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등반, 생각없이, 날씨 춥다고 실내암장 트레이닝을 잡았다가 아차! 하고 떠오른 새해 첫등반! 그래서 날이 추워도 무난히 갈수있고 우리 산빛이 지향하는 정상 등반에도 합리적인 원효.염초 릿지로 바꾸었다. 걱정되어 날씨를 계속 검색 하는데 다행히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영상권을 유지한다. 새해 첫 등반에다 명품 릿지 코스 이고 하니 오래된 식구들이 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있었는데 생각보다 참석 댓글이 적었다. 이래도 적고ㅠ 저래도 적고ㅠ 그래~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등반대장의 의무만 열심히 이행하면 되지! 그런데 등반 날이 다가 올수록 참석 댓글이 늘더니 어? 울산에 있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태환이의 댓글이 달렸다.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울컥 감동까지 받았다. 역시 태환이는 산빛이구나!
일요일 8시 구파발역에서 만나 홍아 차에 8명이 다 타고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 차 가져와 직접 그쪽으로 온 윤성원 회장 만나고 역시 버스타고 직접 온 규필이 만나 10명이 8시30분 산행 시작. 일반 등산로로 가다 비탐방으로 들어서서 초입에 담을 넘으니 그 옛날 담넘던 기억이 난다.. 17년전쯤? 왕초보때 처음 갔었던것 같고 산빛에서 10여년전쯤? 그때도 겨울에 일용이.은수형등과 갔다가 완주는 못하고 탈출했던 기억까지 2번째. 몆년전 영식.용관이와 원효 빼고 염초 직벽부터 했던 3번째 그리고 오늘이 4번째.
초반 볼트 하나 없는 대 슬랩을 무서워도 그런대로 잘 갔는데 어느부분 에선가 옆으로 트래버스 하는 구간에서 완전 무섭다ㅠ 쉬운 슬랩이라고는 하나 암벽화도 안신고 둔탁한 릿지화인데 확보없이 쌩릿지ㅠ 아차 실수하면 몇십미터 아래로 그대로 가는거다ㅠ 내가 유난히 겁이 많은건가?ㅠ 다른 사람들은 다 잘들 가는데 나는 앞서있는 현진형님한테 구원요청해 내민 손 잡고서야 발을 뗄수있었다ㅠ 쪽팔림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니까 ㅋㅋ
본격적인 릿지 진입로에서 장비 착용하고 염초 직벽앞으로 갔다. 그러나 우리가 10명 이다보니 시간을 단축 해야겠기에 직벽 등반조와 옆에 우회조 두팀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직벽 해봤으니 우회조로 가기로 하고 길을 아는 황성호가 우릴 안내하고 연주랑 경옥.현진형님까지 5명이 우회조 홍아.임성.태환.규필.윤회장 5명이 직벽등반조 우연히도 5대5 딱 5명씩 두팀으로 나뉘게 되었다. 우회는 했지만 우회길도 바위로만 다니게 되어 있어서 아주 재미있다. 뒤돌아 보는 경치 또한 멋있고!
직벽 다음이 디에드르. 내 표현 으로 하면 책바위. 오늘은 자일 깔고 하강 했지만 왕초보때 첫 염초등반에 이 책바위를 자일 깔지않고 무모하게 양 다리 벌려 스태밍으로 내려가라했던,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떤 인터넷 산악회ㅠ 떨어지면 무조건 부상 당하는데도 어떤 보조 도움도 없이 스스로 내려가야했기에 너무 무서웠던 기억ㅠ 그런 시절도 있었네 ㅎㅎ
앞서가기때문에 뒤팀 책바위 등반 사진도 찍고, 앞만 보고 가다 뒤돌아 보는 경치는 색다른 멋이 있다. 우리가 늦으면 뒤팀에게 피해를 줄까봐 연신 내달리다 넓고 좋은 자리 찾아 간식 먹으며 쉬며 뒤팀을 기다려 만났다. 태환이는 배고프다고 빵부터 먹고 규필이도 빵. 홍아.임성.윤성원회장은 컵라면으로~~ 우리는 먼저 먹었기에 시간 줄일려고 줄부터 깔아 놓는다고 황성호와 현진형님이 위로 올라갔는데 홍아가 이제부터 음지라서 본격적으로 바위가 얼어 있는데 계속 할거냐고 묻는다. 시간은 1시밖에 안되어 완주했으면 좋겠는데~ 이때 줄깐다고 올라갔던 성호가 눈쌓이고 얼어있는 바위에서 힘들게 버벅 거리는게 보여 무리하지말고 위험하면 내려오랬더니 성호도 안되겠는지 뒤로 빽 하는데 그만 미끄러져 추락ㅠ 우리 모두 놀래서 악 비명 지르고ㅠ 다행히 현진형님이 받쳐쥐서 아무일 없이 내려왔다. 그걸 보니 어떻게 진행을 하겠나ㅠ 여기서 내려가면 우리가 시작했던 북한산성 입구로 탈출할수 있으니 탈출하자. 더 가면 백운대 까지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하고 내려가기로 했는데 성호가 바로 옆에 워험하지 않은 우회길이 있단다. 그 말을 들으니 아직 시간도 1시밖에 안되었고 끝까지 가고싶어진다 그래서 북한산성에 주차를 해 놓은 홍아.임성 부부와 윤회장만 내려 보냬고 도선사쪽이 집에서 가까운 우리는 끝까지 가겠다고 했더니 윤회장도 끝까지 가겠단다. 원효 염초를 한번도 안와보고 이번에 처음 온거라 가는데까지 가보겠단다. 홍아는 임성이 걱정되니 그럼 둘만 내려가고 우리 8명은 끝까지 가기로 결정. 단체 사진 찍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리는 우회길로갔다. 우회는 했지만 산넘어 산ㅠ 진짜 겨울 산. 겨울 바위이다. 바위는 다 얼어있고 눈마저 쌓여 손 시려워 홀드로 사용 할수도 없다ㅠ 에휴ㅠ 어쨌거나 이젠 돌아갈수도 없다. 끝까지 가는 수 밖에 다행히 성호가 영식이 용관이 같은 야생과 이고 어렸을때부터 산에 다닌지라 겨울산 경험도 풍부해 눈바위 얼음바위를 잘도 헤쳐 나간다. 태환.현진형님이랑 손발도 착착 맞아 태환.현진형님이 세컨. 말번 교대로 보며 씨스템도 엇박자 없이 매끄럽게 진행 되어 우리는 성호가 줄 깔아 주는대로 히말라야 설산 등반 하는것처럼 줄잡고 올라간다. 하지만 자일도 눈에 젖으니 장갑 껴도 미끄럽고ㅠ 발도 미끄러워 줄을 잡아도 죽죽 미끄러진다.
연주는 계속 '아까 홍아네 따라 내려갔어야 했어' 하더니 드디어 엉엉 울음보까지 터지고ㅠ 연주를 달래는 데는 태환이가 제격. 연주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다독이고 안심시키는데 천사가 따로 없다 ㅎㅎ 게다가 바위에 쌓여있는 눈을 장갑으로 털어주는 배려라니!
의외로 경옥이는 이 상황을 즐기며 여유만만. 경옥이가 암장에서 꾸준히 운동하더니 힘이 늘어 자신감 뿜뿜인듯. 더구나 경옥이를 엄청 챙기는 현진 형님까지 같이 있으니 걱정도 덜 됬겠지.
현진형님은 경옥이 때문에 우리 산빛에 나오시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너무도 훌륭한 인성으로 우리를 감동 시키시고 우리 산빛이랑 계속 등반중이시라 이젠 우리 산빛 식구나 다름 없으신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솔선수범 선등빌레이에 말번 자일정리까지 다 해주셔서 너무도 감사하다.
규필이는 힘들어 이 바위가 언제 끝나냐고 ㅎㅎ 아직도 몇개가 더 남았냐고~~ 그래도 남자라 완력이 있으니 힘들어도 잘 따라온다.
윤회장은 얼굴엔 힘든 기색이 역력 한데도 묵묵하게 후반에는 말번으로 뒷처리 까지 하며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
그래도 위로 갈수록 상고대도 너무 예쁘고 눈쌓인 바위도 얼마나 멋있는지 이곳이 북한산 맞나? 할 정도로 너무도 아름답다. 경옥이도 울산바위 돌잔치길보다 더 멋있다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겨울 등반이라 낯설고 위험하고 고생은 배가 되었지만 정말 옛날처럼 히말라야 원정을 간다고 생각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듯. 혹시라도 다음에 이런 겨울등반의 기회가 또 생긴다면 그때는 바일 이라도 가지고와 그나마 안전하게 믹스 등반을 해야할것 같다.
드디어 백운대 정상! 원래 3시에 백운대 5시까지 북한산성 하산이 목표였지만 워낙 바위가 얼어있어 힘든 상황이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그래도 해 지기 전 5시전에 백운대 정상에 섰다. 새해 첫 팀 등반을 악조건에서도 포기하지않고 모두들 무사히 안전하게 백운대 정상을 밟으니 감개무량하다. 황성호가 길을 잘 알고 겨울등반 경험이 많아 잘 이끌어주었고 현진형님.태환이가 몸 아끼지 않고 궂은일 도맡아 해 준 덕분에 우리 모두 새해 첫 팀등반이자 생애 첫 겨울등반을 멋지게 해 내었다. 누구하나 불평도 없고 서로 양보하고 격려한 완벽한 화합의 팀 우리 산빛! 자랑스러운 우리 산빛!
정상 인증샷 찍고 내려가는길에 일몰이 시작된다! 백운대 에서의 일몰 이라니! 미세먼지가 워낙 많아 그런지 불타는 장관은 아니었지만 뜻밖의 보너스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이제서 혼자 백운대 정상을 오르는 여자 한분이 있었다. 웬일이야ㅠ 백운대 처음왔고 하산은 산성입구로 한단다. 아니 지금 몇시인데 하산 2시간 길을 혼자 간다고? 윤회장이 그 말을 듣곤 어차피 윤회장도 산성 입구로 가야하니 자기가 기다려서 그 여자분과 같이 가주겠단다. 아! 역시 또 멋진 우리 윤성원 회장! 우리 산빛엔 왜케 멋진 인물이 많은게야!
우리는 윤회장과 작별하고 도선사쪽으로 하산. 어두워질까봐 쉬지않고 걸음을 재촉해 정말 빠르게 도선사 주차장에 6시 10분 도착. 아침 8시에 만나서 10시간 이란 긴 시간을 산속에 같이 있었다.
오늘 같은날. 고생고생하며 힘든 등반을 같이 한날. 뒤풀이 없이 헤어질순 없어 단골 식당에 가서 3명 4몀 두팀으로 나누어 앉았다. 소갈비살에 돼지갈비에 쏘주.맥주. 그리고 오늘의 무용담으로 화기애애~ 규필이가 귓속말로 오늘의 식사비는 자기가 내고 싶다고 이해 해 달라고 간청을 한다. 형도 아니고 후배가 낸다니 망설여 지는데 새해 첫등반에 모처럼 나와서 좋은 등반했고 성호랑 현진형님 수고하심에 정말 감사하다며 내게 해달라고 거듭 말하니 거절 할수가 없다. 그래 좋은 맘 즐거운 맘으로 낸다니 우리도 기쁘게 감사하게 받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먹을걸 ㅎㅎㅎ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지만 항상 헤어져야할 시간은 있는것ㅠ 아쉬운 작별을 하며 오늘을 마무리 했다.
규필이가 오늘 너무 힘들어 내일 피똥 쌀것 같다고 피똥 싸면 사진 보낸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사진이 안온걸 보면 쏘주로 다 정화 된듯!
첫댓글 재미있는 릿지같은데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은 벽으로만 느껴지네요ㅜㅜ
언젠가는 나도 릿지를 함께할수있도록 열심히 체력을 키울게요~~^^
바워가 얼어서 힘들고 무서웠고~ 겨울만 아니면 은정이 충분히 재밌게 할수있는 곳이야~ 4월 5월에 가자~
기다리고 기다리며 단숨에 읽어내려 간 등반후기
공백 제외 글자 수 3,450 자 , 200자 원고지 기준 34장 ~~!!
역시 경령대장님의 세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후기글은 넘사벽 최고이십니다 ^^
눈 살짝 덮혀 신발은 미끄럽고,,바위 잡아야 할 손은 시려서 아리고
넘고 넘어도 좌우는 아찔하기만 하니ㅠㅠ
눈물 콧물 쏙 뺀 새해 첫 산행 힘들었지만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다시 한번 함께 하신 분들의 밀어주심 당겨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와! 연주 대단해! 똑소리 난다는건 이런걸 보고 하는거구나!
연주도 그렇지만 나도 정말 돌잔치길 만큼이나 잊지못할 등반했네~
담엔 믹스등반 장비 챙겨서 제대로 해보자 ㅎㅎ
음~~
연주언니두 무서워했다면
저두 아마 같이 대성통곡😭 했을듯욤~
안따라가길 다행이었네요ㅋ
연주도 대성통곡 했어 ㅎㅎ
인경이 왔으면 누군가가 업고 갔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