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어라
조태연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니 가을인가 싶다
하늘을 보니 금세라도 맑은 물방울 떨어질 듯
동트는 시각이면 하늘에는 편대를 이룬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북쪽에서 서쪽으로 대이동하고
텃새는 소리 없이 농가 주변을 맴돈다
들판은 형형색색 기계 소음이
드문드문 사람은 보이지만 바쁘지 않고
길가 밤나무 알밤은 소리 없이 떨어지고
은행나무 열매는 독한 향기 뿜고 떨어지니
가을은 이렇게 오는가 보다
바닷가 선착장에는 휴일마다 붐비는 사람들
여행객과 고향 찾는 이의 느끼는 맛도 다르리라
새벽의 옷섶을 여미는 것은
몸이 가을임을 알리는 신호겠지
귀뚜라미는 가끔 짝을 찾는다.
晩秋(만추)
조태연
가을이 달콤하게 익어 갑니다
들길을 걸으면 누런 벼 이삭 일렁이고
가을꽃들이 축제를 벌입니다
아침 바닷가 포구 고깃배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를 부르고
산에 가면 후드득 알밤, 도토리가 활강 놀이를 합니다
가을비가 소리도 없이 옷깃을 적시면
생각나는 사람 그립고 보고 싶음이 배가 됩니다
길모퉁이 돌아서는 사람이
왠지 궁금해지는 것은
지난날의 행복했던 날들의
그 사람이 기억나기 때문입니다
나뭇잎 하나 둘 색칠하고
내 마음은 들판으로 내달립니다
겨울이 저만치서 보고 있는 듯
새벽이 차갑습니다
늙은 아낙은 몸빼바지 주머니에
가을을 주워담고 있습니다.
바보들의 합창
조태연
보고 있다
듣고 있다
말이 없을 뿐이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있다
신을 속이기가 쉽다
알고 있다
하늘이 알고
너만 모르고 있다
땅이 알고
바람도 알고
너희만 안 들리고 있다
구름도 알고
달도 알고
너만 암흑이다
태양도 알고
지나는 개도 안다
개소리에는 똥이 약이다.
사랑과 짐
조태연
등에 지고 있을 때
무겁게 느껴지면 짐이되고
안고 있을때 따뜻함을
느끼면 사랑이어라
현실이 버겁다고
느껴지면 짐을 조금 내려 놓고
가슴으로 안아보세요
언제나 당신에게는
사랑이 가득 차 있어요
내려놓고 보듬으면
행복이 찾아 옵니다.
대장동 매립장
조 태 연
잘 포장된 대장동 마을
여기에 무엇을 묻었을까
여기에 무엇이 묻혔을까
덮으려는 자와 파내려는 자들이
쓰레기 속에서 싸움질이다
바라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네
눈속임과 힘으로 조폭을 동원했나
힘없는 주민들 머리만 절레절레
잘 난 척 떠들더니
대장동 마을 쓰레기 무덤
온 동네가 시끌시끌 냄새가 진동
세 몰이꾼들 어느 편 들까
그물만 쳐다보네
손바닥으로 얼굴 가리면 무엇이 보일까
갈라진 손가락 사이로 쪽 하늘이 보인다
눈구멍에 말뚝을 박아라
천둥이 쳐도 꿈쩍 안 할 인간들
불구덩이에 머리통 박고 숨도 쉬지 마라
줄줄이 엮어 한 곳에 생매장 했으면 좋겠네.
첫댓글 귀한 작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