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삶은 또 이어진답니다. <<강철 이빨>>를 읽고
강렬하게 붉은 색의 여우 두 마리가 내 시선을 끈다.
이마에 주름이 지고 달랑 이빨 한 개만 남은 여우와 그 보다는 작고 똘망똥망해 보이는,
무엇보다 대조적으로 이빨이 수두룩한 아기 여우.
역시 할아버지와 손자 여우다.
둘은 체스를 막 끝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할아버진 왜 이빨이 하나밖에 없어요?"
그렇게 시작된 둘의 대화는 할아버지의 화려하고 팔팔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잘난 젊은 여우는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이빨을 날린다.
또 정체불명의 괴물을 맞닥뜨려 만용을 부리다가 또 이빨을 날린다.
그리고 손자에게는 적나라하게 말 할 수 없는 신나는 잔치에서 이빨들이 쑥쑥 빠져나갔다.
그렇게 화려하고 에너지 넘쳤던 시절의 끝에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서 이빨들을 아주 소중하게 간수하려했다.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달리고, 뛰고, 구멍을 파고, 날아오르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손주가 태어나고 할아버지가 된 여우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이빨이 우수수 빠지고,
심지어 바나나를 먹다가 이빨이 빠진다. 그래서 이빨이 달랑 한 개 남았던거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빨이야 말로 강철이빨이라며 손주를 데리고 사냥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서두르다 문턱에 걸려
넘어지며 그 마지막 이빨은 빠지고, 그 이빨은 손주가 가져간다.
"할아버지, 내가 잡았으니까 이 이빨은 이제 내 거예요. 이건 행운의 이빨이거든요."
삶의 매 순간순간 할아버지 여우가 보여준 모습들은 이제 50이 넘고 60을 바라보는 내 모습도 오버랩된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렇게들 살아가고 그 자식들도 또 그렇게 살아가니까.
젊은은 늘 에너지가 넘치지만 실수도 많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비슷한 실수들을 되풀이하며 그렇게 나이 들어 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을 위해 자기를 헌신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웃기고 아름답다.
물론 그 할아버지 여우랑 평생을 함께 산 할머니 여우의 얘기는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열심히 산 흔적으로 달랑 한 개 남은
이빨은 그것만으로 최고다.
늘 따뜻하고 긍정적인 표현이 서툰 나지만 아직도 열심히 살고 있는 내 짝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옆에서 땍땍거리는 짝이고, 제멋대로 제 혼자 힘으로 사는 것처럼 설쳐대는 자식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