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멜로디] 첫 시간은 동요 '정글숲'(곡 이름이 악어떼가 아니라고?!)을 배워보았습니다.
지난 학기 리코더 수업 경험을 통해 리코더는 우리 아이들이 모두 함께 연습하기엔 어려운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 [마이멜로디] 시간에서는 주로 멜로디카(악기 이름이 멜로디언이 아니라고?!)를 배워볼까 합니다. 리코더는 손끝으로 구멍을 빈틈없이 정확히 막아야만 올바른 음이 나기에, 소근육발달·머슬메모리·눈과 손의 협응능력 발달이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연주하기 여간 까다로운 악기입니다만, 멜로디카는 누르고 불면 어쨌든 소리는 잘 납니다. 아무리 Overblow한들 음이 튀지도 않습니다.
음악을 처음 배울 때는 건반악기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잡은 악기는 기타이지만, 본격적으로 배울 기회가 생겼을 때 선택한 악기는 피아노였습니다. 악기를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화음을 계산할 때 머릿속에 피아노 건반 그림을 띄워놓습니다. 이 Cheat Sheet는 한 번 익혀놓으면 평생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악기 연주자들, 특히 재즈 연주자들의 훈련 과정에서는 명연주자의 연주를 듣고 카피하는 연습이 꼭 있습니다. 이 때의 카피는 그저 음을 따서 같은 음을 연주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테일한 다이나믹(강약), 타이밍(Lay Back or Push), 톤 메이킹, 심지어는 연주자의 미세한 호흡 마저도 카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연습한다고 그 명연주자와 똑같이 연주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신체 구조도 조금씩 다르고 살아온 경험도 다르며 감정선도 다릅니다. 우리가 명연주자의 연주를 100% 똑같이 재현할 수 없듯이, 명연주자도 우리의 연주를 100% 재현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전세계에 음악가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만, 나의 음악도 고유한 가치가 있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지휘자들은 몇 백년 전에 이미 만들어진 악보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롭게 연주합니다. 지금 우리는 멜로디카라는 귀여운 악기로 똑같은 '정글숲'을 연주하지만 모두의 연주는 다릅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마이멜로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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