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수호지 - 수호지 19
조개가 사는 동계촌은 운성현에 속하는 마을이다.
부윤은 다음날 일찍 문서를 만들어 하도로 하여금 무예가 뛰어난 병사 4명을 데리고 운성현 태수를
찾아가도록 했다.
운성현 관가에 이르자 마침 점심시간이라 태수도 없고 다른 관리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하도는 맞은편 찻집으로 들어가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오늘 번을 드는 압사가 누구시냐?"
압사란 관청에서 공문서 취급하는 서기 중에서 책임자가 되는 관리의 직위 이름이다.
"송 압사라는 분인데 마침 저기 오시고 있습니다."
찻집 아이가 가리키는 대로 하도가 눈을 들어 보니, 과연 관리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하도가 일어나서 인사를 청했다.
"저는 제주 부윤에서 온 포도대장 하도입니다."
"그렇습니까? 저는 압사 송강이라 합니다."
송강은 운성현에서 대대로 살아온 송가촌의 셋째 아들이었다.
그는 얼굴이 검고 키가 작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흑송강이라 불렀다.
그는 또 효성이 지극하고 의협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재물을 우습게 알고 사람을 대할 때 지성으로 하며,
남의 어려움을 잘 보살펴 주기 때문에 <때맞춰 오는 단비와도 같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급시우>라고도 불렀다.
둘은 인사를 나누고 용건에 들어갔다.
"실은 저희 관하 황니강이라는 곳에서 얼마 전에 8명의 도적 떼가 마취약으로 북경 대명부 양중서가
채 태사께 올리는 생일선물을 훔쳐간 일이 있었는데, 백승이란 놈을 잡아다 물어 보니 나머지 7명이
모두 운성현에 있다고 해서 여기 공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공문서를 가지고 오셨으니 빨리 그 도적 떼를 잡도록 돕는 게 제 임무지요.
그런데 그 백승이란 자가 자백한 일곱 명의 명단은 갖고 계십니까?"
"주모자만 알고 나머지 여섯 명은 아직 모릅니다.
아무튼 동계촌에 산다는 조개만 잡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하도의 입에서 조개라는 이름이 나오자 송강은 속으로 소스라쳐 놀랐다
'조개라면 나와 형제나 마찬가진데, 만약에 내가 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잡혀가서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그건 그렇고 어느 틈에 그렇게 큰 죄를 지었단 말인고?'
송강은 놀라워 하면서도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공문은 직접 태수님께 올리십시오.
저로서는 직책상 그 귀중한 문서를 직접 볼 수 없습니다. 비밀이 샐까 두렵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 군수님 계신가요?"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기 기다리고 계시면 관아로 오시는 대로 곧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서둘러 주십시오."
송강은 찻집을 나가면서 심부름꾼을 살짝 불러 손님이 자리를 옮기지는 않는지 감시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곧바로 말을 타고 바람처럼 동계촌을 향해 달렸다.
한편 조개는 후원에서 오용, 공손승, 유당의 무리와 술자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원가 삼형제만 10만 관 예물에서 저희 몫을 받아 가지고 석계촌으로 돌아간 뒤였다.
그때 하인이 와서 보고했다.
"송 압사께서 오셨습니다."
"여러 분이시냐?"
"아닙니다. 혼자이십니다. 급히 뵈옵고 여쭐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조개는 곧 나가서 송강을 맞았다.
"어인 일이시오?"
송강은 조개를 담 모퉁이로 데려가 황급히 말했다.
"형님, 큰일났습니다. 황니강 일이 발각이 돼서 백승은 이미 붙잡혀 제주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백승의 입에서 형님 이름이 나와 지금 제주성에서 하도라는 관리가 공문서를 가지고 형님 일당을
잡아 달라고 도움을 청했소. 다행히 그 체포관리를 내가 먼저 만나 알게 된거요.
지금 찻집에 기다리게 해놓고 왔으니 빨리 이곳을 피하도록 하시오."
뜻밖의 말을 듣고 조개는 깜짝 놀랐다.
"이 은혜를 언제 갚아야 할지 ...., "
송강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말에 올라 관아로 돌아갔다.
송강이 말을 몰고 달려가는 모습을 본 후원의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에 왔다가 허둥지둥 돌아간 저 사람은 누굽니까?"
"송강이란 분이오. 나하고는 형님, 아우 하는 사이오."
"급시우 송강 그 분 말입니까?"
"그렇소, 우리 일이 탄로났으니 피하라는 귀띔을 해주기 위해 급히 왔던 참이오.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시시각각 위험이 닥쳐오고 있소. 오 선생,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묘책이 달리 있겠습니까? 삼십육계 즐행랑이지요."
"어디로 갈까요?"
"우선 원씨 삼형제가 있는 석계촌으로 갑시다."
"이 많은 사람들이 그 작은 집에서 숨어 지낼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아니오. 석계촌과 바로 지척 사이에 양산박이 있소. 그곳은 형세가 매우 복잡하여 관군들도
감히 넘보지 못한다 하오. 사정이 정 어려우면 그곳으로 피신을 합시다."
"하지만' 저들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어찌하오?"
"너무 걱정 마시오. 우리가 가진 금은보화를 얼마간 내주면 우리를 용납할 거요."
의논이 정해지자 오용과 유당은 약탈한 금은보화를 궤짝에 담아 하인 대여섯 명을 데리고 먼저 출발했다.
조개와 공손승은 뒤에 남아 뒷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인들 가운데 따라 나설 사람은 데리고 가고
남겠다는 사람에게는 돈을 넉넉히 주어 자유롭게 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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