻하는‘족제비는 먹이 탐내다 치어 죽는다.’가 있고, 한번 실패한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는‘족제비도 한번 놀란 길은 다시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내 어릴 때만해도 농촌 산 아래 집 근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족제비의 모습이 지금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가끔 세상에 이란 일이란 프로에나 등장할 존재가 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예로부터 닭을 채가는 동물로 악명이 높았다. 내가 어릴 적 집에 있어 보면 용케도 이놈이 닭장에 들어가 닭을 채가지고 뒤동산으로 도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특히 족제비는 배가 불러도 계속 사냥하는 습성 때문에 피해의 정도가 다른 포식동물보다 컸다. 많은 나라에서 족제비는 도둑, 얍삽함으로 묘사되고 있다. 눈 주위의 검은색 띠가 도둑의 안대/마스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특유의 유연함으로 어디든 파고들며 어디로든 숨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능글능글 말 빨 좋고 상황 대처 능력이 좋으며 곤란한 상황을 잘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족제비로 부르거나 족제비 같다고 하였다. 족제비는 고양이와 함께 주 먹이로 들쥐, 집쥐를 잡아먹는데 쥐구멍에 숨어있는 쥐까지도 구멍 속으로 들어가 다 잡아먹는다. 그래서 우화 같은 이야기로 쥐구멍 속에 피신한 쥐새끼가 제 어미에게 밖에 무서운 짐승이 있어 도망쳐 왔다고 숨 가쁘게 말을 하니 어미 쥐가 제 새끼들 보고 '까맣되 노랗되' 하고 물으면서 '까마면 여기 꼼짝 말고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노라면 그 땐 우리 다 죽은거다' 했다고 한다. 족제비 색깔은 대부분 노랗기에 나온 말이다.
족제비와 모양새나 냄새가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나무에 족제비싸리란 것도 있다. 이 싸리나무에 왜 ‘족제비’ 이름이 붙었느냐 하면 꽃 색깔이 움직임이 재빠른 동물인 족제비 몸 털색과 닮았고, 잎과 줄기에서 족제비처럼 고린내가 나고 꼬투리 모양이 족제비 꼬리와 닮은 데서 그리 붙여졌다고 한다. 족제비싸리 가지를 꺾어보면 중국 음식에서 나는 향신료 같기도 하고 비누 향 같기도 한, 약간 구리고 느끼한 냄새가 특이하다. 족제비는 강한 적을 만나면 항문 주위 샘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분비물을 뿜으며 달아나는데, 족제비싸리의 줄기나 가지를 문지르면 족제비와 비슷한 고린내가 나고 이 냄새는 겨울이 오면 더욱 지독해진다. 모양·색깔·향기까지 마치 족제비가 환생한 듯한 모습이다. 이 족제비싸리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1930년경에 만주 등 중국 동북부를 거쳐 들어온 외래수종이다. 이 나무는 과거에 전국의 황폐지 복구를 위한 사방사업용으로 많이 심었다. 임시방편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안성맞춤의 나무였다. 그래 생명력이 강해서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며, 뿌리가 잘 뻗어서 토사유출방지 목적의 사방공사와 경사면의 피복용 수종으로 주로 이용하였다. 자기 생존을 위해서는 약삭빠르고 염치도 없고, 얕은꾀로 제 잇속만 챙기기에 그 특성을 ‘얍삽하다’에서 유추하여“얍삽이”,‘빨빨거리다에서 유추하여 “빨빨이”로 족제비를 이름 붙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