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대탈출 1-2] 둘이 함께라면! (21.08.04)
이현이, 도영이와 두 번째 만남입니다.
11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현이는 오늘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왔습니다.
점심 먹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등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도영이가 씩씩하게 인사하며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거 해볼까요?”
이현이가 “계획이요.”라고 했습니다.
“우와 좋아요~!”
이현이가 노는 것을 좋아하여 놀자는 대답이 먼저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계획하자는 이야기를 하여 내심 놀라기도 했고 기특했습니다.
이현이의 의견에 따라 계획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놀이터 가기로 했던 거 기억나요?”
“네”, “네”
이현: “아! 그러면 12시까지 하고 놀이터 가요.”
“좋아요! 그럼 1시간 집중해서 계획 세우고 놀러 가요”
이현이와 도영이는 먼저 다른 놀이나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무더위 탈출 놀이, 무더위탈출 방법을 찾아보다가 잘 나오지 않자 여름 놀이 등 검색어를 바꿔가면서 검색했습니다.
이 외에도 서로 알아보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보았고, 친구가 찾는 것도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둘이 서로 이야기하며 “여기서 찾아보자”, “이렇게 검색해보자”, “여기 들어가 보자”,
유튜브로 넘어가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둘이 척척 해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다 이현이가 장난을 할때면 도영이가 하던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도영이는 정말 의젓하고 중심을 잘 잡습니다. 둘의 조합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현이와 도영이는 지금까지 찾아본 것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기록했습니다.
오늘 찾은 것과 저번에 생각했던 것을 보면서 정리했습니다.
정리목록을 보더니 둘이 서로 상의해서 재미, 하기 어려운 것 등 고려하고 고민하면서 하나씩 지워갔고,
종류가 비슷한 것들은 묶어가며 목차를 줄여갔습니다.
이현이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상품도 줘요!”
“우와 어떤 상품이요?”
“최고급 차를 드립니다. 이렇게요”
지현: “최고급 차요?”
도영: “최고급 차를 어떻게 상품으로 줘! 돈이 얼마야 하하하”
이현: “보리차, 녹차, 현미차....”
다 같이 이현이의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이현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는지
“효능도 알려주는 거예요! 이런 효능이 있어서 최고급 차라고 하고 상품으로 줘요.”
언어유희에 효능까지 생각하다니..!
이현이의 생각도 못 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치에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보리차, 녹차, 현미차, 옥수수차 등 생각나는 차 종류를 적어가다가
정확히 알아보자며 차 종류를 검색했습니다.
보리차, 현미차 두 개가 후보가 되었습니다.
도영이는 이현이가 제시한 생각에 부가적인 정보들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 가격도 검색하고, 내용물은 어떻게 생겼는지 꼼꼼하게 알아봤습니다.
둘 중에 고민하다가 이현이 주머니에 있던 동그란 스펀지에
노란색 면에는 '보리', 파란색 면에는 '현미'를 적어서 나오는 색으로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노란색이 나와 '보리차'로 결정했습니다.
많이 정하기도 했고, 약속한 12시가 되어서 “이제 놀러 갈까요?” 했더니
도영이가 “편의점이나 마트에 들려서 가격 먼저 알아보고 가면 어때요?” 라고 했습니다.
“우와 그렇게 해요!”
바로 사거리에 있는 현대직판장에 갔습니다.
차 코너를 찾아서 가격 비교도 하고, 유통기한도 확인하면서 꼼꼼히 선택했습니다.
보리차를 고르고 마트를 둘러보았습니다.
“탈락한 친구한테는 마이쮸 주면 어때?”라고 하며 서로 이야기하더니
양손에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양손과 마음이 두둑했습니다.
도영이의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구매했습니다.
보리차가 낱개 포장이 아니라 걱정했는데
이현이와 도영이는 다 생각이 있었습니다.
서로 집에 포장지가 있다며 그거로 포장해서 주자고 하였습니다.
또 도영이는 문방구에 가면 포장을 해주는데, 할 수 있는지 물어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직접 문방구에 찾아가서 사장님께 여쭤봤습니다.
아쉽게도 문방구에서 포장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중에 같이 포장하기로 했습니다.
문방구 앞에 있는 뽑기를 구경하더니 아까 상품을 구매하고 남은 잔돈으로 뽑기를 했습니다.
원하는 캐릭터는 안 나왔지만 나중에 뽑기의 캡슐이 생각도 못 한 곳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제 놀이터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도영이와 이현이가 안내해주어 뒤에서 따라갔습니다.
둘이 주위에서 들었던 이야기나 기억을 더듬어 가며 찾아갔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놀이터를 발견했습니다.
“찾았다!”
“여기 있었네! 근데 조금 작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소를 타며 놀았습니다.
도영이와 이현이가 놀이터 규모가 작아서 다른 곳을 찾아보자고 하여 이동했습니다.
놀이터를 찾아가는 길에 매미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영이는 매미를 보더니 굉장히 안타까워했습니다.
고민하다가 아까 뽑은 뽑기 캡슐로 매미를 들어 풀숲으로 보내줬습니다.
그 순간에 캡슐을 사용하자고 했던 순발력에 놀랐습니다.
또한 작은 생명도 지나치지 않고, 매미를 흙으로 보내주는 따뜻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곳저곳 걷다가
이현이가 “찾았다!!”하며 달려갔고,
도영이도 “저기 있다!!”하며 뒤따라 달려갔습니다.
이 둘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곳 놀이터에서도 시소를 타며 놀았습니다.
그네를 타고 싶어 했는데 두 곳 다 없어서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 이야기하며 돌아왔습니다.
매미를 보내줬던 뽑기 캡슐도 잘 버렸습니다.
이현이, 도영이와 함께하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둘이 하는 활동을 지켜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둘이 함께하면 어떤 활동이든 정말 잘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집중할 때는 집중해서 해야하는 일을 하고, 놀 때는 정말 재밌게 놀았습니다.
아직 다음에 만날 약속은 못 잡았지만
다음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내일 만나요!”, “새벽까지 할 수 있어요!”
이런 적극적이고 귀여운 반응을 보면 즐겁습니다.
둘을 지켜보기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첫댓글 놀자 하는 선생님과 먼저 준비하겠다는 아이들.
하하하! 재미나요^^
프로젝트의 윤곽이 차차 드러납니다.
도영이 이현이가 활동을 서로의 강점으로 보완하고 보태니, 풍성합니다.
친구들에게 상품을 주고 싶은데 어쩌지?
꼼꼼히 가격을 살피고, 내 용돈으로 선물을 구매했군요.
당사자의 것으로 이루는 당사자의 일입니다.
아이들과 '무더위 대탈출 프로젝트'라는 의도를 갖고 만납니다.
그러니 의도한 바에 맞게 묻습니다.
놀아야만 관계가 쌓이고, 어색함이 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를 맞대고 골똘히 궁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어요.
활동을 계획할 때, 당사자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사회사업가가 계획할 것처럼 물어보는 것을 조심합니다.
당사자가 능동적 주체이게 묻습니다.
활동을 재밌게 일궈가기를 바라는 지현 선생님의 마음.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지현 선생님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무더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왔으니, 곧장 관련한 회의나 계획으로 시작해도 괜찮아요.
그다음 놀아도, 회의 진행이 어려워지면 놀아도 괜찮습니다.
이현이 도영이에게는 그 회의가, 계획이 이미 놀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장보고, 검색하고, 영상 보고, 선물 사고... 얼마나 재밌었을까요~~
새벽까지도 할 수 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 증거입니다.
둘을 지켜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지현 선생님, 이현이 도영이와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현 선생님, 매일 부지런히 아이들 만나고, 또 부지런히 기록으로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기록을 읽으며, 아이들이 보낸 하루를 또 아이들과 보낸 하루를 상상합니다.
설레고 웃음이 납니다.
지금의 기록에서 조금 더 나가아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의도와 성찰을 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중심에 두고,
사회사업가답게 도우려 했던 지점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기록은 실천의 증거입니다.
당사자를 어떻게 보았고, 그래서 어떻게 도우려 애썼는지 남깁니다.
왜 그렇게 실천하였고, 그 의도는 무엇이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지 씁니다.
곧, 의도와 근거와 성찰(해석).
이 세 가지를 붙잡고 기록해 갑니다.
정체성을 밝히고, 그래서 무엇에 주목하는지 쓰고, 그렇게 이뤄가려 힘쓰는 이야기가 우리 기록입니다.
이렇게 쓰는 가운데 성찰하게 됩니다.
돌아보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기록'이야말로 중요한 사회사업 방법입니다.
*책 <사회사업 글쓰기>
싱싱한 재료가 있어야, 맛있고 좋은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바른 실천 뒤에 좋은 글이 나옵니다.
바른 실천은 준비되어 있으니, 실천의 의도와 근거와 성찰을 담아 기록해봅시다.
잘하실 거예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