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에 빗대어 ‘맛집’ 공화국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일상에서 ‘맛집’이라는 표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외식이나 여행을 갈 때면 반드시 맛집을 검색하고, 맛집을 추천받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 먹는 음식 맛집에 가서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맛집이라는 말은 음식이 맛이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어째서 생겨나게 된 것이냐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맛집이란 단어는 언제부터 사용하게 된 것일까?
‘맛집’이라는 어휘의 사용이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가 되면서 1가구 1승용차 시대가 도래 했고 전국을 구석구석 누비며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맛집의 음식은 정말 맛이 있는 것일까? 또 하나는 맛집만의 비법이 있는 것일까? 라는 우문을 해 본다. 첫 번째 질문의 요점은 미각(味覺)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음식만큼 호불호가 분명한 것도 드물다. 음식은 삼시세끼 먹는 것이기 때문 오래 시간을 통해 사람마다 입맛이은 굳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같은 미적 감각을 가질 수는 있으나 개인차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두 번째 우문은 개업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맛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맛집만의 비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나 노력을 기울였을 수가 있다
가까운 일본 같은 곳은 해외여행을 위해서도 맛집을 찾아보는 것은 상식처럼 되었다. 그러나 네이버블로그만으로는 일본의 맛집을 찾아내기 어려웠다고들 한다. 특히 시골일수록 진짜 맛집 찾기는 더욱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00할매곰탕’처럼 몇 대를 이어오면서 맛을 일궈낸 맛집이 진짜 맛집이지 어쩌면 지금의 맛집은 블로그나 방송 매체에 의해 급조된 맛집이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터넷 맛집을 과신하는 것도 문제지만 맛집에 중독되어 매끼 식사에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다니는 것 또한 되짚어 볼 일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맛이 없는 음식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배가 고프기를 기다려 식사를 할 수는 없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는 인생의 진정한 맛을 알 수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고향집에 이웃하여 정미소가 있었다. 그 정미소는 친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미소였다. 나와 같은 반인 친구는 나처럼 소에게 꼴을 뜯게하지 않아도 되었고 소꼴을 베어오지 않아도 늘 하얀 이밥을 고봉으로 먹었다. 나는 가끔 친구가 밥 먹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친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겸연쩍은 얼굴로 고개를 돌리기가 일쑤였다. 처음에는 멀리서 바라보다가 어느 새 친구 집 함석대문 가까이에 이를 때가 많았다.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친구 집 대문만이 함석으로 대문을 만들어 멀리까지 햇빛이 반사되곤 했다.
사실 친구 집 대문 가까이에 가는 이유가 있었다. 하얀 쌀밥 냄새라도 실컷 맡고 싶어서였다. 어쩌면 친구가 밥맛이 없어서 남기기라도 하면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정말 꿈속 에서나 그리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친구가 손짓을 하며 나를 불렀다. 친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른 고개를 돌리며 함석대문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친구가 부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왔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할지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조학아 이리와 밥 같이 먹자” 처음엔 내 귀를 의심하였으나 친구가 웃음 머금은 모습으로 나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음성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조학은 나의 아명이었다. 지금도 고향 사람들은 아명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지매 밥 한 그릇 주세요. 친구와 같이 먹게” 우리 마을에서는 형수를 아주머니의 사투리인 아지매라고 불렀다. 친구 형수는 얼굴도 예뻤지만 마음씨가 천사 같았다. 친구조차 모르는 사실은 그 형수가 밥을 차려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식구들이 없을 때는 가끔 뒤안(뒤꼍)으로 나를 불러 꿈에서나 그리던 흰쌀밥을 고봉으로 차려 주었다. 다른 식구들이 볼세라 연신 대문 쪽을 살피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서럽다.
그날 친구와 먹은 하얀 이밥의 맛을 나는 평생 있지 못할 것이다. 친구의 사려 깊은 고마운 마음을 죽을 때 까지 기억할 것이다. 전국 아니 세계의 최고의 맛집을 다 뒤져도 그날 먹은 친구네 집 밥만큼 맛있는 맛집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먹어본 적이 없는 자는
인생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없다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