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3일 (금)
오늘은 놀이탐험대를 도와주기로 한 날입니다. 아이들이 2주간 기획한 당일입니다. 구 삼촌과 종이접고 놀자와 달리 기획단과 참여자가 전부 아이들인 사업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하루가 굴러갈지, 가끔 벽 너머 깔깔 소리만 들었던 아이들의 밝은 모습에 기대도 되고 한편으론 싸우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제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뚝딱거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참 걱정이 많습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405호로 올라가서 이것저것 준비를 합니다. 명찰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맡긴 역할이라고 하니 객원이 아니라 놀이탐험대의 일부로 인정받은 것 같아 고맙고 기특했습니다. 그렇게 명찰을 다 나눠주고 아이들이 모두 모이자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이끌어갑니다.
인물 퀴즈부터 하는데, 정말 귀엽습니다. 칠판으로 가렸다가 문제를 공개했다가 수작업이 다소 많지만 즐겁다고 깔깔거리며 문제를 잘 맞힙니다. 아이돌 특히 여자 아이돌을 잘 아는 것같이 보입니다. 벤투 감독, 이강인(“이강인 손흥민 둘 중 하나야!”)까지 잘 아는 아이들 모습에 월드컵도 모두 챙겨봤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합니다. 오늘 하루 정말 여러 번 놀랐습니다.
사진과 영상을 계속 찍다가 다음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갑자기 기획단 몇 명이 스케치북을 들고 옆 교실로 자리를 옮깁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가니 문제 수가 부족해서 더 써야 한답니다. 이민지 슈퍼바이저님의 도움도 받고, 스스로 밖을 돌아다니며 제시어를 적어냅니다. 중간에 막히다가도 다른 친구가 오니 둘이서 셋이서 집단지성으로 더 속도가 빨라집니다. 심지어 한 단어를 둘이서 같이 쓰기도 합니다. 똑똑한 아이들입니다. 다음 게임이 고요 속의 외침인가 봅니다. 옆방에서도 아이들의 소리가 엄청나게 잘 들립니다.
“종이접기할 때 필요한 거!” “가위?” (정답은 색종이라네요. 저도 가위인 줄 알았는데 너무 당연한 답이 나와서 아이의 눈높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게임을 다 마친 후, 서로 상품도 수여하고 스티커를 많이 받은 사람이 1등을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시간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모든 게임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모두 즐겁게 보낸 것 같아서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도 행복합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타임 지원 전에 표창을 접으면서 창현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마을 선생님 두 프로그램 모두 인기가 많고, 모집 마감 후에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구 선생님과 전화했을 때도 역시 선생님은 아프지 않으신 것 같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면접을 봤어야 한다는 구 선생님의 말씀에 당사자 면접 때를 기억하시는 것인가 생각이 들어 순간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오후에는 더 넓은 강당으로 가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주로 했습니다. 설명해도 애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며 궁시렁거리던 아이가 생각납니다. 신나게 뛰어노는데 정신없는 아이와 그런 아이들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어느 정도 통제해주는 아이가 각자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병권 선생님이나 슈퍼바이저 선생님의 개입이 최소화되었음에도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키면서 그 시간을 주인 되어 보내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게 되나? 되는구나!’ 제가 생각한 벽지와 형광등이 이런 느낌인 것 같았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동료가 맡은 사업에 스며들게 되면서 다녀오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나의 일지를 쓰느라 바빠서 동료의 일지를 읽어볼 틈이 없었습니다. 사진, 영상 찍어주는 역할이어도 틈틈이 읽어보고 갔다면 더 자연스러웠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대와 친해질 때 공통점을 찾으면 진전이 빨라집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아이돌이나 노래를 알고 있었다면 어울리는데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에 머물러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고, 앞으로 만약 또 이렇게 아이들과 어울리고자 한다면 잘 알아보고 만나야겠습니다. 아직 남은 디데이에 찾아올 아이들을 생각하며 찾아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