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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장 전음도양(顚陰倒陽) 1 어느덧 폭우는 그치고 중천에 뜬 태양이 습기를 먹은 대지를 증발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증발된 습기는 짙은 안개로 변하여 뭇 사람들의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관림에 대치한 일단의 무림인들을 한숨 돌리게 하였다. 사이룡을 비롯한 천조육검과 모산파의 자허신니는 선녀들과 장로들로 하여금 번갈아 보초를 서게 하고 운기조식을 하였다. 물론 빙녀에게 둘러싸인 빙요화도 한참 전에 운기조식을 끝마치고 있었다. 사실 그녀로서는 따로 운기조식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빙공은 걸으면서도 할 수 있는 독특한 운기방식이었기에 사이룡 일행을 공격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이룡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다. 사이룡과 천조육검의 칠성이두전의 검진도 문제지만 성사만리(星射萬里)를 펼친 모산파의 머리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말이 별이 만 리나 쏟아진다는 것이지 한 번 움직이면 생사의 끝까지 가야만 하는 무서운 진법이었다. 게다가 신검의 사이룡이 그 선두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의미는 그 진법의 선두의 무공능력에 따라서 그 진법도 똑같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빙요화는 그 진법의 무서움을 익히 들어 알았다. 그래서 섣불리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빙요화의 내심을 사이룡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대치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누가 이 싸움에 끼어든다면 이 상황은 깨지고 마는 것이다. 물안개가 거치고 시야가 탁 터질 때쯤이었다. 두두두두두……!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일단의 경장인들이 들이닥쳤다. 소림에서 은밀히 몸을 뺀 사천당가의 무리들이었다. 사이룡은 실색하며 소리쳤다. "비폭성류(飛瀑星流)를 펼치시오!" 사이룡의 말이 전달되기도 전에 사천당가의 기마가 그들에게 돌진하며 무수한 혈봉망(血蜂芒)을 쏘아냈다. 깃털같은 벌침. 그것은 검기를 뚫는 전형적인 암기다. 따라서 그 암기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 사이룡이 검막을 형성하라고 소리쳤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아아악!" 진형의 측면에 있던 모산의 장로들이 재빨리 검을 휘둘렀으나 그들 중 세 명이 혈봉망에 맞아 절명하였다. 사이룡은 쾌속무비하게 검을 휘두르며 모산의 장로에게 돌진하는 사천당가의 측면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만 있을 빙요화가 아니었다. 그녀의 발이 허공을 찼고 흰 손이 다시 번쩍였다. "조심하시오!" 천조육검이 악성을 터뜨리며 사이룡에게 쏘아가는 빙요화의 후면을 공격했다. 사천당가를 향해 공격하던 사이룡은 신형을 틀어 빙요화의 공격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빙요화는 자신의 후면을 공격하는 천조육검의 합공을 무시하고 사이룡을 계속 공격하였다. 한편, 천조육검과 대치하던 빙녀들이 천조육검을 그대로 놔둘 리 없었다. 그녀들은 일제히 신형을 뽑으며 쌍장을 휘둘렀다. 극한의 한빙장이 천조육검에 밀려갔고 빙요화를 공격하던 그들은 신형을 틀어 빙녀의 한빙장을 막아냈다. 꽈릉! 빙녀의 한빙장과 천조육검의 검기가 허공에서 격돌했다. 그러나 그 폭음에는 사이룡을 향해 발출한 빙요화의 음빙장(陰氷掌)과 사이룡의 일검경천(一劍莖天)의 격돌음도 포함되었다. "우악!" 사이룡이 선혈을 한 모금 토해냈고, 빙요화도 삼 장 밖으로 밀려나갔다. 빙요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이룡을 향해 다시 쌍장을 쳐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그냥 보고 있을 모산의 자허신니가 아니었다. "어린 계집! 나와 십합만 겨루자!" 자허신니는 신형을 날리며 공령십수(空靈十手)를 연달아 펼쳤다. 물론 그녀의 뒤를 이어 모산의 선녀들이 채대를 휘둘렀고 또한 모산의 장로들도 검을 휘둘렀다. 헌데, 그 순간 빙요화가 마치 그들이 두렵다는 듯이 쾌속하게 뒤로 신형을 뽑아냈다. 자허신니와 모산의 제자들은 공격하던 신형을 멈추고 의아했다. 한 수면 사이룡을 죽일 수 있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빙요화의 행동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기사 그들은 더 이상 빙요화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사천당가의 무리들이 마상에서 암기를 발출했으며, 빙요화는 그 다음의 행동에 따라 빈틈을 이용하여 재차 공격을 해올 것임이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천당가의 암기 뒤에서 빙요화의 신형이 번뜩였고 빙녀들이 일제히 한빙장을 다시 발출하였다. 순간, 사이룡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모두 성두비이(星斗飛移)를 펼치며 뒤로 후퇴하시오!" 자허신니를 비롯하여 모산의 제자들과 천조육검이 사이룡의 명에 따라 일제히 검을 휘두르며 뒤로 이동했다. 말이 이동이지 그들은 하나같이 십성의 공력으로 검을 휘두르며 유성이 흐르듯 뒤로 후퇴를 한 것이다. 만약에 그 누가 그 검진을 건드리거나 휩쓸리기라도 한다면 산산이 찢어져 참살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타타타탕! 사천당가들이 쏘아냈던 많은 암기들이 성두비이 검진에 막혀 우수수 떨어졌고, 빙녀들의 한빙장 공격도 역시 검류에 미끄러지며 무산되었다. 그뿐 아니라 사천당가의 무리들과 빙녀들이 검진의 기류에 타격을 받아 하나같이 십여 장 밖으로 밀려나 안색들이 창백하였다. 그리고 어느덧 빙요화는 그 공격선에서 벗어나 십 장 밖으로 물러나 있었다. 실로 무서운 검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이룡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모산파와 천조육검의 결과였다. 이때, 빙요화의 손이 번뜩였고 다시 공격을 하려던 사천당가의 무리들과 빙녀들이 일정한 포진을 형성하며 멈춰섰다. 빙요화 역시 성두비이 검진이 이렇듯 무서운 위력을 가졌다는 데에 놀랐는지 한동안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뒷짐을 지고 뒤로 후퇴하는 사이룡의 성두비이 검진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손갈퀴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이룡을 비롯하여 모산파와 천조육검은 관림을 벗어나 암벽에 관우상을 새긴 무성암(武聖岩)까지 후퇴하여 포진을 하였다. 물론 검진의 태두(泰斗) 자리는 사이룡이 맡고 있었으나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였다. 조금 전에 빙요화와 맞닥뜨린 사이룡의 내상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자가 천조육검의 맏형인 조운성이었다. "사소협, 괜찮습니까?" 안색이 파리해진 사이룡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약간 기가 흔들려서 그런 것 뿐입니다." "사소협, 내가 보기에 그냥 한빙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가 다른 암수를 쓰지 않았나 싶은데……." 조운성이 사이룡의 안색을 유심히 살폈다. 사이룡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파리해진 안색과는 달리 그의 입꼬리에 침이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후훗. 글쎄,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곧 나아질 겁니다. 제가 잠시만 운공조식을 할 동안 조대협께서 제 자리를 맡아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마음놓고 운공조식을 하십시오. 조운검문의 명예를 걸고 지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이룡은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아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그 순간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빙요화의 두 눈에 얼음장 같은 살기가 감돌았다. "당가의 우두머리는 어디 있는가?" 그녀의 냉랭한 부름에 사천당가 무리들 중에서 갈포경장을 한 사나이가 신형을 날려 그녀 앞에 내려섰다. "당가 사대호법의 당수룡입니다." "당가에 혈화개산뢰(血火開山雷)가 있다고 하던데……." "예, 있습니다만…… 그건……." 당수룡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혈화개산뢰는 그들이 자폭을 할 때 쓰이는 최후의 암기이자 뇌정탄(雷霆彈)이었다. 그러나 그게 빙요화에게 통할 리 만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 물론 아무런 감정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지만 보는 사람에겐 공포를 주기에 충분하였다. "빙요화께서 굳이 요구하신다면 쓰겠습니다." 당수룡은 벌레 씹은 얼굴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내 신호에 따라 무성암벽에 던져라." 당수룡이 수긍하기도 전에 그녀는 뒤쪽에 있는 빙녀에게 말을 이었다. "요빙아." "예, 궁주님." 빙요화의 부름에 한 빙녀가 날렵하게 그녀 앞에 부복했다. "네가 데리고 있는 사빙화(四氷花)의 미리빙옥수(彌離氷玉手)는 어느 정도냐?" 빙요화의 말에 요빙은 잠시 전신을 떨었다. 그녀의 질문엔 자신과 자신이 데리고 있는 수하의 목숨을 버리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미리빙옥수란 상대를 얼려 쪼개기 전에는 결코 멈출 수 없는 사공(邪功)이었다. 물론 상대를 죽인다면야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자신과 사빙화가 대적할 상대는 사이룡이라는 것이 뻔했다. 궁주인 빙요화도 단숨에 처치 못하는 그 자를……. 그러나 요빙은 얼른 안색을 고쳤다. 어느 안전이라고 머뭇거단 말인가. "저는 구성을 익혔고, 동생들은 칠성 가량 익혔습니다." "언제 어느 때에 누구를 공격하는가는 잘 알 것이다." 빙요화의 말은 그 뿐이었다. 요빙은 고개를 숙였고, 빙요화는 사이룡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어쩌면 네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요빙은 의아한 눈으로 빙요화를 올려다보았다. 2 "컥!" 운기조식을 하던 사이룡이 돌연 시뻘건 선혈을 토해냈다. 이때 사이룡을 호법하던 천조육검 중 막내가 질겁을 하며 사이룡의 명문혈을 치려고 했다. 순간, "아서라!" 조운성이 대갈했고 막내가 아차 싶은 얼굴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사이룡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내공을 주입시키려 했던 것이다. 일순간에 사이룡은 주화입마에 들어갈 뻔한 사실에 막내는 식은 땀을 흘렸다. 무공을 배우는 초보자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금 무림의 고수라 일컫는 조운검문의 검객이 그런 실수를 하려고 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이룡이 그들에게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들 그를 탓하지 않고 안도의 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러나 사이룡의 상태는 고약스럽게 변하였다. 처음엔 얼굴에 홍조를 띄워 상태가 호전되는가 싶었으나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감에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극음(極陰)에 의한 양기(陽氣)의 소멸증상이었다. 천조육검은 당황스런 얼굴로 자허신니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비록 속세를 떠난 그녀였지만 남자를 접해본 여인이며, 또한 그녀는 모산의 개조(開祖)인 삼모군(三茅君)의 의술을 이어받은 모산의 장문인이었다. 자허신니가 사이룡에게 다가서고, 천조육검이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사이룡이 입에서 게거품을 내뱉으며 뒤로 넘어가 버렸다. "허엇!" 자허신니가 다급히 사이룡의 장문혈을 찍었다. 순간 사이룡이 두 눈을 허옇게 까뒤집었다. 그리고 매우 고통스러운 듯 벌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허신니를 비롯하여 모두들 하얗게 탈색되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조운성이 자허신니에게 다급히 물어갔고 자허신니는 아미를 찡그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그러는 와중에 사이룡은 이제 심하게 몸을 비비꼬며 괴로워 했다. 결국 조운성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신니, 이러다가 사소협이 죽겠습니다." 그때서야 자허신니가 고개를 들며 뭔가 결심을 한 듯한 얼굴로 조운성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우리 모산파를 이끌고 빙요화를 막아주시오." "예?" 조운성은 놀란 눈으로 자허신니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빙요화를 이기려면 사소협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물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모두 사소협의 공입니다." "그렇다면 두 말 할 것 없소. 한 식경만 버티어 주시오." "그럼 미력하나마 제가 모산파를 지휘하겠습니다." 조운성이 승낙하자 자허신니가 앞에 포진을 하고 있던 모산 선녀들에게 소리쳤다. "모두들 치마를 벗어라!" 자허신니의 뜻밖의 명령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뭣들 하느냐? 내 말이 안들리느냐?" 자허신니의 호통소리에 선녀들이 어기적거리며 치마를 벗었다. 젊은 여인의 속살이 훤히 비치는 속옷 사이로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뭇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기 충분했다. 동문의 모산 장로들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고 천조육검은 무슨 끔찍한 것을 본 듯이 질겁을 하며 허공으로 눈길을 돌렸다. "선녀들은 치마를 펼쳐 사소협을 에워싸라! 그리고 천조육검과 장로들은 십 장 밖에서 검진을 펼치시오!" 자허신니는 명령을 내리며 사이룡의 등 뒤에 가부좌를 틀었다. 이어 선녀가 사이룡의 주위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치마로 둘러쳤을 때 자허신니는 사이룡의 윗도리를 벗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이룡의 독맥에 빠르게 타격을 가했다. "허억!" 사지를 비틀며 고통스러워 했던 사이룡이 탁한 숨을 쉬며 잠시 평온을 찾았다. "사소협, 잘들어요. 지금 사소협은 빙요화의 음빙장에 내상을 입었어요. 그냥 놔두면 중극혈(中極穴)이 터져 죽고 말아요. 이제 나의 제자들이 전음도양(顚陰倒陽)의 수법으로 소협을 고치려 해요." "잠깐, 전음도양이라고 했습니까?" "행여 거절할 생각을 말아요. 잘못하면 소협이 죽는 것은 물론 나의 제자들도 모두 죽고 말아요."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녀들은……." 사이룡은 실색을 하며 완강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자허신니가 혈도를 찍어 말을 잇지 못했다. 빙요화의 무표정한 얼굴에 눈꼬리가 치켜졌다. 비록 이십여 장의 거리였지만 그녀의 안력으로는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훤히 보였다. 치마에 둘러싸인 사이룡, 한눈에도 그가 여인들에게 치료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빙요화는 이제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는 당수룡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짓을 했다. 공격을 하라고. 휘이이익! 당수룡은 길게 휘파람을 불며 앞으로 쏘아갔다. 두두두두두……!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사천당가의 기마대들이 지축을 뒤흔들며 사이룡을 향해 돌진했다. 한편, 검진의 선두에 있던 조운성이 검을 꼬나들고 그들에게 돌진해오는 사천당가의 기마대를 보며 소리쳤다. "조운의 검수들은 선두로 달리는 기마의 다리를 노려라!" 순간 천조육검은 동시에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고 강편(鋼片)같은 검기가 당가의 기마대 선두를 향하여 날아갔다. 파파팍! 히히히히힝……! 그들에게 짓쳐오던 말의 무릎관절이 짤려나가며 선두의 말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어 뒤를 따르던 기마가 선두 기마가 고꾸라지자 그 말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와앗!" 사천당가의 기마대들이 허공으로 치솟았고, 그들은 허공에서 선회를 하며 땅에 착지했다. 그 순간, 천조육검이 그들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쐐액-! "으아아악!" 여섯 개의 검기가 단 한 사람을 노리고 쳐들어 갔고, 기세 좋은 사천당가의 기마인도 속수무책으로 그 자리에서 여섯 갈래로 갈라져 죽었다. 그리고 그 기세로 천조육검은 또 하나의 기마인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여섯 개의 강편같은 검기가 단 한 사람을 노리며 강렬하게 뻗어나갔다. "으아악!" 허공에서 중심을 잡고 땅에 떨어지던 당가의 기마인은 그렇게 천조육검의 합검에 세 명이 졸지에 죽어 나갔다. 한 마디로 적절한 살인수단이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돌진하던 당가의 기마대들은 천조육검을 뛰어 넘어 그대로 사이룡을 향하여 돌진했고, 그들은 그대로 일제히 뇌정탄을 던졌다. 천조육검 뒤에 있던 모산의 장로들은 아연실색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 "으아아아악!" 당가의 기마대들이 또다시 선혈을 뿌리며 갈기갈기 갈라져 죽었다. 그러나 당가의 기마대들이 던진 뇌정탄은 사이룡이 있는 뒤쪽 무성암 암벽에 작열하고 말았다. 꽈르르릉! 천지개벽할 폭음과 함께 무성암이 빠개지며 돌가루를 우박처럼 뿌려댔다. "우우웃!" 천조육검과 모산의 장로들이 검을 휘두르며 머리에 떨어지는 돌우박을 튕겨냈다. 그 순간, 빙요화와 빙녀들이 돌우박을 뚫고 검진으로 들어섰다. "으아악!" 어느덧 빙요화의 손에 천조육검 중 선두에 섰던 조운성이 가슴에 심한 내상을 입은채 죽은 것이다. "큰형님이 다치셨다!" 누가 소리를 쳤는지 몰라도 그들의 검진은 단 한 순간에 와해되었다. 그러나 천조육검 하나하나가 강호무림의 절정의 고수들이라 그렇게 쉽게 당하고만 있을 그들이 아니었다. "오귀휘차(五鬼揮叉)를 펼쳐라!" 누군가가 소리쳤고, 그것은 나머지 형제들이 펼칠 아주 적절한 검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빙요화를 상대하며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으아악!" "아악!" 모산의 장로들 역시 당가의 기마대와 빙녀들에게 포위된 채 피튀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밖의 피터지는 처절한 싸움과는 달리 선녀들이 펼친 치마 안에서는 생사를 가늠하는 춘분(春粉)이 가득했다. 사이룡은 완전 나체로 드러누워 있었고 그의 하복부 위에 모산 선녀 하나가 걸터앉아 있었다. 비록 속치마로 아랫도리를 가렸지만 그녀의 은밀한 곳과 사이룡의 낭심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이룡을 걸터앉은 선녀는 앞선 두 번의 선녀 다음으로 세 번째로 전음도양을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룡의 머리맡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자허신니는 밖의 상황을 모르는 듯 경문을 읽듯 엄숙하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의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이 둥글기 때문이고, 한 해가 열 두 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람의 머리가 한 자(尺) 두 치(寸)인 것이며, 양(陽)은 오(五)로 성립이 되기 때문에 이마의 넓이는 다섯 치라는 것이다. 알겠느냐?" 자허신니는 사이룡에게 전음도양 이전의 천지인(天地人)의 기본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장(五臟)은 오행(五行), 팔 다리는 사계절, 아홉 개 구멍은 구분(九分), 하늘을 중앙과 8방, 눈은 해와 달, 간(肝)은 인(仁), 폐는 의(義), 심장은 예(禮), 신장은 지(智), 비장은 신(信)에 해당 된다." 그녀는 사이룡이 그걸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만 여인과의 교접에서 신기를 흐트릴까봐 다시 주지시키는 것이었다. 사실 자신의 양물을 여인의 비소 속에 넣고 평상심을 찾는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혈관에 가득한 음탕한 기운을 자신의 양물을 통하여 여인에게 흥분하지 않고 건네준다는 것은 목석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아니고서야 불가한 일이었다. 따라서 사이룡은 자신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졌고, 비록 처녀의 몸이지만 선녀 역시 견디기 어려웠다.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고통과 그에 따르는 흥분도 문제였다. 순간, 자허신니의 음성은 호통에 가까워졌다. "천도(天道)는 인도(人道), 하늘과 인간과 땅은 수직구조이다. 따라서 전음도양은 수직구조이다. 그대는 하늘의 것을 여인을 통하여 되돌려 주는 것뿐이다." 그 순간이었다. "우웃!" 사이룡의 입에서 탁한 숨이 터져 나왔고, 그를 올라탄 선녀의 몸이 활처럼 뒤로 휘어졌다. 드디어 사이룡이 자신의 혈관 속에 있던 극맹의 음기를 양물을 통하여 쏘아냈고, 선녀는 그 음기를 한껏 빨아들이고 있었다. 자허신니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허나 이때, "으아악!" 치마를 펼쳐 둘러싸고 있던 선녀 하나가 등짝이 바스라지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소협을 안고 뒤로 물러나라!" 자허신니가 죽은 선녀의 자리로 신형을 날리며 소리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자리에 빙요화가 두 손을 내려뜨리고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자허신니는 지팡이를 땅에 박듯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선녀들은 채운환영무(彩雲幻影舞)를 펼쳐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미 벗었던 치마를 허공에 뿌려댔다. 채운환영무가 아니라 상운환영무, 즉 치마구름의 춤바람이 하늘을 온통 덮었다. 그러나 빙요화는 그 춤바람을 타고 비상하듯 그 속으로 번쩍 뛰어들고 있었다. 한편, 사이룡을 걸터앉은 선녀는 사이룡을 안고 뇌정탄으로 돌조각 무덤이 된 무성암벽 앞까지 후퇴를 했다. 그리고 커다란 돌무덤 뒤에다 사이룡을 눕혔다. 아직까지 회복이 안된 사이룡의 입술에다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앞뒤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하기는 이미 남들이 보는 앞에서 처녀를 바친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로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있을 수 없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