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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홀아비 등 긁어준 김에 데리고 살아라.
난 내가 아버지 딸이라고 이런 대접 받을 때도 있구나 싶어, 기분이 으쓱해졌다. 그들이 물러가자 여자애는 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예쁜 것도 피곤하구나.'
하고 생각하며 잠시 그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가가서,
"핸드폰 빌려 줘요?"
하고 물었다. 그 애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보더니,
"매니저가 전화를 안 받아요. 부모님은 여행가셨구요."
했다.
"저번에랑 같은 매니저예요?"
"네."
"그 일을 당해 놓고 매니저 해고 안 했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해고할 수 있는 매니저가 아니예요. 제가 속한 기획사에서 임명했기 때문에. 매니저 바꿔 달라곤 했는데."
긴장이 풀렸서 그랬는지 맨 살에 닿는 바람에 추위를 느꼈다.
"일단 어디 들어가 앉지요. 나 따라와요."
걸을 때마다 꼬리뼈가 욱씬거리는 게 심상찮았다. 부러졌거나 금이라도 갔으면 어쩌나 싶었다. 의사 앞에서 꼬리뼈를 엉거주춤 내밀고 진찰 받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웠다. 꼬리뼈에 금이 가면 깁스는 또 어떻게 할까?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켜고 소파에 조심해서 엉덩일 걸쳤다. 그 애도 들어와 맞은 편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여기 사장실 아녜요?"
하고 물었다.
"사장님 지금 파티 하느라 여기 안 와요. 이럴 때 사장실 이용해 보는 거죠."
"방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그 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여기서 비서했어요, 얼마 전까지."
"네에."
하고 웃는 그 애의 얼굴이 어느 새 밝았다. 그러나 눈 밑에 멍이 보였다.
"눈 밑에 멍 들었어요. 아까 그 놈이 엄청 세게 때렸나 보네."
그 앤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들여다 보더니, 거기를 손으로 한 번 쓱 문지르고,
"화장 더 두껍게 하면 안 보일 거예요."
했다. 뜻밖에도 의연했다.
"이렇게 자주 위험해서 어떻게 모델해요?"
내가 볼 때마다 이런데 안 본 건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매니저가 나빠요. 그런 유혹이 들어오면, 거절해야 하는데. 이번엔 확실히 바꿀 거예요. 그리고 자주 위험한 건 아니예요. 이번이 두 번짼데, 신기하게도 유대리님이 다 도와 주셨네요."
하고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 보았다.
"대단한 우연이네요."
하곤 난 피곤해서 조심스럽게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아까 넘어지신 데 괜찮으세요?"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견딜만 해요. 얼굴 찜질하게 얼음 좀 줄까요?"
눈을 뜨지 못한 채로 물었다.
"저도 괜찮아요."
그 대답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한참을 아주 편하게 잤다. 눈을 떠 보니 주위는 깜깜했고, 나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여기가 사장실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일어나 앉았다. 숄을 덮고 잔 모양인지 몸에 걸쳐 있다.
"깨셨어요?"
앞을 바라보니 그 애가 앉아 있었다.
"왜 불이 꺼졌어요?"
그 애는 일어나 벽으로 가서 스위치를 눌렀다.
"주무시는데 환하면 방해될 것 같아서요."
하고 빙긋 웃는데 참 미인이었다.
"앉아서 잠든 것 같은데......"
"주무시다 옆으로 쓰러지시길래, 제가 다리만 올려 드렸어요."
세시 이십분이다.
"나한테 전화 안왔나요?"
회장님이 찾지 않았나 싶어 물었다.
"핸드폰이 두 번 울렸는데, 받진 않았어요."
회장님이 찾아서 온 전환가 싶어 폴더를 펴 보았다. 음성 메시지가 하나 있다. 들어봤더니, 선배님이 연회 잘 끝나고 가는데 전화해도 안 받아 곤히 자는 것 같아 그냥 간다고 했다. 회장님 얘기가 없어서 안심했다. 정신이 들게끔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
"차 있어요?"
"매니저 차 타고 왔어요."
"가요. 집까지 태워다 줄께요."
밖으로 나오니 사방이 적막했고, 불빛이 있는 창문도 적었다. 욱씬거리는 건 덜 했지만 꼬리뼈 있는 데가 묵지근했다. 금이 간 건 아닌 모양이다. 파스라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꼬리뼈에 파스를 붙이게 되다니.
차에 올라 정문을 지났다.
"저, 아까 뒤에서 보니까, 드레스 뒤에 풀물이 들었어요. 이제 못 입으실텐데. 제가 변상해 드릴께요."
"드레스 많아요. 괜찮아요."
이 애와 자꾸 연결되는 게 귀찮아서 사양했다. 하지만 속으론, 그 중에 어울리는 드레스였는데 하고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디 거예요? 샤넬?"
명품에 밝은지 정확하게 맞췄다. 난 대꾸하지 않고 사이드 브레이크 뒤의 박스에서 '페레로 로셰'를 한 줌 집어 그애에게 주었다. 크기가 한 입거리는 되기 때문에 말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그 애는 좋아하며 금박 껍질을 벗기더니, 대뜸 내 입에 대 주었다. 예상 못했던 일이라, 얼결에 받아 먹었다. 그리고 자신도 하나 까서 알사탕 먹듯 공중에 던져 재주 좋게 입으로 받아 먹었다.
"대리님도 이거 좋아 하세요? 저도 초콜렛 중에 이걸 젤 좋아해요. 다른 것들은 너무 단데다 씹는 맛이 없어 허전한데, 로셰는 씹는 맛이 있고, 오돌도돌해서 입안 자극도 되고, 고소해서 덜 달거든요. 그리고 한알, 한알 껍질을 싼 게 정성스럽게 보이고 껍질 자체도 예뻐요."
로셰가 그 애 입엔 작은 모양이었다. 아까 그런 위험한 지경에 빠졌던 애라는 생각이 안들게끔, 멀쩡하게 수다를 떨었다. 갑자기 하하핫 웃더니,
"아까 대리님 재미있었어요. 세일러 문이라고 그 인간이 그랬더니, 난 선원이 아니라, 여기 직원이라고 하신거, 농담하신거예요, 아님 정말 세일러 문을 모르시는 거예요?"
하고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세일러가 이 곳에선 다른 의미로 통용되나 싶어 물었다.
"세일러가 선원 아녜요? 그리고 문은 성씨 같은데. 아니 영어 의미로 달인가? 뭐 특별한 뜻이 있어요?"
"<달의 요정 세일러 문>을 모르시는군요. 텔레비젼에서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일본 만화예요. 세일러 문은 주인공인 여자애의 이름이구요. 그애가 달의 요정으로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인데, 아까 대리님이 저 구하겠다며 하신 말씀이 세일러 문 대사랑 비슷해서 그 놈들이 그렇게 말한 거예요."
"그래요?"
모르면 나같이 말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걸 가지고 재미있어 하나 싶었다.
"제가 비디오 테잎 가져다 보여드릴께요. 재미있어요."
언제 또 만나겠다고 비디오 테잎인가 싶어 나는 픽 웃었다.
"절 두 번이나 구해 주셨는데, 이번엔 감사 표시할 기회를 주실 거죠?"
'또 시작이군.'
진력이 나려고 했다.
"아직 바쁜 일 안 끝났어요."
"매번 거절하시기만 하니까, 이젠 바쁘다는 말이 안 믿겨져요."
나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애는 앞을 보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런 끔찍한 일에서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았는데, 대리님이라면 그냥 있으면 맘 편하시겠어요?"
"나, 낯선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해요."
사실대로 냉정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그 애는 고개를 숙이더니,
"전, 저번 일에 제가 사례를 드리지 않아서, 이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 두 번 그런 위험한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유대리님이 두 번 다 구해 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감사드리지 않으면, 또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그러니 이번에 끝내게 해 주세요. 그런 일 또 당할까봐 겁나요."
어이가 없었다. 마치 나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는 식이었다. 뭔가 대꾸를 해야겠는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한동안 말이 없으니까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제 말에 기분 나쁘셨어요?"
한다.
"아뇨, 이 상황에 맞는 속담이 있는데 생각이 안 나서요."
내가 속담 생각에 골몰해 느릿하게 대답하자,
"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까, 보따리 내 놓으란다.', 아녜요?"
했다. 아, 하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까,
" '홀아비 등 긁어준 김에 데리고 살아라.' 라는 속담은 모르시나요?"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담이나 사자성어 섞어쓰길 좋아하는 나였기에, 처음 들어보는 속담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속담이 있나요? 무슨 뜻이죠?"
"있고 말고요. 이왕 도와준 거 끝까지 도와주라는 뜻인데, 생긴지 얼마 안되서 모르실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명한 서미현이란 방송인이 방금 지어냈으니."
나는 웃었다. 안되겠다 싶어,
"언제 만나요?"
하고 물었다.
"허락하신 거예요?"
방금까지 엄숙했던 애가 돌변해서 반색을 했다.
"재밌는 속담을 가르쳐 줬으니, 보답해야죠."
"다음 주에 스케줄 없는 날이 수요일, 토요일이거든요."
"수요일 저녁 다섯시에 강남에 있는 레스토랑 <디아나>요."
나는 네가 모르는 곳이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심정으로 일방적으로 정했다.
"거기 알아요. 이탈리아 식당인데, 파스타 맛있잖아요. 점심 굶고 오세요. 제가 거하게 낼께요."
하고 즐겁게 말했다.
"거기 자주가세요?"
"가끔요."
"저도 가끔 가는 편이예요. 거긴 방이 있어 편해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친구 만나서 편하게 놀 수 있거든요. 어쩜 대리님이랑 우연히 스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신기하다."
귀국해서 단 두 번 갔는데 언제 스치기나 했을까 싶었다.
"저번에 여기 앉았을 땐, 속옷만 입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그 때 생각하면 좀 부끄러워요."
허벅지에 엉덩이에 팬티까지 보일 정도로 쭈그리고 앉아서 울던 모습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그애는 좀 풀이 죽어서,
"저, 이상하거나 지저분한 애 아니예요.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하고 변명했다.
"그런 생각한 거 아니예요."
난 달래듯 얘기했다. 그 앤 대답이 없다가,
"저, 아까 그 사람한테 보여주신 명함 저 주실래요?"
했다. 난 주기 싫었다.
"하나 밖에 없는 명함인데......."
"제가 전화 번호 아는 거 싫으세요? 하지만 대리님 전화 번호 알아요. 011-***-****, 맞죠?"
내가 놀라서 보았더니,
"그날 밤 저한테 빌려주셨을 때 외웠죠. 전화드리려다 바쁘시다길래 저한테 전화 주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 경황으로 핸드폰 번호를 외웠다니, 내가 쉽게 뿌리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손으로 핸드백을 열고 명함을 찾아 그 애에게 주었다. 두 손으로 받더니 소리내어 읽었다.
"<시대물산> 경영기획실 대리 유홍주."
"실력이 좋으신가봐요. 전 회사는 잘 모르지만, 경영기획실은 중요한 부서라서 인재만 배치한다고 들었거든요."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가끔씩 오판을 해서 겉만 번지르한 날나리를 집어넣을 때도 있어요."
"날나리로 안 보이시는데요. 아참, 아까 그 사람들이랑 이사한테 뭐라고 하셨길래, 절 놔 줬어요? 저 있는데까지 잘 안 들렸어요."
궁금증에 눈을 빛내며 나를 보았다.
"내가 여기 사장님 딸인데, 내 말 안들으면, 낼 아침에 잘라버리겠다고 했어요."
"이야! 멋있어요. 고마워요, 대리님."
그 애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세한도> 7. 스타의 꿈
7. 스타의 꿈.
현관이 바티칸 궁전이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처럼 희고 둥근 기둥들로 세워진 식당에 다섯시 정각에 도착했다. 서미현은 이미 와서 홀에 앉아 있었다. 멀리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들더니,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 다가가자 일어나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말 오셨네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외출이어서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얼굴은 가까이서 보니 많이 달라 보였다. 얘가 아는 척을 안했다면 오늘도 못 알아봤을 것 같았다. 십대나 지났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 보였다.
“아, 네.”
나도 맞받아 꾸벅 인사했다.
“어디, 방으로 들어갈까요?”
저번에, 여기엔 방이 있어 이목을 피해 친구들과 편하게 놀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 물었다.
“방이 좋으세요? 전 여기 괜찮은데......”
“그럼 여기 앉아요.”
웬 변덕이냐 싶었다.
“오시는데 차 막히지 않았어요?”
“회사가 역삼동이라서 가까워요.”
“네에.”
생긋 웃는게, CF용 웃음이다. 저런 인공적인 웃음은 안 웃느니만 못하다.
“저녁 안 드셨죠? 제가 맛있는거 사 드릴께요.”
“언제든 상관없이 난 아주 잘 먹고 많이 먹어요.”
‘그렇게 신세 갚고 싶어 하더니 어디 오늘 원없이 돈 좀 써 봐라.’
나는 메뉴에서 어렵지 않게 음식들을 골랐다.
그애가 손을 들어 종업원이 왔는데, 옆에 정장을 한 남자가 같이 왔다.
“안녕하세요, 서미현씨. 한 달만에 오셨네요. ”
어조가 친근하다.
“아, 지배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요즘 좀 바빴어요.”
“출연하시는 드라마 녹화해서 잘 보고 있습니다.”
“녹화까지 해서 보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불편하시거나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고 즐겁게 지내십시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종업원에게 주문 잘 받아드리라고 말하고 갔다.
“먹고 싶은대로 다 불러도 되죠?”
“네, 뭐든지요.”
제일 비싼 파스타와 치즈 피자, 라비올리, 새우 샐러드, 열대 과일 주스, 아이스크림, 살레모 칵테일을 한꺼번에 가져오지 말고 순서대로 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좀 웃었고, 그 애는 눈이 동그래져 나를 보고 있더니 치즈 파스타를 먹겠다고 했다. 종업원이 가자,
“이태리 음식을 좋아하시나 봐요.”
했다.
저번 약속 정하던 날 이 식당을 말한 건 이태리 음식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여기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한다기보다, 워낙 비싸니까 내 돈으로 사 먹긴 아깝고, 사 준다고 할 때 먹고 싶었던 거 다 먹어보려고요.”
내기 짓궂은 심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아, 그러시면 제가 또 언제든 사 드릴께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하는 품이 빈말은 아닌 것 같았다.
“돈 많은가봐요. 하긴 요즘 돈은 다 엔테터이너나 스포츠 스타들한테 모인다데요.”
하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 ,
“저, 서미현씨죠? 광고 모델하시고, 탤런트하시는.”
하고 망설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그애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와, 안녕하세요? 신기하네요. 이렇게 직접 보다니. 저 서미현씨 팬이예요. 서미현 씨가 여기 단골이라고 해서 자주 왔는데, 드디어 오늘 만났어요. 제가 미현씨 나오는 광고는 다 녹화해서 보고, 드라마도 빠지지 않고 봅니다. 직접 보니까 더 예쁘시네요. 영광......영광입니다.”
그는 얼굴이 벌개져서, 더 이상의 찬사를 찾고 싶어했으나 잘 생각이 안 나는 모양으로 어쩔 줄 몰라했다.
“예, 고맙습니다.”
많이 겪어 본 듯 침착했다.
“아, 어떡하지. ”
그 남자는 이 행운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더니, 자신의 다이어리를 내밀고 사인을 해 달라고 했다. 그의 이름을 묻고 다이어리에 이름을 써서 정성껏 사인해 주었다. 그는 물러가기 아쉬운 듯 우물거리며 뭔가 말을 할듯 말듯하다 인사를 몇번이나 하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나는 조소를 머금었다.
“유명하신가봐요. 서미현씨”
좀 빈정거리는 투가 되었다.
“아, 죄송해요. 성가시시면 방으로 옮겨가요.”
그러나 방에서 이 애랑 둘이만 있기도 어색할 것 같아 그냥 있자고 했다. 이 바람에 잠시 말이 없는데, 종업원이 샐러드를 가져왔다. 두 개가 왔는데, 하나는 아까 그 지배인이 미현에게 주는 거라고 했다.
“유명하니까, 좋네요.”
‘네, 이런 건 좋아요.“
“고맙게 잘 먹을께요.”
인사를 하고 드레싱을 하고 포크를 들었다.
“여긴 연예인들이 꽤 와요. 연예인이 단골이라고 소문이 나면 젊은 손님들이 많이 오니까, 일부러 매니저들한테 광고하고, 다양한 혜택이 있는 멤버쉽 카드도 만들어 줘요.”
“아아. 그렇군요.”
나는 샐러드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뭐 여쭤봐도 되요?”
“네”
“저보다 나이 많으시죠?”
“그렇게 보여요?”
나는 장난으로,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그 애는 미안했는지,
“아뇨, 저, 시대 물산에 대리 직급쯤 되시면......”
변명하듯 말했다.
“서미현씬 몇 살이예요?”
“전 스무살이예요. 대학 떨어져서 재수하고 있어요.”
묻지도 않은 사실까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서른 한 살이예요.”
그 애는 포크를 접시에 꽂은 채 나를 보았다.
“정말요?”
고개를 끄덕였다.
“전, 외모로 보면 스물 여섯, 일곱쯤 되셨겠다 싶은데, 직급을 생각해 보면 더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
사람들은 서른만 넘으면 무슨 중늙은이로 생각한다.
“고마워요. ”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뭐 사실 나도 서른 넘은 후론 허송 세월 하며 늙어가는 것 같아 초조해 있던 차였으니까.
“그러시면 당연히 저한테 말씀 놓으셔야죠. 그것 때문에 여쭤 봤어요. 지금부터 말씀 놓으세요.”
나는 얘가 언제 또 날 볼 거라고 말을 놓으라나 싶었다.
“아뇨, 어차피 서로 성인이고 친척도 아닌데, 그리고 언제 또 만날 거라고 말을 놓겠어요.”
“예? 저 또 안만나실거예요?”
“만날 일이 또 생기면 안 되죠.”
“꼭 그런 일로만 만나나요? 전 또 만날 건데요?”
작년부터 편하지도 않고 알맹이 없는 얘기를 주고 받는 소모적인 인간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이십대 초반엔 이반이든 일반이든 많이 만나 즐기고 그 중에 연인도 만들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런 만남 중에 만족감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고, 이젠 그런 관계가 귀찮기만 한 것이었다. 쓸쓸한 것도 힘들지만 맘 속으로 허탈함만 느끼면서 겉으로 웃고 떠들어야 하는 일은 지쳤다. 아주 아주 어쩌다 동성애가 화제에 오르기라도 하면 더 괴로웠다. 처음엔 은근히 기대하고, 잠자코 듣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하나같이, 혐오스럽고 문란한 것들이고 그 따위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들 뿐이었다. 그들 중에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동성애자를 겪어보거나 해악이라도 당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어쩌다 하나가 사랑하는 대상이 다른 것 뿐, 그 외엔 우리하고 뭐가 다르겠느냐고 좀 옹호 발언을 하면 너 혹시? 하고 하고 의심이나 놀림이 가득 찬 눈길들만 받을 뿐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난 주눅들고, 내 자신이 수치스러워지곤 했다. 동시에 자신들이 겪는 입장이 아니라고 조그만치의 배려나 고려도 없이, 매도해 버리거나 심지어 조롱하기를 즐기는 그 인간들이 더 혐오스러웠다. 기득권자, 절대다수자들의 편견, 무례함 앞에서 난 아뭇소리도 못하고 오히려 내가 이반이란 것이 표라도 날까봐, 최소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들이 몰이해하다면 나는 어쩔 수 없는 겁장이였다. 가끔 가다 내놓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이반들은 내 눈엔 독립 투사처럼 보였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말 놓을께요.”
“저어, 오렌지 링클 크림 모델, 서미현씨죠?”
고개를 돌려봤더니 이번엔 그 애 나이 또래 여자애들 둘이었다. 그 애는 또 미소지으며 시인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팬들의 말에 몇 마디 답해주고 이름을 묻고 하나씩 사인을 해 주었다. 그동안 나는 샐러드를 다 먹었다.
“자꾸 실례를 하게 되네요.”
“실례는요.”
하는데 종업원이 파스타를 놓고 샐러드 접시를 가져 갔다. 내 파스타를 뒤적거리는데, 그 애가 눈길을 주며 말했다.
“쇠고기 파스타죠? 맛있겠다.”
“네, 생선보단 육류가 좋아요.”
말하는 품이 내 걸 먹어 보고 싶다는 투였으나, 난 그렇게만 말하고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다.
“전, 파스타건 피자건 치즈가 많이 들어간게 좋거든요. 맛있어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하며 제 그릇을 내 쪽으로 밀었다.
“난, 나 먹는 건 남 안 주지만, 남이 주는 건 사양 안해요. 후회 안 하죠?”
그애는 활짝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네.”
했다.
너무 양이 적어서 2인분은 먹어야 허기를 면할 듯한 파스타를 포크로 감아 돌려 거의 3분의 1을 가져왔다.
“맛있네요. 다음 번엔 치즈와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를 찾아 먹어야겠어요.”
가져온 치즈 파스타를 한 입에 넣고 입이 미어져라 먹으며 말했다.
“제가 찾아서 사드릴께요.”
내가 먹는 걸 보고 웃으며 말했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몇번 만나지도 않은 사이에, 말끝마다 친한 척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파스타가 끝나자 피자가 왔고, 그 다음으로 라비올리가 왔다. 쉬어가며 먹었지만 라비올리를 먹고 난 후엔 더 먹으면 위가 찢어지거나, 위에서 섞인 음식들이 역류해 입 안에 가득 차게 될 지도 몰랐다. 그 징조인지 목구멍까지 이탈리아 음식 특유의 냄새가 꼬르륵거리며 올라왔다. 이렇게 바보짓을 한 것이 후회되었다. 앞으로 한 3년 동안은 이탈리아 음식은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먹는 동안에도 두 차례나 더 사인을 받으러 왔다. 유명하긴 유명한 모양이었다. 아이스크림이 와서 그걸 입에 넣고 목구멍을 진정시켰다. 그 앤 자신 몫의 파스타와 아이스크림을 이미 먹은 뒤여서 내가 먹는 것을 보고 있었다. 심심치는 않을 것이 그 엄청난 양의 음식을 다 먹는 쇼를 구경한데다,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쳐다보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의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대 그룹에 입사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사개월 거의 됐어요.”
“그거 밖에 안되셨어요? <씨네 시대> 사장님 비서도 하셨다면서요.”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뜨끔했다.
“비서는 임시로 한 달 한 거예요.”
“그 전엔 다른 회사에 계셨나요?”
“아뇨, 백수였어요. 놀고 먹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왜 취직을 하셨어요?”
무슨 취조당하는 기분이었지만 좀 있으면 나올 계산서를 생각해서 나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 한 대답해 주기로 했다.
“내가 백수로 지내며 기생하던 사람이 이젠 못 참겠으니 갚으라고 해서요. 굉장히 힘드네요.”
“갚아야 할 돈이 많아요?”
“거지로 살지 않는 이상 평생을 저당잡혔다고 봐야죠.”
“아, 네, 그래서 늘 바쁘시군요.”
거짓말은 아니지만, 장난이 섞인 대답을 진지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모양이 귀여웠다.
“그래도 경력도 없이 대리로 입사하셨다면 학벌이 좋으신가 봐요.”
“경영 대학원 나왔어요.”
“경영 대학원요. 전, 대학에 합격한 사람들 보면 무조건 다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한 번 떨어져 놓고 보니 대학문이 하늘에 달린 것 같이 생각되서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올핸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나같은 날나리도 다녔는데요.”
“날나리라뇨. 저번에도 그러시더니. 제 주변에 날나리 많은데, 대리님은 전혀 그 쪽같이 안 보이는데요. ”
“대학은 엉터리로 들어가고, 대학원 과정 열심히 공부한 거 빼면 8년 이상을 신나게 놀았어요. 할 짓, 못할 짓 다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그런 걸 밥버러지라고 하데요.”
“안 믿겨져요. 제 눈엔 지적인 엘리트 사원으로 보이는데요.”
그 칭찬에 난 얼굴이 뜨거워서 화제를 돌렸다.
“뭘 전공할 거예요?”
“작년까진 역사에 관심 있어서 고집 부리고 사학과를 모두 지원했는데, 고2 때부터 연예 활동하다보니 성적이 나빠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제 진로와 관련있는 연극영상학부에 지원하려고요.”
“네에.”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꽤 유명한가봐요.”
“CF 몇 개 찍고, 영화 한편 출연했고, 현재 주말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으니까요.”
그 애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못 알아보니까 기분 나쁘지 않아요?”
“아뇨. 기분 나쁘진 않구요,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나를 이렇게나 모르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 신기했어요. 실은 지금 방에 안 들어가고 홀에 앉은 것도 제가 얼마나 유명한지 보여드리려구요.”
미소지으며 말하는 게 밉지 않아 난 웃음을 터뜨렸다.
“저번에 처음 대리님 차 얻어 탔을 때, 저 아시느냐고 물었던 거 기억하세요?”
“그럼요.”
“전, 당연히 내 얼굴을 알아봤을 텐데, 어쩌나, 이제 막 시작인데, 소문나면 연예 생활 끝나는 거 아닌가 하고 너무 걱정돼서 제발 비밀에 부쳐 달라고 부탁드리려고 그랬던 거예요.”
“난 우리가 어디서 개인적으로 만난 사인 줄 알았어요.”
나는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TV를 안 보세요?”
“네.”
“TV는 바보 상자다, 그런 생각하세요?”
“아뇨, 연예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 연예인한테 기분 나쁜 일을 당하셨거나, 행실이 좋지 않은 연예인을 보신 모양이군요.”
“네.”
“다,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아는 연예인은 거의 다 그래요.”
내가 냉정하게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누굴 아세요?”
나는 고개를 흔들고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을 떠 먹었다. 그러자 그 애는 흐트러졌던 자세를 바르게 갖추고 곧게 앉아서는
“그럼 제가 약속드릴께요. 저 서미현은 항상 깨끗하고 떳떳한 생활을 해서 연예인의 모범을 대리님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은 순수한 애로구나 생각했다.
“계속 연예 생활할 거예요?”
“네. 저 실은 여섯 살 때부터 CF 모델하고 영화 출연도 했어요. 여덟살 때까지.”
“아아, 그랬군요.”
“집안 사정으로 활동 못하다가 잡지 모델부터 시작해서 열 여덟살 때, 대리님 다니시는 시대그룹에서 개최한 <씨네시대> 엔터테이너 선발 대회에서 입상해서요, 지금 <씨네시대> 산하 기획사에 소속돼 있어요. <씨네시대>가 제 은인이죠. 제 관리를 잘해 주셔서 CF 모델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니까요. 더욱이 올 오월부터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드라마 출연까지 하고.”
“제가 나오는 드라마가 토요일, 일요일 저녁 7시 50분부터 DBC 방송에서 하거든요. 제목은 윤동주님 시집의 제목과 같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예요. 하늘, 바람, 별, 시가 등장하는 형제들 이름이구요, 제가 반항 기질이 있는 막내인 시로 나와요. 시청율 3위예요. 저, 정말 잘할 테니까, 한 번 봐 주세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인이 싫긴 하지만 요즘은 너무 심심하다.
“열심히 해요.”
“제 연예 생활의 목표는 두 가지예요. 소박한 목표 하나, 최후의 거대한 목표 하나.”
이 순진한 어린 아이의 목표가 궁금했다.
“뭐예요?”
“소박한 목표는, 아, 대리님은 모르시겠네요. 이민 오빠.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 배우 겸 탤런튼데요. 너무 멋있어요. 대리님도 보시면 반하실 텐데. 쌍꺼풀 있는 큰 눈에 가무잡잡하고 갸름한 얼굴, 도톰한 입술로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해요. 같은 프로에 나온 적도 없는데, 운이 좋아서 네 번이나 우연히 만나 얘기해 보았는데, 그런 스타면서도 겸손하고 순수해요. 그 오빠랑 드라마나 영화에 연인 사이로 출연하는 거예요. 그러다 오빠가 정말 절 좋아하게 되면 황홀하죠.”
그렇게 말하는 그 애는 천상 사춘기 소녀처럼 달떠 보여서 나는 웃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래요.”
“고마워요, 대리님.”
생각만 해도 좋은지 두 손을 모아 잡고 눈을 빛냈다. 내가 잠시 웃으며 기다려 주었더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큰 목표는 한국에서 3년 내로 영화 배우로 성공해서 한국 영화계를 석권하고, 헐리웃에 진출해서 성공하고 싶어요. 재미 영화 배우 제니 김 아시죠?”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는 눈치를 못채고 내처 말했다.
“아아, 모르시겠네요. TV를 안 보신다니까. 그분은 무명 상태에서 헐리웃으로 가셔서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하시고, 헐리웃 유명 배우들과 동등한 대접 받는 한국 출신 배운데요, 전 그 분처럼 될 거예요. 그 분을 가장 존경해요.”
난 칵테일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리고 의자에 파묻히듯 뒤로 기대었다.
“실은 저, 그분이랑 일곱 살 때 영화 찍었어요. 제가 그 분 딸 역할이었는데, 절 많이 귀여워해 주셨어요. 그 유명한 배우가 모국에서 영화 찍는다고 연일 촬영장에 기자들이 몰려 와서 난리가 났었어요. 그런데 제작 후원자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완성된 영화를 개봉도 하지 않고 폐기 처분해 버렸대요. 저희 부모님이나 감독님, 스텝분들이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대요. 그 때가 뜰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까워요. 정말 아름다운 분이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마흔은 넘으셨을 텐데, 전 서른 살이던 저희 엄마보다 젊은 줄 알았어요. 지금은 은거 중이시라대요. 꼭 뵙고 싶어요.”
“그만 가야겠어요.”
나는 상반신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자기 얘기에 도취되어 있던 그애는 갑작스런 내 태도에 놀랐는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다 보았다.
“어디 편찮으세요?”
“아뇨. 서미현씬 어떻게 가죠?”
“전 매니저가 저 쪽에 기다리고 있어요.”
당황한 얼굴로 내 뒤 쪽을 가리켰다.
“그래요. 오늘 고마웠어요. 먼저 갈께요.”
그애에게 목례를 하고 <디아나>를 나왔다.
<세한도> 8. 제니 김
8. 제니 김.
칵테일이라도 단숨에 마셔서 그런지, 좀 어지러웠다. 차에 들어가서 의자를 뒤로 빼고 완전히 젖히고 누웠다. 피시시 웃음이 나왔다.
‘순수하게 살아 모범을 보이겠다면서 제니 김을 가장 존경하고, 그 여자처럼 되는 게 최대 목표라고? 지금은 몰라도 너도 머지 않았구나.’
제니 김은 나의 생모다. 아버지가 미국 유학 가자마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완전히 빠져서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사랑하는 여자. 회장님과의 반목을 무릎쓰고, <씨네시대 영화제작센터>를 기어코 설립하게 된데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여자. 내게 충격과 부끄러움을 준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동거하다 나를 낳은 뒤 헤어지고 곧 미국인과 결혼했으나, 시민권을 얻고 이혼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과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의 일환이었는지, 내가 본 그녀의 생활은 남성 편력의 연속이었다. 한달이 머다하고 백인 파트너가 바뀌었고, 술에 취하면 누구는 영화 배우고, 누구는 감독이라 자랑하며, 어린 나를 안고 곧 영화 배우로 출세할 것처럼 들떠 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엄마가 그토록 원하는 영화 배우로 출세하는 날이 무슨 파라다이스에 살게 되는 날인 것처럼 고대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곤궁해져, 그녀와 친하다는 여배우의 집에서 신세를 지던 어느 날, 못 볼 꼴을 봤다. 밤에 자다 오줌이 마려워 깨어 엄마를 찾아 거실에까지 나갔는데, 창 밖의 불이 환한 수영장에서 십여 명의 벌거벗은 남녀들이 먹고 마시고 웃고 껴안고 뒹굴고 있었다. 그들은 완전히 방심해서 낯뜨거운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그들 중에 그녀가 있었다. 내가 오로지 의지하던 믿음직하고 익숙한 모습이 아니었다. 낯선 나체로 비틀거리며, 서로 차지하려고 애쓰는 두 남자의 희롱 속에서 웃어대는 그 모습은 ‘난 여자’라는 암컷의 교태로 충만해 있었다. 너무나도 낯설고 무섭고 하여튼 봐서는 안될 끔찍한 일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쌌다. 그 뒤로 난 그 일에 관해 절대 얘기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다른 사람처럼 보여 서먹하게 되어갔다. 지금은 그런 향락을 즐기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자, 자유라는 생각을 하지만 결정적인 잘못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어린 자식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제니 김이 사귀었던 그 사람들 중엔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로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많았다. 일곱 살 때 내가 그래도 엄마 곁을 떠나기 싫어 버둥질치며 한국으로 끌려간 뒤 그녀는 정말 출세했다.
서미현이 출연했다는 영화는 나도 알고 있었다. 열 한 살 때부터 외할머니의 손에 키워지던 나는 열 여덟살 때, 엄마가 한국에 영화 찍으러 왔는데, 너를 보고 싶어한다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못 이기는 척 할머니의 손에 끌려 호텔로 찾아갔다. 세월이 좀 흐르자, 정이 고팠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보자, 마치 남편의 미운 전처 자식 보듯 인상을 쓰고 외할머니에게 왜 데려왔느냐고 화를 냈다. 그리고 내겐 말 한마디 안 붙이고 서둘러 돌려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보고 싶었다면, 직접 외가로 찾아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가 딸을 생각해서 나를 데려갔을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제니 김이란 이름을 듣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지 TV나 신문에서 그녀의 영화 출연, 스캔들, 세 번째 결혼하는 소식 등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래서 고등학교 이후론 TV나 신문을 보지 않으려 했다. 공부도 못했던 나는 그 또래의 주요 관심사인 연예인 이야기에서도 친구들에게 완전히 뒤쳐졌기 때문에 좀 맹한 아이로 비쳤을 것이다.
<세한도> 9.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9.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어제 드디어 회장님과 일이 벌어졌다.
나에게 <씨네시대 2001년 하반기 경영 기획안>을 작성해 내라고 했는데, 나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기한일이 지나도 올리지 않자,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고, 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이다. 1분도 안 돼 회장실로 호출하더니, 입사 사개월이 되도록 회사 생활에 적응 못하고, 무단 조퇴하거나 졸기 일쑤고, 서류 작성 하나 제대로 못한다고 호령을 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듣기만 했다. 회장님은 허공에 삿대질하는 것 같았는지, 곧 답답해 하며,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고 했다. 그건 묻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력자라는 뜻이 강했다. 나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서른 살도 넘은 놈이 아는 게 뭐냐고 했다. 영화와 관련된 일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회장님은 그럼 네가 이 회사에서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나는 인사하고 나와서 그대로 회사까지 나와 버렸다.
차를 몰고 달렸다. 달리다 보니 서울을 벗어났다. 주변에 무엇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회색 도로만 쳐다보다가 울었다. 자기들끼리 자기들 룰 내에서 어울릴 뿐, 나대로의 삶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이 싫고, 남들은 다 그렇게 사는데, 유별나게 구는 나 자신은 더 싫었다. 헬맷도 쓰지 않고 폭음을 내며 나를 추월해 가는 오토바이의 두 남자 애들이 부러웠다. 세상이 답답하긴 마찬가지겠지만, 저 애들에겐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어렴풋하나마, 그래도 미래는 지금 같진 않을 거라는 희망도 공존해 있을 터였다. 그러나 난 회장님 말대로 서른 살이 넘도록 세상의 주변에서 빈둥거릴 뿐, 남들처럼 살기를 두려워하고, 그렇다고 어떻게 살겠다는 뚜렷한 지향성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무슨 일이 더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내게 더 나은 미래란 있을 리 없었다. 그것이 무서웠다.
국도로만 달려서 전라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핸들에 이마를 기대고 얼맛동안 있었다. 그러자 지나던 사람들이 차를 멈추고 다가와 차가 고장났느냐고 자꾸 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움직여야 했다. 도로는 얼마든지 뻗어 있었고, 주변엔 논과 밭과 건물들이 줄을 이었으나, 갈 곳이 없었다.
오피스텔로 돌아왔을 땐 새벽이었다. 잠들었다. 이대로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자면서도 했다. 잠이 깨어서도 침대에서 뒤척거리다 허리가 아픈 바람에 할 수 없이 일어나야 했다.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팠다. 오후 다섯시였다.
“기록이군.”
24시간 넘게 아무 것도, 술조차도 먹지 않긴 처음 같았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들이키고, 식빵을 꺼내 두어개는 먹으면서 후라이팬에 몇개를 구웠다. 선배님이 그저께 와서 냉장고를 채워주지 않았으면, 지금 당장 속쓰림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내 손으로 할 줄 아는 게 이렇게 없을까 하는 자괴감을 또 느끼면서 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 꾸역꾸역 먹었다. 배가 부르고 나니, 일단 기분이 나아지고 속쓰림과 두통도 해결되었다.
사과를 깨물어 먹으며 창 밖을 내다 보다가 침대에 누웠다. 머리 맡의 핸드폰을 집어 보니 메시지가 몇 개 있었다. 보나마나 회사나 선배님이나 아버지가 보냈을 터였다. 그냥 내려 놓으려는데, 벨이 울렸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폴더를 열었다.
“네.”
“여보세요? 유대리님이세요?”
약간 달뜬 여자 목소리인 걸로 봐서 회사는 아니다. 누굴까?
“네.”
“저, 서미현이예요.”
호기심이 사그라들었다.
“아, 네에.”
“와, 유대리님이랑 통화하기 어렵네요. 오전부터 전화드렸는데, 핸드폰을 꺼 놓으셨더라구요.”
이애는 왜 계속 전화를 할까. 이탈리아 식당에서 식사한 후로 벌써 세 번째 통화였다. 지금 촬영장인데 쉬는 시간이어서 전화드렸다, 또는 내일이 쉬는 날인데, 시간이 있으신지 알고 싶어서 전화드렸다, 그런 말을 했다. 그 때마다 내가 무성의하게 대했음에도, 또 전화했다.
“뭐하세요?”
“일해요.”
속으로 사과 먹는 것도 일이지 했다.
“회사 아니시죠?”
나는 좀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핸드폰을 안 받으셔서 회사로 전화드렸더니, 오늘 결근하셨다고 했어요.”
맙소사, 난 어이가 없어서 대뜸 물었다.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그 애는 오히려 하하하 웃더니 말했다.
“제가 좀 스토커 기질이 있어요. 실은 좀 전에 큰 일을 해 냈어요. 뭔지 맞춰 보세요.”
무슨 친구 대하듯 스스럼없는 게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싶었다.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이라도 탔어요?”
“하하하, 그건 좀더 기다리셔야겠구요. 저, 운전면허 시험에 완전히 합격했거든요. 그 소식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친구들이랑 그냥 좀 아는 사람들한테까지 전화해서 다 자랑했는데, 유대리님만 연락이 안 되서요.”
나는 계속 어이가 없어서 이번엔
“나, 참.”
하고 웃고 말았다. 그 애는 같이 웃더니,
“유대리님껜 운전 면허가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한텐 자유를 뜻해요. 지금까지 쉬는 날 기사 없으면, 집에만 있어야 했거든요. 당장 차 살 거예요. 차 나오는대로 드라이브 시켜 드릴께요.”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 남아 있는 사과를 알뜰히 갉아 먹으며 웃었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목구멍에 쓴 물 올라오도록 한 드라이브를 또 시켜주겠다고? 어쨌든 웃으니 기분이 좀 풀린 것도 같았다.
<세한도> 10. 논쟁
10. 논쟁
밤새워 인터넷에 접속하고 몇 안 되는 미국 친구들에게 한심한 내 한국 생활에 대해 메일을 띄운 다음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낮 한 시였다. 어제보단 일찍 일어난 거지만 간신히 회복한 시차 적응을 또 망쳐버렸다. 백화점에 쇼핑을 나갔다. 아르마니에서 정장 한벌과 그 중 여성스러워 보이는 원피스 스커트를 사고 루이뷔똥에서 핸드백을 샀다. 샤넬에 지적인 이미지의 투피스가 있어 선베님을 위해서 샀다. 국산 토끼털 코트가 예뻐서 그것도 샀다. 까르띠에에서 신형 시계를 샀다. 선배님이 소개해준 미용실에서 염색을 했다. 참치회를 먹고, 장을 볼까 했지만 선배님이 냉장고에 넣어준 음식들이 많이 남은 게 생각나서 그만두었다. 오랜 만에 돈을 많이 썼다. 카미유가 떠난 이후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장할 의욕도, 또 누군가에게 사랑의 표시로 선물 공세를 퍼부을 의욕도 잃고 있었다. 한국에선 나 같은 사람이 지탄의 대상이라는데 하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들어와 있었다. 잔뜩 짐을 들고 들어왔다가 놀라 우뚝 섰다.
"쇼핑갔다 오니?"
"아무리 전 소유주였다지만 열쇠를 가지고 계시면 어떡해요?"
내 영역을 침범당한 불쾌감에 화를 좀 냈다.
"적반하장이네. 내가 여기 왜 왔겠니? 딸년이 할아버지한테 반항하고 회사 뛰쳐나가서 며칠째 전화도 안 받고 출근도 안하는데, 애비가 오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애비가 안절부절못하고 밖에서 기다려야겠니?"
화를 내는 건 아니었다. 아버진 내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 내가 무례하게 굴어도 그대로 받아주거나 능구렁이 같이 농담으로 받아칠 뿐이었다.
"열쇠 주세요."
물건들을 내려놓고 대뜸 손바닥을 내밀었다.
"우선 앉아라."
손을 내민 채로 아버지 맞은 편에 가서 앉았다.
"열쇠는 없다. 내가 핀으로 따고 들어왔지."
웃지도 않고 그런 소릴 했다.
"저, 장난할 기분 아니예요."
나는 진지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화가 난 데다, 왜 왔는지 뻔했기 때문에 일부러 강하게 나갔다.
"내일 회사 출근하면 네 서랍에 있을거다."
"<씨네시대>에서 근무하라는 회장님 말씀만 취소하시면 지금이라도 나가요."
나는 팔장을 끼고 아버지를 외면했다.
"그건 할아버지가 취소하시지 않겠지만 나도 그런 부탁드릴 생각 없다."
"그럼 얘기 끝났으니 열쇠나 주고 가세요."
"<씨네시대>를 허락하실 때 어떤 심중이신진 모르겠지만 너를 후계자로 하라는 조건을 내거셨다. 그러니까 너를 전제로 하고 <씨네시대>를 몇 년에 걸쳐 계획하고 거액을 들여서 설립한거야. 나야 당연히 감사하지. 그건 네가 알아야 한다."
나는 또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지만 참고,
"<씨네 시대>만 아니라면 어디에서든 이제부터 열심히 일할께요."
하고 한발짝 물러선 대답을 했다.
"네가 열심히 일할 곳은 <씨네 시대>야."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안 하는 거죠."
"영화와 네 엄마를 구별해라."
"그 엄마와 관련된 건 다 싫어요."
"너도 서른이 넘었으면 엄마를 이해할 수도 있잖니?"
"그런 엄만 예순 살이 되어도 이해할 수 없어요. 아니 이해라는 단어와 차원이 다른 문제예요."
냉정하게 말했다. 아버지는 내 결연한 대답에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러다간 끝이 안 날 것 같구나. 네가 <씨네 시대>에서 일하기 싫은 이유가 엄마 때문이냐?"
"그 때 주위에서 본 영화인들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가 제니 김이죠. 아버지가 제니 김을 못 잊어 만든 게 <씨네 시대>잖아요. 그런 데선 일할 수 없어요."
"엄마가 싫은 이유는?"
아버지는 이제 차근차근 문답 전술을 사용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아버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첫째, 저를 철저히 외면하고, 둘째, 문란한 생활을 했어요."
"널 외면한 건 할아버지 때문이야. 할아버지가 우선 나를 떼어 놓고, 몇 년 뒤 너까지 빼앗아가면서 차후로 너를 만나거나 만날 시도라도 한다면 너를 손녀로 보지 않을 것이고, 재산 상속에서도 철저히 배제하실 거라고 말씀하셨다. 너 고등학교 때 촬영장에 찾아갔을 때, 외면한 이유도 거기 있다. 그 정도에도 할아버진 노발대발하시고, 아예 영화 개봉을 폐쇄하셨다."
나는 조소했다.
"저라면 재산 상속 못해도 제 딸은 제가 데리고 살았을 거예요."
"네 엄마는 너 같은 생각 안 했겠니? 하지만 할아버지가 강제로 널 데려오신데다, 네 엄마가 수입이 없어서 가난하게 산 기억 안 나니? 할렘가에서 위험하고 가난하게 키우느니,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키우고 교육도 제대로 받고 재산도 물려받게 하고픈 게 네 생각이 미칠 수 없는 부모 맘이야."
하긴 그 때 가난하게 살았다. 두끼를 챙겨먹기 어려웠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먹는 걸 유난히 밝히는 원인도 거기에 있다.
"마치 제니 김 심정을 소설 쓰시듯 하시네요. 그건 아버지 생각이죠."
"넌 매사를 비꼬고 부정할 줄 밖에 모르니? 네 엄마가 그 당시 비싼 국제 전화 걸어 부탁한 얘기야."
"그럼, 그 방탕한 생활은 뭐예요?"
"그건 나도 설명할 수 없다. 헤어지고도 잊지 못해 내가 찾아가 애원하고, 주위를 맴도니까, 일부러 그랬을지도."
"그건 아버지가 바라는 생각이죠. 실은, 원래 제니 김 본능이 그런데다, 영화도 출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겠죠."
"이 녀석이."
아버지의 눈이 부릅떠지고 언성이 갑자기 높더니, 눈 앞이 번쩍했다.
'아, 별 수 없는 아버지.'
나는 화끈하고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딸자식의 버릇없는 언사에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화가 난 아버지는 손바닥으로 내 뺨을 내갈기
진 못하고, 가운데 손가락이 삐져 나온 주먹으로 앞 이마에 알밤을 호되게 먹인 것이다.
다음날 정시에 회사에 출근했다. 무단 조퇴에 이틀 무단 결근한 나를 직원들은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아팠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상사들은 아무 말 없었다. 그런 분위기가 나를 회사에서 더 외톨이로 만들어갈 것이었다. 그러나 알밤을 먹인 아버지가 스스로의 과격한(?) 행동에 놀라서 그 자리에서 열쇠를 내 놓고, 회장님한테서 <씨네 시대>에서 일하라는 결정적인 명령이 나오기 전까지는 출근하라고 간곡히 타일렀기 때문에 나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끔 열심히 일했고, 동료 직원들에게 비싼 점심과 커피를 사며 어울리려 노력했다.
회장님께는 출근한 날 아침에 사과드리러 억지로 찾아갔으나, 나를 만나지 않겠단다고 비서가 전했다. 나는 단번에 얼굴이 밝아져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당분간은 편할 것이다.
첫댓글 이런 좋은 글에 댓글이 없어서...
ㅋㅋ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