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일본에서 근세 들어 발생한 정형 시가(詩歌)의 한 형태인 하이쿠(俳句)는 시인 류인화님이 하이쿠 분야에서 유명한 작품들을 모은 책의 제목을『한 줄도 너무 길다』(도서출판 이레, 2000.)라고 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라고 한다.
그건 그렇고...하이쿠 몇 편을 감상하면서 살아있음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내일이 마지막 삶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알차게 살고자 스스로 다짐하노니...아참! 글고 아래 하이쿠에서 일본어 철자가 틀려도 이해하시길, 내가 일본어 실력이 원캉 짧아서리, 쩝!
年上ガ タイプだけれどもう いない.(山田 樣)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
이 하이쿠는 몇 년 전 어느 문예행사에서 대상 수상작이라는구만. 놀라운 건 지은이가 92세의 영감님이라는 건데, 그 나이에도 아직 여인을 그리워하고 있다니...영감님에게 연상의 여인이라면 도대체 나이가 얼마나 될른지 짐작이 잘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이 그립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겨 본다.
蚤どもがさぞ夜永だろ淋しんろ.(日茶 いさ)
벼룩 네게도 분명 밤은 길겠지 외로울 거야.
하이쿠의 대가들 중 많은 사람들이 방랑생활을 하면서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더만, 작가는 전국을 표랑(漂浪)하면서 오직 술과 글쓰기에만 전념했다고 하는데...뼛속까지 외로운 나그네의 잠을 설치게 하는 벼룩을 보고 위로하는 모냥새가 눈물겹다.
日出度さは今年の蚊にも食われけり(日茶 いさ)
모기에 물리고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고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적지만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문전성시라더만, 작가는 모기에 물리고서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뽑아먹을 피가 없으니까 모기가 물고 자시고 하질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