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며 금강하구와 서천갯벌로 도요새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 가운데 도요새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는 없을 것입니다. 시베리아 동부지역에서 산란을 마친 도요새들은 다 자란 새끼들과 함께 월동을 위해 뉴질랜드나 호주 등지로 날아가다 한국의 서해갯벌에 들러 쉬어갑니다. 월동을 한 도요새들은 산란을 위해 시베리아로 가다 4~5월경에 다시 서해갯벌에 들릅니다.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빨리 날으는지
저 검푸른 바다를 건너서
저 춤추는 숲을 지나서
저 성난 비구름을 뚫고서
<가수 정광태의 '도요새' 가사 일부>
도요새의 유연한 비상은 날개를 아래위로 움직여 나는 날개치기의 비행이 아닙니다. 날개를 펼친 채로 기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날아갑니다. 그러나 1만킬로 여정을 단번에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서해 갯벌에 들러 1개월 정도 머물며 체력을 기릅니다. 먼 비행에 거의 탈진 상태가 다 되어 서해갯벌에 내려 앉은 이들은 하루에 1700여 개체의 칠게나 갯지렁이 등의 먹이를 잡아먹으며 몸집을 두 배 정도로 불린다고 합니다.
도요새는 갯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물갈퀴가 없어 헤엄을 전혀 치지 못하고 갈매기처럼 자맥질을 하여 수중의 물고기를 사냥할 줄도 모릅니다. 썰물 때 뭍으로 드러난 갯벌을 종종거리며 구멍 속으로 숨은 먹이를 긴 부리를 이용하여 잡아 먹습니다. 따라서 밀물 때면 물러나 휴식을 취할 배후 공간이 필요합니다.
황새목 도요과의 도요새에는 13속 85종(또는 89종)이 있으며 우리나라를 찾는 도요새의 종류는 40여 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갯벌에서 이들과 친숙한 우리 조상들은 이들에게 아주 멋있는 이름들을 붙여주었습니다. '삑삑' 울음소리를 내는 삑삑도요, 다리에 푸른색이 도는 청다리도요, 꼬리 부분이 까만 흑꼬리도요, 발가락이 세 개인 세가락도요, 부리가 앞으로 굽은 뒷부리도요, 붉은발도요, 붉은가슴도요, 붉은어깨도요, 꺅도요, 깝작도요, 꼬까도요…. 이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12cm 정도인 메추라기도요이고, 가장 큰 것은 60cm가 넘는 마도요입니다. 개체 수가 몇 안 되는 넙적부리도요는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한국의 서해갯벌은 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갯벌 면적이 줄어들어 이들의 생명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금강하구를 낀 군산시 경암동에 한국서부발전㈜가 엘엔지복합화력발전소 70만kw급 2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1기는 작년 8월에 착공하여 내년 11월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발전소가 완공되면 하루 136만톤의 온배수가 배출되어 금강하구갯벌 생태계는 궤멸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족자원의 산란장이자 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가 사라집니다.
서천의 어민들과 금강하구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는 공사중지가처분소송을 지난 7월 행정법원에 제기한 상태입니다.
서천군 장구만에 모여든 도요새들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